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와~ 달이 태양을 삼켰다" 환상적 우주쇼에 워싱턴서 감탄 '속출'

김현 특파원 2024. 4. 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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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일식 경로 벗어난 워싱턴DC 인근 주민들도 가족 등과 일식 관측 동참
뉴욕주 시라큐스에 거주한다고 밝힌 마틴 디보씨(74)는 8일(현지시간) 부인과 함께 버지니아주 챈틀리에 위치한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에서 일식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자연의 신비로움을 보는 것은 언제나 정말 즐겁다"

휠체어에 탄 부인과 함께 일식을 보러 온 마틴 디보(74)는 상기됐다. 디보는 "70년 이상 살아오면서 일식을 4~5차례 본 것 같은데, 이렇게 완전한 일식을 본 것은 처음"이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8일(현지시간) 오후 2시 20분쯤 뉴스1이 찾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州) 챈틀리에 위치한 스미스소니언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엔 일식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워싱턴DC 인근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면서 태양 전체를 가리는 개기일식 경로에서 벗어나 있어 부분 일식만 관측할 수 있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일식인 만큼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에서 사는 주민들이 8일(현지시간) 가족들과 함께 챈틀리에 위치한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에서 부분일식을 지켜보고 있다.

박물관에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은 물론 조부모까지 3대가 함께 온 가족들도 적지 않았다. 특별한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찾아온 연인들도 눈에 띄었다.

박물관 인근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국계 김시내씨(46세)는 "다음 일식을 보려면 2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아이 학교를 조퇴하고 왔다"며 "아이 학교에는 아예 결석하고 개기일식을 더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간 가정들도 있는 것 같더라"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텍사스주에서 메인주까지 대각선으로 이어지는 개기일식 경로에 있는 지역의 호텔과 모텔, 에어비앤비 등 주요 숙박업소는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으며, 해당 지역으로 가는 항공편 티켓도 대부분 매진되기도 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개기일식 경로 지역과 그 주변에 있는 에어비앤비나 브르보(Vrbo) 등록 임대주택의 전날(7일) 예약률이 92%를 기록했다. 이 지역에서 통상 4월 주말에 30% 안팎의 예약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메인주 홀튼에 있는 성조기 뒤로 개기일식이 관측되고 있다. 2024.4.9 ⓒ 로이터=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워싱턴DC 인근에서 관측된 이번 부분일식은 오후 2시4분에 시작돼 오후 3시20분에 최대치(89%)에 달했다가 오후 4시32분께 종료됐다.

사람들은 박물관 측에서 나눠준 일식 관측용 보호안경을 착용한 채 자연의 신비로움을 만끽했다. 시리얼 상자나 일회용 접시 등으로 직접 만든 눈 보호장비를 이용해 일식을 관측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식이 진행되면서 가족과 연인들은 특별한 순간을 남기기 위해 저마다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일부 현지 방송들도 이곳을 찾아 현장 분위기를 중계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챈틀리에 위치한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에서 태양 관측도구인 '선스파터'를 설치해 사람들이 일식 과정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물관 측에선 태양관측도구인 '선스파터(Sunspotter)'를 설치해 사람들이 개기일식을 좀 더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관계자들이 나와 아이들에게 손으로 만든 그림자를 통해 개기일식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워싱턴DC 인근에서 볼 수 있는 일식의 최대치에 점점 다가가자,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대낮이었던 주변은 일순간 초저녁처럼 어두워졌다. 박물관 측에선 일식이 최대치에 다다르자, 노래를 틀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일식을 지켜본 사람들은 감탄사를 연신 쏟아냈다.

51세의 알렉스는 "2017년에 본 이후 두 번째 일식을 봤는데, 너무 멋지다"면서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온 40대의 사라 휴스는 이번 일식이 "자연과 우주가 얼마나 아름답고 경이로운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면서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라고 밝혔다. 휴스의 딸인 6살의 루시아는 "누군가 태양을 삼키고 있는 것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디보는 "제가 사는 곳은 뉴욕주에 있는 시러큐스다. 집에선 100% 개기일식을 볼 수 있어 갈 수도 있었지만, 5~6시간 동안 차를 타야 되는 데다 아직 업무가 마무리되지 않아 이곳에서 보기로 했다"며 "100% 개기 일식이 아니긴 하지만 거의 완전한 일식을 보니 너무나 흥분된다"고 말했다.

스위스에 거주하다 부활절 연휴를 맞아 미국을 찾은 40대 남성 레자는 "이 시기에 미국을 방문해 너무 운이 좋았다. 일식을 보고 나니 너무 떨린다"면서 "아내는 텍사스에 출장 중인데, 그곳에서 100% 개기일식을 봤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그의 딸인 로야는 흥분된 목소리로 "안경 속에 태양은 조금만 있고 나머지는 전부 어두웠다"며 "태양이 마치 달처럼 보였고 아주 밝고 노랗다. 정말 놀라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위스에 거주하고 있는 레자는 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챈틀리에 있는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에서 자녀들과 함께 부분일식을 보고 있다.

워싱턴DC 인근에서 일식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장소는 다양했다. 워싱턴DC 중심부에 있는 내셔널몰에도 수천 명이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일식을 지켜봤다.

현지 매체인 WTOP에 따르면 워싱턴DC에 있는 항공우주박물관에서도 내셔널몰에서 일식관측용 보호안경 2500개 이상을 무료로 나눠줬다. 그간 매장 등에서 동이 나 구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보호안경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고 한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있는 '콜빈 런' 초등학교에선 학생들이 단체 관람을 위해 내셔널몰을 찾기도 했다.

미국에서 관측된 이번 개기일식은 2017년 8월21일 이후 약 7년 만이며, 이번 개기일식 이후에는 오는 2044년 8월 23일에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발코니에 서서 일식관측용 보호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게재했다.

동영상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분 일식을 즐기세요. 하지만 조심하시라.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마세요"라며 보호안경 착용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2017년 개기일식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호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발코니에서 일식 관측용 보호안경을 착용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은 동영상 화면 캡처.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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