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연장'으로 해결 아니다, 김연경이 팀-감독에 농담처럼 남긴 '일침'

김성수 기자 2024. 4. 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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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동=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배구여제' 김연경이 한 시즌 더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흥국생명과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더 이상 안주해선 안 된다.

ⓒKOVO

한국배구연맹(KOVO)은 8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 시상식을 개최했다.

여자부 정규리그 MVP 주인공은 흥국생명의 김연경이었다. 통산 6번째 MVP 수상이다.

흥국생명이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건설에 0승3패로 밀려 우승을 놓쳤지만, 김연경은 그럼에도 올 시즌 여자부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득점 6위(775득점), 공격 2위의 성적으로 흥국생명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끈 공을 인정받았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김연경의 은퇴 여부였다. 지난 시즌 도중 "은퇴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던 김연경은 도로공사와의 챔피언결정전서 충격패를 당한 후 고민 끝에 흥국생명과 FA로 1년 재계약을 맺었다. 은퇴 대신에 2008~2009시즌 이후 15년 만의 V-리그 우승 도전을 외치며, 흥국생명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결국 김연경의 이번 도전도 현대건설과 챔피언결정전 패배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고, 흥국생명과의 계약을 마친 '배구여제'는 또다시 은퇴와 현역 연장의 기로에 섰다.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재동행, 타팀 이적으로 다시 우승을 노릴 수도 있지만, 2시즌 연속으로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충격, 해외와 국가대표팀에서 충분히 쌓은 명성으로 미뤄봤을 때 이번만큼은 은퇴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김연경은 MVP 수상 소감에서 "많은 팬 분들을 위해 다음 시즌에 한 번 더 우승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 역시 김연경의 발언에 대해 "김연경과 재계약한다"고 밝혔다.

ⓒKOVO

하지만 김연경은 현역 연장만 밝히고 물러나지는 않았다. 그는 우승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농담을 씌우며 은근히 강조했다.

김연경은 MVP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아본단자 감독님이 우승할 수 있는 배구를 약속했는데, 올해 힘들었다. 감독님의 말을 믿은 내가 너무 순진하지 않았나 싶다(웃음)"며 "솔선수범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하겠다. 구단에서 선수 보강을 위해 애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잘해줄 거라고 믿는다. 배구에 대한 열정과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크고, 팀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선수들이 온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 시즌이 마지막이 된다면 미리 말씀을 드리겠다. 정상에 있을 때 은퇴하고 싶다"며 "흥국생명과는 좋은 시작과 좋지 않은 갈등, 성적도 있었다. 아쉬움도 분명 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함께한 흥국생명과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경의 준우승 스토리는 2020~2021시즌부터 시작됐다. 김연경은 해외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로 활약한 뒤, 2020~2021시즌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복귀했다. 국가대표 '쌍둥이 듀오' 이재영, 이다영과 함께 최강의 전력을 구축해 친정팀에서 가볍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이다영, 이재영의 '학폭 논란'으로 인해 무너졌다. 이다영과 이재영은 코트로 돌아오지 못했고 2020~2021시즌 정규리그 1위를 질주하던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아쉬운 시즌을 마무리한 김연경은 중국 무대에서 활약했다. 이후 2022~2023시즌 친정팀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김연경은 이어 흥국생명을 이끌고 정규리그 1위를 따냈다. 챔피언결정전도 1,2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우승에 1승만을 남겨 뒀었다.

그러나 김연경의 흥국생명은 이후 3,4,5차전을 한국도로공사에게 모두 내줬다.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최초로 발생한 리버스 스윕이었다. 절치부심한 김연경은 FA 자격을 얻은 뒤 다시 흥국생명을 선택하며 우승 도전에 나섰다. 그런데 이번엔 정규리그에서 현대건설과 승점 1점차로 2위에 그치더니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패로 무너졌다. 천하의 김연경도 준우승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해외에서 명성을 쌓은 김연경은 V-리그로 복귀해 우승을 꿈꿨지만 준우승 징크스에 발목 잡혔다. 결국 2023~2024시즌에도 마지막 순간 패자로 남은 김연경이다.

ⓒKOVO

김연경은 시상식서 감독-팀을 향한 발언에 대해 농담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지난날 겪은 아픔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그저 가벼운 농담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 무리가 있다.

김연경은 결국 감독에게는 '우승급 배구', 팀에게는 '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했다. 2연속 현역 연장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배구여제'의 말 속엔 분명히 '뼈'가 있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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