월 100만원 저축 가능…국제재무설계사 ‘공짜 상담’ 후기

조해영 기자 2024. 4. 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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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화위복 ⑮ 재테크 길잡이 되어줄 금감원·서울시 재무상담
금감원에서는 누구나 무료로 1대1 재무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사회초년생이라면 더더욱 받아볼 만하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쩐화위복은?

2030을 위한 한겨레만의 재테크 콘텐츠입니다. 믿을 수 있는 친절하고 재밌는 콘텐츠를 지향합니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돈을 아끼고, 모으고, 불리는 일이 수월하고 재밌어지도록 쓸모 있는 정보를 피부에 와닿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다른 쩐화위복 기사보기 https://www.hani.co.kr/arti/SERIES/3115

또는 검색창에 ‘쩐화위복’을 쳐보세요.

<이번 편 3줄 요약>

• 재무상담, 돈 없어도 한 번쯤! 사회초년생이라면 더더욱!
• 금융감독원 금융자문서비스는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어요
• 전문가와 함께 내 상황, 내 목표에 집중해 보기

새해 들어 목표를 세우고 통장 쪼개고 가계부도 쓰는 등 돈 관리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게 맞나? 이렇게 계속하면 되는 건가? ‘쩐화위복’ 팀도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재테크 책을 보고 전문가 의견도 듣고 있지만 확신을 가지기 어려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재무상담을 받아보면 어떨까?

재무상담이라는 단어에는 어쩐지 ‘벽’이 느껴집니다. 고정수입이 작고 모은 돈도 없는데, 상담받을 게 있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저희도 재무상담은 넉넉하게 모은 돈을 ‘굴릴’ 곳을 찾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서비스는 아닐까 싶더군요. 인터넷 검색을 하면 나오는 재무상담의 상당수가 유료인 것도 재무상담에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이유일 듯합니다. 돈이 없는데 돈을 잘 모으려고 돈을 써야 한다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알아보니 믿을 만하고 심지어 공짜인 재무상담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받아봤습니다. 남지현 기자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의 ‘금융자문서비스’를, 조해영 기자는 서울시의 ‘서울영테크 재무상담’을 직접 경험해 봤어요. 생생한 후기는 물론이고 왜 재무상담이 필요한지까지 지금부터 설명해 볼게요.

재무상담이라고 하면 흔히 중년·노년에 필요할 거란 생각도 들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숨어있던 저축 여력 ‘영끌’하기

금감원에서는 누구나 무료로 1대1 재무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제재무설계사(CFP)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가 상담해줘요. 대면과 전화 상담 모두 가능한데, 저는 대면 상담을 선택했고 2주 정도 기다려 상담 받았습니다. 금용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서 예약하면 됩니다.

예약 날짜를 잡으면 숙제가 주어집니다. 상담 전까지 나의 재무 상태를 정리해 제출해야 해요. 저는 쩐화위복 3화에서 다뤘던 지출 분류표를 활용했는데, 시간도 단축되고 꼼꼼히 잘 정리했다는 칭찬도 받았답니다.

상담 자료를 준비하면서 나의 재무 목표와 궁금한 점을 한번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람마다 금융 지식 수준이 다르고 재무 목표도 다를 텐데, 실제 상담은 그에 맞게 이뤄집니다. 목돈을 모으려는 20대부터 노후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걱정되는 50대까지 다양한 재무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온다고 해요.

저는 또래 대비 돈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불행한 예감은 틀리지 않아서 상담 선생님께 뼈를 잔뜩 맞고 왔습니다. 또래 대비 변동지출이 너무 많다는 건데, 새로운 사실은 아니었죠. 그래도 지출 항목을 하나하나 따져보며 현실적으로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주신 덕에 혼자 할 때보다 더 현실적인 예산안을 짤 수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줄인 지출을 ‘영끌’하니 지금보다 100만원은 더 저축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세운 예산을 지키면서 꾸준히 저축하려면 저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는 게 중요하다고 하네요. ‘한 달에 150만원씩, 연 1800만원 모으기’ 식으로요. 월 변동지출과 연 변동지출용 계좌를 만들고 예산만큼만 돈을 넣어 쓰면 일일이 가계부를 쓰지 않아도 지출 내역을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합니다.

쩐화위복과 함께 정리했던 수입·지출을 활용하면 상담 전 자료 제출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어요. 한겨레 자료

30년 뒤에 후회 안 하려면…

저축액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저축과 투자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도 궁금했는데요, 상담을 통해 제게 맞는 저축과 투자 비율도 조언받을 수 있었어요. 제 금융투자 지식이나 투자 성향 등을 고려해 저축액의 30% 정도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저축하되, 매달 15만원 정도는 노후 대비 자금으로 저축하면 좋겠다는 거였죠.

투자는 지식이 아직 부족하니 매달 일정 금액을 꾸준히 납입하는 적립식 투자를 권했어요. 5년 이상 투자할 거라면 수익률 등락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요.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할지는 운용수수료 등을 고려해 골라야 하는데, 공모펀드보다는 수수료가 대개 1% 이내인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를 고려해보라고 하셨어요. 단, 이렇게 투자를 할 때는 어떤 목적으로 돈을 모으는 건지 목적과 목표 금액을 분명히 정해두고 시작해야 중간에 관두지 않을 수 있다고 해요.

