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쟁취했는데... 한미약품 형제, 경영권 매각 전망 나오는 까닭은

노자운 기자 2024. 4. 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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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승리했지만, 그럼에도 결국 그들이 회사를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매각설에 대해 형제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IB(투자은행) 업계에서는 한창 조율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형제가 만약 힘들게 차지한 회사를 매각한다면, 이유는 자금 사정일 가능성이 크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주식담보대출 이자도 납부해야 한다. 임주현 부회장은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임종윤 사장이 자신에게 수백억원을 무담보로 빌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럴 때 대주주는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 하지만 한미약품그룹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경영권을 두고 형제 측과 모녀 측이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양쪽 모두 자금 사정이 빠듯함에도 끝까지 버텨야 했다. 이사회에 입성한 지금도 마찬가지다. 언제 다시 경영권 분쟁이 불붙을지 모르다 보니 지분 일부 매각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통매각이 검토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만약에 지분을 팔더라도 형제가 회사를 떠나는 그림은 아니다. 지분을 팔지만 경영권을 보장받고, 추후 지분을 되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크다. 형제 측은 회사 지분을 팔더라도 ‘경영권 매각’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정서희

9일 IB업계에 따르면 형제 측이 KKR을 비롯한 글로벌 PE들과 지분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구조는 형제 측에 좀 더 유리하도록 짜여있다. 임종윤·종훈 형제와 특수 관계자들이 28.42%를 들고 있으며, 우호 주주로 분류되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이 12.15%다. KKR이 만약 형제 지분을 사들인다면, 신 회장과 형제 측 지분까지 한꺼번에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오너 일가가 합심해 경영권 지분을 넘긴다면 자신의 보유 주식은 상품 가치가 없는 소수 지분이 되니, KKR의 인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관건은 어머니 송 회장 지분이다. KKR 입장에서는 송 회장 지분까지 매수해야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송 회장 지분까지 더하면 57.75%에 육박한다. 한미사이언스의 현재 시가총액(2조5674억원)을 기준으로 1조4826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최근 이사회에서 형제와 송 회장의 갈등이 어느 정도 봉합한 듯한 모습이 연출된 만큼, 동반 매각이 가능할 수 있다고 IB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KKR 입장에선 소수지분이 아닌 경영권 지분이어야만 사들일 가치가 있다”며 “때문에 형제가 KKR과의 거래를 성사시키려면 무조건 50% 이상의 지분을 모아서 함께 팔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임주현 부회장이다. 만약 송 회장이 본인 지분을 KKR에 매각하면, 임 부회장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이 때문에 만약 일가족이 주식을 매각한다면 임 부회장도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송 회장이 임 부회장을 버리고 혼자 지분을 팔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매각하지 않는다면) KKR은 형제 측과 신 회장 지분을 사고 소액주주 지분 일부를 공개매수하는 전략을 취하지 않겠느냐”고 추정했다.

KKR이 오너 일가와 신 회장 지분을 사는데 성공하고도 개인투자자 지분까지 공개매수할 지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KKR의 자금력을 고려하면 지분 전량을 사들여 상장폐지한 뒤 잡음 없이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PE 관계자는 “60%의 지분 만으로도 경영권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데, 현금 창출 능력이 그렇게 강하지도 않은 한미약품을 사기 위해 그런 레버리지를 감당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KKR이 결국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인수한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업계에서는 KKR이 임종윤·종훈 형제의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보장해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가령 형제가 5년(사모펀드가 통상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기간) 안에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되 행사 가격을 굉장히 높게 만들어 놓을 것이라는 얘기다. 즉, KKR이 형제에게 고리(高利)로 돈을 빌려주는 셈이다.

물론 5년 후라고 해서 형제에게 콜옵션을 행사할 만큼 큰돈이 생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형제가 또 다른 전략적 투자자(SI)를 끌어와 경영권을 다시 사들이는 게 최선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어머니와 누이가 OCI와 손잡고자 했듯, 형제 역시 회사를 되찾아오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형제 입장에서는 지분을 ‘파킹(보관)’하면서 5년의 시간을 번 뒤, 그사이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셈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KKR과 임종윤 이사 측이 콜옵션 매매 계약을 체결한다면, 그 콜옵션은 임 이사뿐 아니라 그가 지정하는 사람 혹은 법인이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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