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호 군사동맹 오커스 “일본과 첨단기술 협력 고려”
미국·영국·호주의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가 첨단 군사기술 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10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의 오커스 부분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대중국 군사적 견제가 초점인 오커스의 외연 확장과 더불어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일본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커스 3국 국방장관들은 8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일본의 강점, 그리고 일본과 오커스 3국 간에 긴밀한 양자 국방 협력관계를 인식하고 있다”면서 “오커스 ‘필러2’의 첨단역량 프로젝트에서 일본과 협력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출범한 오커스는 호주에 원자력추진잠수함 기술을 이전하는 게 핵심인 ‘필러1’과 첨단 군사역량 공동 개발이 골자인 ‘필러2’로 이뤄져 있다. 3국은 해저, 양자 기술, 인공지능(AI)과 자율무기, 사이버, 극초음속과 대(對)극초음속, 전자전, 국방 혁신, 정보공유 등 8개 분야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그 진척 정도에 따라 3국 외 다른 나라들과도 협력을 모색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오커스는 일본 외에 첨단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해 협력할 다른 나라들과 올해 협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3국은 공동성명에서 “오커스 3국은 개별 필러2 프로젝트에 다른 협력국을 추가로 참여시키기 위한 원칙과 모델을 개발했다”며 기술력과 자금력 등이 고려 요인이라고 밝혔다. 일본 외에도 한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이 협력 대상국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오커스와 첨단기술 협력을 모색하는 방안에 열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오커스의 출범을 포함해 역내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미국의 협력적 노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다만 오커스는 호주에 원자력추진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1의 경우 참여국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공동성명은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는 급변하는 전략적 환경에서 필요한 대응”이라며 “3국 간 국방·산업 역량 강화가 역내 강압 또는 공격을 효과적으로 억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일 이어 미·일·필리핀 정상회담
‘격자형’ 대중 견제축 완성
오커스 3국의 발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한 당일 나왔다. 기시다 총리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0일 정상회담에서 무기 공동 개발·생산,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 간 지휘통제 연계 강화, 우주·AI·반도체 등 협력 강화 등에 합의할 전망이다. 북한과 중국·러시아 등 역내 위협 대응을 위한 미·일, 한·미·일 간 안보 공조 강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일 정상은 이어 11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함께 사상 첫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의를 연다. 3국 정상회의에서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세를 억제하기 위한 공동순찰 등 대응 방안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를 위한 소다자 안보 협력체가 새롭게 탄생하는 셈이다.
미국은 한·미·일,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오커스(미국·영국·호주) 등 동맹국과 파트너를 서로 엮고 묶는 형식의 ‘격자형’(lattice-like) 안보 공조 틀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미를 계기로 일본은 방위력 강화를 명분으로 군사적 증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오커스의 외연 확장을 비롯해 미·일 밀착, 미·일·필 3자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은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앞서 열린 8일 브리핑에서 오커스와 일본의 협의 개시 가능성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군비 경쟁 가속화가 우려된다”며 “일본은 특히 역사의 교훈을 깊이 체득해 군사 안보 영역에서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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