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결심하면 미리 말씀드릴 것” 배구여제 피날레 예고…이승엽·이대호처럼, 김연경 은퇴투어 성사될까
[OSEN=양재동, 이후광 기자] ‘배구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은 왜 장고 끝 현역 연장을 결심했을까.
김연경은 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시상식에서 개인 통산 6번째 여자부 MVP를 수상한 뒤 현역 연장 의사를 밝혔다.
김연경은 시상대 위에서 진행자의 현역 연장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기서 그런 질문을 받을지는 몰랐는데 고민을 많이 했고, 흥국생명 구단과도 이야기했는데 내년 시즌 많은 팬들을 위해서 한 번 더 도전하기로 결심했다”라고 답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진행된 공식 인터뷰를 통해 배구여제가 현역 연장을 결심한 구체적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김연경은 “시즌 중간부터 어느 정도 결정을 하고 시즌을 치렀다. 결과가 또 좋지 않게 됐지만 그거와 관계없이 구단 관계자분들, 감독님, 가족, 지인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어떤 게 좋을지 많이 생각했다.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시는 것도 있고 이번 시즌이 지난 시즌에 비해 개인 성적도 좋았다. 그래서 현역 연장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그러면서 “주위에서 만류도 많이 했고, 조금 더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가장 큰 건 팬들의 응원이었다. 아직도 내 배구를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는 부분이 가장 컸다. 다음 시즌 컨디션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최정상에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할 것 같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2020-2021시즌 돌아온 김연경은 늘 그랬듯 이번 시즌에도 ‘배구여제’의 클래스를 유감없이 뽐냈다. 득점 6위(775점), 공격성공률 2위(44.98%), 서브 6위(세트당 평균 0.207), 리시브 5위(42.46%)에 올라 2005-2006, 2006-2007, 2007-2008, 2020-2021, 2022-2023시즌에 이어 개인 통산 6번째 MVP 트로피를 품었다. 득점, 공격종합 모두 36살 김연경을 뛰어넘은 국내선수가 없었다.
김연경은 “기록은 괜찮게 보이지만 올 시즌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트레이너분들이 각별히 챙겨주셔서 몸 관리를 잘할 수 있었다. 리그의 긴 여정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라며 “내년에도 많은 분들의 도움을 통해서 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한 시즌을 되돌아보고 다음 시즌 각오를 전했다.
다만 김연경은 V리그 복귀 후 우승 트로피와 번번이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20-2021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올라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지만 1위 GS칼텍스에 3패로 무릎을 꿇었고, 2022-2023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언더독’ 한국도로공사에 2승 3패 업셋을 당했다. 그리고 2023-2024시즌 다시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챔피언결정전으로 향했지만 1위 현대건설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작년에도 챔피언결정전 2위를 했고, 올해도 2위로 마무리해서 다음 시즌이 더 부담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또 이겨내고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은퇴 시점에 있는 선수가 우승과 개인 타이틀을 목표로 하는 게 우스운 거 같은데 내년에는 더 많은 경쟁자가 생겼으면 좋겠다. 특히 국내선수들 중에서 생겼으면 한다. 나도 그에 뒤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서로 발전할 수 있지 않나 싶다”라며 “정상에 있을 때, 좋을 때 은퇴를 하고 싶다. 내가 그리는 그림은 그것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야구 종목에서 '국민타자' 이승엽,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가 그랬듯 은퇴를 결심할 경우 이를 미리 밝히고 팬들과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만일 그렇게 될 경우 V리그에서도 '은퇴 투어'가 열릴 수 있다.
김연경은 “만일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고 하면 은퇴를 이야기하고 그 시즌을 치러야한다고 생각한다.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과 같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은퇴를 하게 되면 미리 말씀드리고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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