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흔들리는 이환성 세라젬 회장의 ‘혁신’

이석 기자 2024. 4. 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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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혁신으로 5년 만에 매출 166% 증가했지만…실적 하락 이어 노사 갈등으로 혁신 리더십 생채기

(시사저널=이석 기자)

국내 헬스케어 업계에서 이환성 세라젬 회장은 '혁신가'로 통한다. 대리점 중심이던 영업 관행을 소비자 체험형으로 바꾸고, 업계에서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TV홈쇼핑 100% 환불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세라젬의 고속성장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세라젬의 매출은 7502억원으로 2018년(2824억원) 대비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창업주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고, 사원 출신인 40대 이경수 대표를 파격 발탁해 전권을 부여한 것이 주효했다. 이 대표는 2018년 취임 후 조직문화와 경영 시스템 개선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안마의자 업계 부동의 1위였던 바디프랜드를 제치고 2021년부터 선두 자리에 올랐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3년 내에 매출 3조원 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공언했다.

혁신적인 마케팅으로 최근 5년간 고속성장을 이어온 세라젬이 최근 실적 악화와 내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있는 세라젬 웰카페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세라젬의 혁신 DNA는 어디로 갔나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세라젬의 성공 신화가 최근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장 실적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시사저널이 최근 10년간 공시한 세라젬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매출은 2016년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2020년 매출이 소폭 하락했지만, 2021년과 2022년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역성장'을 만회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헬스케어 특수'를 누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데믹이 본격화된 지난해 상황은 달랐다. 3분기 기준 연결매출은 41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나 감소했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도 마찬가지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018년 25%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34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재무 건전성도 우려된다. 2018년 0원이던 차입금은 올해 568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부채비율 역시 37%에서 179%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사업 확장에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와 엔데믹 이후 소비심리 저하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안수진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소비심리 저하로 세라젬이 실적 저하 추세에 있다"면서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단기적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세라젬 측도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국내 홈 헬스케어 가전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렵다"면서 "올해 CES 2024에서 첫선을 보인 마스터 V9과 파우제 M6 등 신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뷰티, 휴식, 순환 등 건강 관련 사업으로 외연을 확대해 종합 홈 헬스케어 기업으로서 리더십을 지켜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의 시각은 달랐다. 세라젬은 그동안 유명 연예인을 전속 모델로 기용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덕분에 매출액과 광고 선전비가 그동안 꾸준히 올랐지만, 연구개발비는 오히려 감소했다. 실제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2022년 세라젬의 광고 선전비는 376억원으로 전년(387억원) 대비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연구개발비는 34억원에서 6억원으로 사실상 6분의 1토막이 났다. 헬스케어 업계에서 세라젬의 성장동력이 멈춘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6월 주요 안마의자 업체(세라젬, 바디프랜드, 코지마, 실릭스, 휴테크)의 최근 5년간 실적을 분석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 기업은 엔데믹 이후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소비심리 하락으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휴테크의 경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세라젬의 매출은 안마의자 5사 중에서 유일하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회사 측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7월26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제16회 기업인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선정된 이환성 세라젬 회장(왼쪽 세 번째)이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안한 업계 1위 행보에 우려 커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라젬의 내부 분위기도 예년만 못하다. 세라젬은 지난해 안마의자 방문 서비스 축소와 함께 방문 점검 직군인 헬스큐레이터(HC)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계약이 해지된 직원만 3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세라젬을 업계 1위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보답이 해고 압박이냐"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8월에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세라젬에서 수습사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21년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함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각각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에 냈다. 당시는 노동부의 불인정과 A씨의 취소신청으로 조용히 마무리됐다.

하지만 지난 1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비슷한 피해 사례가 또다시 올라왔다. 세라젬 직원 B씨가 지역 매장 책임자인 40대 여성 C씨에게 폭언 및 폭행 등을 지속적으로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B씨는 직장 상사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B씨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 내부 조사 결과 B씨의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C씨에 대해 보직해임과 함께 감봉 2개월 징계 조치를 내렸다.

이와 관련해서도 세라젬 관계자는 "현재 피해 직원에 대한 유급 휴가와 치료비 등 지원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직영 매장이 아닌 다른 사업부로 발령을 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모든 HC 관련 직군들이 당사가 제시한 직무 전환, 계약 유지, 계약 해지 후 위로금 수령 중 하나를 선택했다. 관련된 논의는 모두 마무리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세라젬을 둘러싼 잡음과 논란을 '성장통'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고속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일종의 시행착오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적 악화와 함께 내실 다지기에도 실패한 업계 1위의 불안한 행보를 우려하는 시각 또한 만만치 않다. 이환성 회장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또 한 번의 '혁신 리더십'을 보여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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