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에도 '태형 스쿨' 족집게 강의...결과가 좋으니 긴장되도 경청할 수밖에
[OSEN=조형래 기자] 경기 중에 감독이 선수를 따로 불러서 무언가를 얘기하고 조언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기 중에 나오는 족집게 강의들의 결괏값이 선수가 수긍할 수밖에 없기에 경청한다.
김태형 감독의 카리스마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선수들과 직접적인 소통은 해당 파트별 코치들에게 전적으로 맡기되,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다가 눈에 띄는 점들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족집게로 레슨을 해주곤 했다. 카리스마 속에서도 선수들과 적절한 스킨십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다.
포수 파트는 배터리 코치가 있음에도 두산 시절부터 김태형 감독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곤 했다. 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은 자신만의 통찰력으로 선수를 지켜본다. 경기 중 사인을 직접 내거나 경기 중간에도 포수를 따로 불러서 그 상황에 맞는 볼배합을 조언하기도 한다. 롯데 사령탑 부임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최근 김태형 감독은 정보근을 자주 불렀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로 입단한 정보근은 동나이대 포수들과 비교해 비교적 경험을 많이 쌓은 축에 속했다. 백업포수 레벨에서 정보근만한 포수는 없다는 평가도 과하지 않았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의 눈에는 아직 정보근에게 부족한 점이 보였다. 지난 2일 대전 한화전 1-0 승리를 하는 과정에서도 8회말, 정보근을 경기 중에 직접 불러 조언을 건넸다. 다른 경기에서도 김태형 감독은 이닝이 마무리 된 이후 정보근을 불러서 조언을 건네는 장면들이 있었다. 필승조 최준용이 선두타자 노시환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펜스 앞까지 가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김 감독은 다음 타자 안치홍 타석을 앞두고 3루 덕아웃 앞으로 정보근을 불러 무언가 이야기를 했다. 9회말 무사 1루 최인호 타석에서도 김원중이 1~2구 연속 볼을 던지자 김 감독이 덕아웃에서 정보근에게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며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때로는 표정으로 자신의 답답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김태형 감독이 경기 중에 직접 부르니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정보근은 “감독님이 부르실 때 긴장은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긴장은 되는데 듣고 나면 또 하나 깨닫고 배우게 되는 것이다. 제가 몰랐던 것들을 지적해주시는 것도 있다. 저에게는 정말 좋은 것 같다”라면서 “감독님이 볼배합이나 이런 부분을 많이 가르쳐 주시고 저 또한 배우려고 한다. 그래서 경기하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고 지금 계속 감독님이 지적해주시고 도움 주시고 가르쳐 주시는 부분들을 잘 들으려고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가장 중점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공격적인 승부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투수의 강점을 극대화 하는 것에 집중하라는 것. 정보근은 “투수를 리드할 때 타자가 못 치는 공보다는 투수가 자신있는 공을 더 많이 던지게끔 요구하라고 하셨다. 피해갈 때는 피해가야 하지만 그게 아닌 상황에서는 투수 공을 믿고 투수가 좋은 공을 더 많이 던지기 위해서 공격적으로 하라고 말씀을 해주셨다”라고 강조했다.
타격 파트는 지나가면서 하는 조언들이 선수들에게 와닿는 경우가 있다. 훈련 중에는 물론 경기 중에도 몸짓과 눈빛으로 선수들에게 족집게로 조언한다. 지난 7일 사직 두산전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이주찬에게도 김태형 감독의 레슨이 있었다. 덕아웃에서 이주찬의 타격 자세를 살펴본 뒤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곧바로 집어냈고 몸짓으로 조언했다. 이후 좌선상으로 빠지는 끝내기 안타가 나왔다.
이주찬은 “벤치에서 감독님께서 보시더니 타격때 몸이 바깥쪽으로 빠진다고 해서 안으로 넣는 식으로 타격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반대쪽으로 친다는 생각을 하고 타석에 들어갔는데 그게 덜 빠져나가서 (페어지역) 안쪽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원래라면 파울이었을텐데 감독님께서 보여주셔서 타구가 안쪽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라고 설명함녀서 끝내기 안타의 비화를 얘기한 바 있다.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는 개막 초반 4연패를 당하는 등 안 좋은 흐름 속에서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도 김태형 감독은 벤치에서 조급해 하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만 나서곤 했다. 과감한 결단과 상황에 맞는 조언으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보근은 주전 포수 유강남의 타격 부진 속에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지난 6~7일 이틀 연속 선발 출장한 뒤 선발 투수들의 호투를 이끌었다. 6일 선발 박세웅은 7이닝 1실점, 7일 선발 찰리 반즈는 6이닝 2실점으로 모두 퀄리티 스타트 이상의 성과를 만들었다. 경기도 모두 승리하며 시즌 첫 2연승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이주찬도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부터 눈여겨 보고 스프링캠프와 정규시즌까지 기회를 줬고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만드는 끝내기 안타까지 만들어냈다.
김태형 감독이 부르니 선수들은 긴장하만 출력되는 결괏값이 좋으니 경청하고 또 경청할 수밖에 없다.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이 롯데를 반전시키는 주요 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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