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전 대만 총통, 베이징서 “전쟁에 승자 없고 평화에 패자 없다”

윤기은 기자 2024. 4. 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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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중·일 충돌 ‘루거우차오 사건’ 언급
라이칭더 총통 취임 앞두고 양안 평화 강조
지난 8일 마잉주 전 대만 총통(맨 앞 왼쪽에서 두번째)이 중국 베이징 루거우 다리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과 대만의 군사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방문 중인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전쟁에는 승자도 없고 평화에는 패자도 없다”며 양국 간 평화를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대만 청년 대표단과 함께 베이징의 항일전쟁기념관을 찾은 마 전 총통이 전날 루거우차오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루거우차오 사건은 1937년 7월7일 일본군 도발로 촉발된 중·일 양국 군 충돌 사건이다. 중국과 대만에선 이 사건을 항일전쟁 기점으로 삼는다. 이후 1945년 8월15일 일본 항복 때까지를 ‘8년 항전기’로 부른다.

마 전 총통은 “본토와 대만 국민들은 모두 일본 군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큰 피해를 보았다”며 “비록 열악한 상황에서 장비와 훈련 수준이 뒤처졌지만 우리는 결단력을 다해 단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전쟁에는 승자도 없고 평화에도 패자는 없다고 늘 믿어왔다”며 “전쟁의 과오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역사의 진실은 잊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마 전 총통은 “우리 젊은 세대는 역사적 과오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우리는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날 항일전쟁기념관을 방문한 뒤 부근의 루거우 다리를 직접 찾기도 했다.

마 전 총통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당국이 오는 5월20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을 앞두고 양안(중국과 대만)의 최전방 진먼다오 부근을 중심으로 대만해협에서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나왔다.

이를 두고 친중파인 마 전 총통이 차이잉원 총통과 라이 차기 총통이 주도하는 친미·독립 성향 민주진보당 정권을 겨냥한 중국 당국의 ‘강경 대응’ 의지를 누그러뜨릴 목적으로 메세지를 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마 전 총통이 오는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양안 업무를 담당하는 대륙위원회는 “양측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지난 1일 산시성에서 열린 ‘갑진년 청명 황제(중국 고대 군주 헌원씨를 가리키며 중국 문명의 시조로 간주됨) 제사’ 참석을 시작으로 뿌리 찾기와 교류 활동을 명분으로 광둥성과 베이징을 방문한 마 전 총통은 오는 11일 귀국할 예정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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