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땐 지지율 25%로도 여당 과반 승리...이번엔 다를까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총선의 기본 구도는 ‘정부 지원론’ 대 ‘정부 견제론’입니다. 투표소로 가는 유권자들이 ‘회고적 투표’, 즉 정부·여당을 두고 ‘중간평가’를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국정 운영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지지율)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4·10 총선 역시 ‘정권 심판론’을 두고 여야가 막판까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과연 대통령의 지지율은 총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역대 총선 결과와 대통령 지지율은 어떤 상관관계를 보였을까요?
대통령 지지율과 여야 후보 당선 확률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높을수록 여당 후보가, 지지율이 낮을수록 야당 후보가 총선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문 ‘국회의원 후보의 당선 결정 요인 분석: 경제상황, 대통령 지지율, 선거 시점, 정당지지율과 후보의 개인배경’(2022년 12월, 문우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이러한 가설이 맞는지에 대한 연구가 담겨있습니다. 논문은 13대 총선부터 제21대 총선까지 후보자들의 정보와 선거 당시 여러 정치적·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 회귀분석 등으로 후보자 당선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독립변수를 분석합니다.
논문은 “(다른 변수를 제외하고) 대통령 지지율(한국갤럽 총선 직전 조사)이 50%인 경우, 여당 후보의 당선 확률은 60% 전후로 증가하는 반면, 야당 후보의 당선 확률은 27% 정도로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면 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합니다. 또 대통령 집권 기간 620~760일을 기점으로, 야당 후보의 당선 확률이 여당 후보의 당선 확률보다 더 높아진다고 추정했는데 이 시기는 대통령 임기 2년째에 해당합니다. 연구 결과는 총선이 대통령 임기 중반부나 후반부에 치러질 경우 대통령 지지율이 선거의 중요한 변수가 되는 현실을 뒷받침합니다.
대통령 지지율과 역대 총선 성적표
그렇다면, 실제 역대 총선 결과와 대통령 지지율의 관계는 어땠을까요. 2000년 이후 총선을 보면 대통령 지지율이 낮더라도 정권심판론이 항상 위력을 발휘하지는 않았습니다. 17대 총선 이후로는 대체로 여당이 승리했습니다. 총선이 치러지는 시점, 돌발 이슈 등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낮았지만 17대 총선과 19대 총선에선 여당이 승리를 거둡니다. 17대 총선이 치러진 시기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2개월 뒤에 불과했고, 선거 한 달 전 대통령 탄핵안 통과에 따른 역풍이 여당에 승리를 안겨줬습니다. 19대 총선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25%대에 불과했지만, 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했습니다. 아울러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김용민 서울 노원갑 후보의 노인 폄하 등 막말 논란으로 자멸하며 여당에 승리를 안겨줬습니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의 압도적 승리를 이끈 것은 코로나19 시기에 치러진 21대 총선입니다.
[2000년대 이후 대통령 지지율과 총선 결과]
■16대 총선(2000년 4월13일)
① 김대중 대통령 지지율: 긍정 49%, 부정 20%(2000년 1분기·한국갤럽)
② 대통령 집권 기간: 2년 2개월
③ 선거 결과: 여당(새천년민주당) 115석, 제1야당(한나라당) 133석. *당시 전체 의석 273석
④ 기타 변수: 총선 3일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발표
■17대 총선(2004년 4월15일)
①노무현 대통령 지지율: 긍정 25%, 부정 57%(2004년 1분기·한국갤럽)
②대통령 집권 기간: 1년 2개월
③선거 결과: 여당(열린우리당) 152석, 제1야당(한나라당) 121석. *당시 전체 의석 299석
④기타 변수: 총선 한 달 전 국회에서 노 대통령 탄핵안 통과·야당 역풍
■18대 총선(2008년 4월9일)
①이명박 대통령 지지율: 긍정 52%, 부정 29%(2008년 1분기·한국갤럽)
②대통령 집권 기간: 2개월
③선거결과: 여당(한나라당) 153석, 제1야당(통합민주당) 81석. *당시 전체 의석 299석
④기타 변수: 대통령 ‘허니문’ 기간
■19대 총선(2012년 4월11일)
①이명박 대통령 지지율: 긍정 25%, 부정 62%(2012년 1분기·한국갤럽)
②대통령 집권 기간: 4년 2개월
③선거결과: 여당(새누리당) 152석, 야당(민주통합당) 127석. *이후 전체 의석 300석
④기타 변수: 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차별화, 민주통합당 노인폄하 발언 등 ‘막말’ 논란
■20대 총선(2016년 4월13일)
①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긍정 40%, 부정 49%(2016년 1분기·한국갤럽)
②대통령 집권 기간: 3년 2개월
③선거결과: 여당(새누리당) 122석, 야당(더불어민주당) 123석
④기타 변수: ‘진박(진짜 친박근혜) 감별’ 논란, ‘옥새 파동’ 등 여당 공천 갈등, ‘제3당’ 국민의당 38석 약진
■21대 총선(2020년 4월15일)
①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긍정 61%, 부정 30% (2020년 1분기·한국갤럽)
②대통령 집권 기간 : 2년 11개월
③선거결과: 여당(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180석, 야당(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103석
④기타 변수: 코로나19 정부 대응 긍정 평가 높아
1년 11개월, 낮은 대통령 지지율 속 4·10 총선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11개월(3년차) 시점에 치러지는 22대 총선은 대통령 지지율이 낮을수록 ‘정권 심판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선거입니다.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여론조사는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크게 웃돕니다. 지난 1~3일 1004명을 무선전화 면접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38%, ‘잘못하고 있다’는 55%입니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1월 첫주부터 3월 4주까지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대체로 30% 초·중반대를 유지했습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중심으로 총선을 치르려 했으나, 윤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좀처럼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일례로 구글 검색량을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1~100 사이로 수치화)를 보면, 지난 한 달(7일 기준) 윤 대통령의 평균 검색량은 47로 한 위원장(46)과 비슷합니다. 특히 의대 증원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한 지난 1일은 윤 대통령이 100으로 한 위원장(52) 검색량의 갑절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황상무 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이종섭 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 낙마, ‘대파값 875원’으로 대표되는 고물가 문제, 의-정 갈등 장기화 등의 논란이 총선 막판까지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반대로 한 위원장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모양새입니다. 결국 여야 모두 낮은 대통령 지지율과 ‘용산발 리스크’가 총선 민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선거 유세 막바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준혁·공영운·양문석 등 일부 후보의 재산 문제와 막말 등 ‘후보 리스크’가 변수로 터져나왔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는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 가운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요.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총투표율 70% 넘을까…사전투표 열기 이어질지 촉각
- 수검표로 당선자 윤곽 늦어져…지역구 새벽 2시, 비례 5~6시
-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벌어질 일 [막전막후 총선편]
- 이재명, 마지막 유세도 용산에서…“국민 거역하는 권력 심판”
- 한동훈 청계광장 유세 뒤 거리 인사 취소…“건강상 이유”
- 조국, 광화문서 마지막 유세…“거부권 막을 야권 200석 달라”
- 김건희 여사 ‘비공개 투표’했다…대통령실 뒤늦게 확인
-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 중대재해법 첫 재판…‘경영책임자’ 공방
- 평균 74살 여성들의 ‘승리’…“기후대응 소홀해 인권침해” 첫 판결
- 월 100만원 저축 가능…국제재무설계사 ‘공짜 상담’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