무관심 속에 방치하던 퇴직금과 변액연금보험 수익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도 들었어요. 투자 포트폴리오를 내가 직접 바꿀 수 있으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30년 뒤에 후회하지 않는다고요.

서울시 재무상담을 받으러 오는 청년 가운데선 ‘내 집 마련’이 목표인 사람이 많다고 하네요. 게티이미지뱅크

목표는 최대한 구체적이어야

서울시에선 ‘청년영테크’ 사업 프로그램의 하나로 무료 재무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감원과는 달리 ‘서울에 사는 19∼39살 청년’ 조건에 해당해야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가능해요. 누리집에서 신청하면 재무설계사가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 일정을 조율해 진행하면 됩니다. 저는 신청부터 실제 상담까지 주말 포함 10일 정도 걸렸습니다.

금감원과 마찬가지로 서울시 재무상담도 상담일 전에 현재 자산, 소비 내역, 재무 목표를 내야 합니다. 가장 어려운 건 재무 목표였어요. 당장 떠오르는 게 없어 고민 끝에 그냥 ‘30대 안에 집을 사고 싶어요’라고 썼습니다. 아주 적진 않지만 그렇다고 넉넉하지도 않은 300만원대 월급생활자에게 ‘내 집 마련’은 하염없이 멀게 느껴지는 꿈이지만, 일단 목표를 써야 하니 내 집 마련을 쓴 거죠.

제가 만난 재무설계사는 목표가 나름대로 있다는 점을 “칭찬한다”면서도 “터무니없어도 좋으니 최대한 구체화하라”고 조언해 줬습니다. “지역, 평수, 거주형태 등 바라는 ‘내 집’을 구체화하고, 가진 자산의 어디까지 그 목표를 위해 쓸 수 있을지 고민해보라”는 얘기였죠. 예를 들어 퇴직연금을 모조리 집 사는 데 투자할 수 있을지, 그건 제외하고 예산을 마련하고 싶은지 등이요. 비단 ‘집’뿐 아니라 아니라 ‘창업 준비’나 ‘결혼 비용’ 같은 목표도 구체화할수록 좋겠죠?

‘제 월급 많이 적나요?’ 질문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전 통장을 쪼개고는 있지만, 별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생활비 카드를 2개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어찌 딱 포착하시고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용도에 따라 나눠보거나 1개로 줄여도 될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아무래도 이제 막 예산을 세우고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재무 ‘초보’다 보니,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기초적인 조언이 많았습니다. 추가근무에 따라 월급이 들쭉날쭉할 때는 “보수적으로(작은 숫자로) 수입을 잡는 게 좋다”거나 “상여금 같은 추가 수입은 써버리지 말고 모으거나 조금씩이라도 투자를 해보라”는 것 등이요.

처음에는 동그랗게 어깨를 말고 잔뜩 주눅이 든 채로 시작한 상담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질문이 많아졌습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돈 얘기 나누기는 쉽지 않으니 전문가를 만난 지금 물어봐야겠다 싶었거든요. ‘저 월급 적은 편이에요?’ ‘보통 제 나이에 돈 얼마 정도 모았어요?’ ‘신용카드 꼭 있어야 돼요?’ 같은 아주 기초적인 질문도 막 던질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청년일수록 상담받아야 하는 이유

포털사이트에 ‘재무상담’ ‘금융상담’ 후기를 찾아보면 결국 금융상품 영업용이어서 실망했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금감원과 서울시 재무상담은 공공기관에서 하기 때문에 특정 상품을 추천해주지 않아서, ‘낚일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돈을 모으고 불리기 위해서는 투자가 불가피한 면은 있습니다. 대신 이런 얘기를 할 때도 상담자의 나이나 자산 규모, 성향에 적합한 투자 비율을 일러주거나 ‘이런 투자처도 있다’ 설명해주는 정도였습니다.

‘진짜 받아볼 만한가?’ 반신반의하면서 갔지만 ‘젊을수록 오히려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의 생애주기를 청년-중년-노년으로 툭 잘라서 생각해 볼까요. 일반적으로는 중년에 수입이 가장 많고, 청년과 노년은 버는 돈보다는 쓸 곳이 많아요. 결국 중년의 여유 자금을 청년과 노년으로 어떻게 잘 분산시킬지가 재무관리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청년 때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노년을 위해 연금을 관리하는 것도 같은 이치겠죠.

그러니 ‘나 경제 잘 모르는데…’ 쑥스럽게만 생각하지 말고 한 번쯤 재무상담을 받아보기를 권합니다.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목표는 있지만 실현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모두 재무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목표를 구체화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내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뭘 공부하면 좋을지도 알게 될 수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 연초부터 ‘돈 공부’를 시작한 분들이라면 결심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어줄 수도 있겠습니다.

쩐화위복은 16일에는 이주빈 기자의 ‘신용카드 잘라본 후기’, 23일엔 조해영 기자의 ‘난생처음 신용카드 만들어본 후기’로 찾아오겠습니다. 30일과 5월7일 두 차례는 재충전을 위해 쉬어갈 예정입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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