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여대야소?…사상 첫 200석 巨野 정국? [선택 4·10]
한동훈 당권·대권행 가시화…尹-韓 신구권력 경쟁으로
汎野 과반 시 원 구성 우위 점하며 ‘특검 정국’ 가능성↑
더 공고해진 이재명 체제…‘잠룡’ 조국과 관계 설정 주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윤석열 정부 집권 3년차에 치러지는 22대 총선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은 크게 엇갈리게 된다. 여권이 과반을 달성할 경우 지난 2년간 정부·여당을 가로막은 거야(巨野)의 벽이 사라지면서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되지만, 반대로 야권이 과반을 얻는다면 정부 견제 기조 속에 21대 국회 후반기 여야 대치 양상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범야권이 단순 과반을 넘어 개헌·탄핵 모두 가능한 200석의 ‘절대 의석’을 차지할 경우에는 권력의 추가 완전히 기울면서 사실상 정부가 제 기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선거운동 기간 막바지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며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지도부가 자체 판세분석을 통해 파악한 경합지역이 55곳에서 최소 60곳으로 늘어나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수를 포함한 전망치는 120~140석으로 높아졌다. 보수 성향 무소속을 포함해 107석을 얻었던 지난 총선에 비해 크게 늘어난 의석 수이자, 야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강행을 막을 수 있는 저지선이다.
이 같은 전망을 넘어 국민의힘이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한다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처리에 탄력이 붙게 된다. 그간 정부가 시행령 정치를 통해 여소야대 국회를 우회했던 것과 달리, 여당이 키를 쥔 국정과제 관련 법 개정안 발의·처리가 가능하다.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과 재정준칙 법제화 등 정부 주요 과제뿐만 아니라 도심철도 지하화,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 등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약속한 매머드급 사업과 관련된 후속 조치도 이뤄질 수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원톱’ 체제로 총선을 이끈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유력한 대권주자로 우뚝 서게 된다. 총선 승리 시 한 위원장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위원장은 앞서 유세현장에서도 “저는 여러분을 위해 총선 이후에도 제 역할을 다할 것”, “저는 뭘 배울 때가 아니라 공적으로 봉사할 일만 남았다”며 해외유학설 등을 일축한 바 있다. 이 경우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두 차례 불거진 윤한 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 후반기 한 위원장이 당권을 잡을 경우 친윤석열계가 친한계로 일부 분화하면서 신구권력 간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포함해 ‘153+알파(α)’를 목표로 제시했다.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이 단독 과반을 확보하며 원내1당에 오를 것이란 자신감이다. 이 경우 윤석열 정부는 남은 임기 3년 동안에도 야권의 견제에 놓인다. 여기에 이번 총선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이 15석 안팎을 얻어 힘을 보탠다고 가정하면, 사실상 21대 국회 거야 정국이 이어지게 된다. 당장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 단계부터 주요 상임위원장을 야권이 차지하며 법률 심사·처리에서 주도권을 쥐고, 김건희 여사 등 여권 주요 인사 또는 사건을 겨냥한 특검 정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범야권 의석이 200석을 차지할 경우 사실상 정부·여당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게 된다. 개헌부터 대통령 탄핵소추까지 가능한 절대 의석으로, 국정 주도권이 대통령에서 국회로 완전히 넘어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권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던 대통령 거부권 또한 힘을 잃게 된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번 총선 공천을 통해 원내 입성한 친이재명계의 지지세를 바탕으로 이 대표가 차기 당권과 대권까지 노릴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야권의 잠룡으로 몸집을 키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의 관계 설정은 변수다. 두 사람이 정권 견제에서는 손을 잡더라도,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표와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 역시 야권 정계개편의 주요 변곡점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대대적인 내홍이 예상된다. 이미 여권에서는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의 ‘대통령 탈당’ 요구가 나온 바 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총선은 당 비대위원장이 주도해서 한 것”이라며 한동훈 책임론의 불씨를 지핀 상태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9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마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있고, 탈당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 주자로는 나경원 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목받는다. 서울 동작을에서 5선을 노리는 나 전 의원은 당 원내대표를 지낸 수도권 여성 중진이란 점에서 유력한 당권주자로 거론된다.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도전한 원 전 장관은 국회 입성 시 당권뿐 아니라 대권주자로 입지를 다지게 된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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