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보다 자산 밸류업·시장 밸류업으로 가야 ② [더 나은 경제, SDGs]

황계식 2024. 4. 9. 08: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내달 발표할 밸류업 가이드라인 제정에 앞서 다양한 기업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기업 밸류업을 위한 대표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LG화학, KB금융, KT&G, KT, CJ제일제당, 미래에셋증권, BNK금융지주, 코리안리 등 코스피 시장의 각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 11곳이 모였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밸류업 간담회에 참석한 정은보 이사장(앞줄 가운데)과 기업 관계자들. 출처=한국거래소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앞서 정부와 거래소가 발표했던 방안 중 밸류업 지수 개발 및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신설 등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참여 확대도 좋은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반면 개별 기업 이사회에 밸류업 관련 역할을 부여하게 되면 형식적인 과정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자율성을 바탕으로 기업 스스로 실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시행할 거래소 공시의 수준이 완화되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밸류업이 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 체감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밸류업 참여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은 지난 2월26일 첫발표 때보다 범위가 크게 확대돼 논의 중이다. 앞서 첫발표에서는 5종 세정 지원(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연구·개발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 주로 기업 관련 지원안이었으나, 이후 정부에서 추가한 내용은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 등 시장 전체의 밸류업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자본시장 선진화 간담회’를 열고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함께하는 등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상장 기업들에 법인세를 감면해주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배당 확대 기업 주주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해주고 △세액공제 △소득공제 △분리과세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해 주주와 투자자에게 혜택이 가게 하겠다고 강조했으며, 이러한 내용을 오는 7월 세법 개정안에 담겠다는 목표도 밝혔었다.

최 부총리는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기관투자자 간담회’를 열고 기관투자자들의 선행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활용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도 언급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1월 말 국내 투자형 ISA를 신설하고 비과세 한도를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촉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특히 이 자리에서 기업 상속세 부담 완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과제로 정부는 합리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0일 ‘상공의날 기념식’ 특별강연을 통해 “원활한 가업승계로 장수 기업이 많아지고 고용 안정,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상속세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하면서 “(기업들이) 상속세를 신경 쓰느라 혁신은커녕 기업 밸류업과 근로자 처우 개선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며 완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사실상 기업의 최대 고민이지만, 사회 통념상 쉽게 꺼내기 어려운 상속세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재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재계는 밸류업과 증시 모두에 가장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개선방안 중 하나로 상속세 제도 완화를 강조한 바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의 많은 기업이 1세대 창업주에서 2세대, 3세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상속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고, 상장사의 경우 최대주주 주식 할증까지 더하면 최고 상속세율이 60%에 달해 가업승계를 앞둔 오너들은 기업의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길 바란다”며 기업 하려는 의지’를 꺾는 과도한 상속세율의 개선을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 많은 전문가는 국내 주요 기업이 기업승계와 상속세 등의 이슈가 크게 불거졌을 때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에 직면해왔다고 언급한다. 과도한 과세가 오히려 기업 지배구조를 불투명하게 하고, 주가 저평가와 저조한 주주환원, 그리고 물적 분할 후 ‘쪼개기’ 상장과 같은 편법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횡령이나 주가 조작, 허위 페이퍼 컴퍼니 운영 등의 문제도 적잖은 건이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기업 밸류업의 핵심은 지배 주주와 시장의 소통, 그리고 기업의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주주에게는 자산 밸류업이 돼야 하고, 시장 밸류업은 경쟁력과 기술로 연결돼야 한다. 그러기에 앞서 지배 주주를 대상으로 기업가치를 흔들지 않는다는 전제로, 상법과 세법 개정, 상속세 개선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회 위원,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 협력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