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아시아 첫 EPL 도움왕 도전...생애 3번째 10골-10도움+리그 8번째 득점왕-도움왕 동시 타이틀까지
[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 손흥민이 생애 첫 도움왕에 오를 수 있다면 엄청난 대기록들이 수없이 따라올 것이다.
토트넘은 8일 오전 2시(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2라운드에서 노팅엄 포레스트를 상대로 3대1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토트넘은 이번 승리로 4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팀의 선제골에 기여했다. 전반 15분 손흥민이 내려와서 볼을 받아줬다. 손흥민이 내려오면서 공간이 생겼고, 티모 베르너가 좋은 위치로 파고 들었다. 베르너는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낮고 빠른 크로스를 보냈고, 무릴로가 크로스를 걷어내려다가 자책골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상대의 자책골로 얻어낸 리드를 오랫동안 지키지 못했다. 전반 27분 크리스 우드한테 실점하면서 전반전은 1대1로 마무리됐다. 손흥민의 활약은 팀이 에이스를 필요로 할 때 나왔다.
손흥민과 판 더 펜의 합작골이 나온 뒤 페드로 포로의 추가골까지 나오면서 토트넘은 3대1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후반 40분 존슨의 패스를 받은 뒤에 과감한 슈팅을 시도했는데 골대에 맞는 불운한 상황이 연출되며 득점에는 실패했다. 득점은 없었지만 2골에 관여한 손흥민은 성공적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손흥민은 판 더 펜의 득점으로 만들어주면서 이번 시즌 리그 9번째 도움을 기록했다. 이제 손흥민은 리그 도움 순위에서 올리 왓킨스(애스턴 빌라), 파스칼 그로스(브라이턴), 키어런 트리피어(뉴캐슬 유나이티드) 다음에 위치하고 있다. 왓킨스, 그로스, 트리피어는 현재 도움 10개로 공동 1위다. 손흥민과는 단 1개 차이다.
손흥민의 도움 기록이 시즌 초반에는 거의 없다가 시즌 중반을 넘어서 차곡차곡 적립된 이유도 토트넘 동료들의 골 결정력이 조금씩 개선됐기 때문이었다. 손흥민은 최근 15경기에서 8도움을 적립했다.
지금의 기세라면 손흥민은 그로스와 트리피어의 기록은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이튼의 플레이메이커인 그로스는 시즌 내내 꾸준히 득점을 적립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5경기에서 공격 포인트가 없다. 시즌 후반기 기복이 문제시되고 있는 브라이튼인데 팀 성적이 개인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었던 트리피어의 경우에는 현재 종아리 부상으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4월 중순에야 다시 경기를 뛸 수 있을 전망이다. 다시 경기장에 나선다고 해서 도움 기록을 쉽게 쌓아가기도 어려울 것이다. 트리피어의 도움 기록만 봐도 시즌 초반에 6개가 몰려있다. 뉴캐슬 동료들의 계속된 부상으로 팀 성적이 흔들린 뒤에는 많은 도움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23라운드에서 2도움을 추가한 뒤로 왓킨스는 도움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득점에만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왓킨스의 도움 기록이 주춤할 때 손흥민이 치고 나가야 한다. 그래도 왓킨스는 시즌 끝까지 손흥민의 유력한 도움왕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살라는 내로라하는 공격수도 쉽지 않는 10골-10도움 기록을 EPL에서만 4번이나 해낸 선수다. 사디오 마네가 떠나고, 호베르트 피르미누의 경기력이 점차 하락한 뒤로 살라는 득점하는 것만큼이나 동료들에게 패스를 넣어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팔머는 이번 시즌 첼시를 이끌어가고 있는 초신성이다. 첼시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비싼 가격에 팔머를 영입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의 활약을 기대한 사람은 없었다. 뛰어난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지만 기술력이 좋고, 창의적인 패스도 잘 넣어주는 유형이다. 팔머 역시 동료들의 활약이 중요할 전망이다. 첼시는 이번 시즌 내내 골 결정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도움왕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이번 시즌 최고의 찬스메이커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번 시즌 EPL에서 큰 기회를 가장 많이 창출한 선수 2위다. 손흥민은 완벽한 득점 기회를 17번이나 동료들에게 제공해줬다. 1위가 살라로 20번이다.
만약 손흥민이 도움왕을 차지하게 된다면 이는 아시아 선수가 세운 또 하나의 역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1992~1993시즌부터 시작한 EPL 역사에선 아시아인 선수가 도움왕을 차지한 적이 없다. 풋볼리그 디비전 시절에도 아시아인 득점왕은 없었다.
유럽 빅리그에서 아시아인 출신 도움왕은 역사적으로 딱 1번밖에 없다. 이란의 메흐디 마다비키아가 2002~200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도움왕에 오르면서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마다비키아를 제외한 아시아인 어느 누구도 유럽 4대 리그에서 도움왕에 오른 적은 없다. 손흥민은 언제나 역사를 만들어왔던 선수이기에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손흥민이 생애 처음으로 10골-10도움을 완성했던 시즌은 조세 무리뉴 감독과 함께하기 시작했던 2019~2020시즌이었다. 당시 무리뉴 감독은 케인과 손흥민의 호흡을 극대화하는 공격 전술을 통해 토트넘의 공격 전술을 조립했다. 손흥민의 역량이 더욱 살아나면서 10골-10도움을 완성했다. 이 기록 역시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10골-10도움이었다.
2020~2021시즌부터 손흥민은 본격적으로 토트넘을 넘어 EPL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이때도 17골-10도움을 기록하면서 2시즌 연속 10골-10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이제 손흥민은 1도움만 더 추가하면 개인 통산 3번째 EPL 10골-10도움 기록을 달성한다. EPL 역사를 빛냈던 내로라하는 최고의 공격수들도 10골-10도움 기록을 손흥민처럼 해낸 선수는 거의 없다.
손흥민이 도움왕에 오른다면 세울 수 있는 기록이 또 하나 있다. 바로 EPL 득점왕과 도움왕 동시 석권이다. 20년이 넘는 EPL 역사에서 득점왕과 도움왕 타이틀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선수는 단 7명밖에 없다.
1993~1994시즌에 뉴캐슬의 에이스였던 앤디 콜이 34골 13도움으로 리그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차지했다. 1998~1999시즌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활약 중이었던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 역시 득점왕과 도움왕을 다 석권했다.
EPL의 영원한 킹 티에리 앙리, 첼시 역대 최고 스트라이커 디디에 드로그바,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맹활약했던 로빈 반 페르시는 동시 석권은 해내지 못했지만 득점왕과 도움왕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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