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사용법' 최원호 감독의 수첩에는 무엇이 쓰였을까...류현진이 무너지던 날, 홀로 앉아 반성했던 사령관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지난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는 류현진과 최원호 감독 모두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경기였다. 특히 최원호 감독은 통렬한 자기반성을 하며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4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치던 선발투수 류현진이 5회 갑자기 제구가 몰리며 무려 8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을 내줬고 7실점 했다. 후속 투수 김서현이 추가 2실점 하며 류현진는 4.1이닝 9실점 했다. 특히 7타자 연속 안타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키움 타자들은 마치 배팅볼을 치듯 거침없이 배트를 돌렸고 배트에 스치기만 해도 안타가 됐다. 난타당한 류현진은 본인도 믿기지 않는 듯 허탈한 미소를 계속해서 지었고 한화 더그아웃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저렇게 얻어맞는데도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을 내리지 않았다.
뒤늦게 교체된 류현진은 더그아웃에서 땀을 닦으며 어찌할 줄 몰라 했고 동료들과 코치들은 그를 위로했다. 그런데 류현진 뒤에서 고개 숙인 채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최원호 감독이었다. 최원호 감독의 손에는 수첩이 들려있었고 그는 이날 경기 내용을 적으며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겼다.
사실 최원호 감독이 류현진을 방치할 수밖에 없던 속사정이 있었다. 이날 류현진은 4회까지 56구를 던졌다. 최근 70구 이상부터 제구가 몰리는 현상이 있긴 했지만 이날 페이스라면 5회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5회 들어 키움 타자들이 마치 류현진의 구종을 알고 치듯이 적극적으로 공격했고 연속 안타로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류현진이 무너지는 데는 단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뒤늦게 불펜 투수를 준비시켰지만, 시간이 부족했던 한화였다.
아무리 천하의 류현진이지만 야구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모를 상황에서 최원호 감독은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날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보다 더 고개를 숙였고 반성했다.
한편 류현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8년 170억 원이라는 KBO리그 역대 최고액 계약으로 한화로 돌아왔다. 그런데 3경기에서 14이닝을 던지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36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피안타율이 0.359나 되고,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도 2.00이다. 모든 지표가 선발투수 중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70구가 넘어서면 연속 안타를 맞고 실점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에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 등판 경기에서 투수 교체 타이밍을 빨리 잡는 것도 고려 해야 할 것이다. 이날 최원호 감독의 수첩에는 류현진 사용법이 쓰였지 않았을까.
[류현진 야구 인생 최악투를 펼친 날, 최원호 감독이 고개를 숙인 채 반성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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