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구 향한 김연경 진심, 은퇴도 미뤘다 "더 많은 MVP 경쟁자 생겼으면"

양재동=김동윤 기자 2024. 4. 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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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재동=김동윤 기자]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시상식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베스트 7상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초=김진경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이 또 한 번 우승과 MVP 도전을 목표로 은퇴를 미뤘다. 그 이유에는 2년 연속 하지 못한 우승에 대한 아쉬움보단 한국 배구를 향한 걱정과 진심이 더 드러났다.

김연경은 8일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더케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시상식'에서 개인 통산 6번째 MVP를 수상하고 소감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 소속팀 흥국생명과 상의했고 많은 팬분들을 위해 한 번 더 우승에 도전하려 한다"고 현역 연장의 뜻을 밝혔다.

시상식을 마친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따르면 김연경은 시즌 중반 무렵 현역 연장을 염두에 뒀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변함없이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과 아직 녹슬지 않은 자신의 기량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김연경은 "은퇴를 만류하는 주위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은퇴를 미룬) 가장 큰 이유는 팬분들의 응원이었다. (올 시즌을 치르며) 아직 내 배구를 보고 싶어하는 팬분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내년에 내 컨디션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최정상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로써 김연경은 20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2005~2006 V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4시즌을 치른 뒤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 리그를 경험하고 2020~2021시즌 V리그에 일시적으로 복귀했다. 또 한 번 중국 상하이 팀에서 한 시즌을 뛰고 2022~2023시즌 복귀했고 올 시즌이 V리그에서는 7번째 시즌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은퇴를 할 나이에도 김연경은 건재했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의 부진과 고질적인 세터 문제 그리고 주전 리베로 김해란의 부상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면서 시즌 내내 불안한 경기력을 보였다. 결국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현대건설에 1점 차로 정규리그 1위를 내줬고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3경기 모두 풀세트 접전에도 패해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조차 김연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김연경은 정규시즌 36경기 140세트에 출전해 775득점, 공격 종합 44.98%로 득점 리그 6위, 공격 종합 2위, 서브 6위, 수비 8위, 오픈공격 5위, 시간차 공격 4위, 퀵오픈 4위, 리시브 5위, 디그 7위를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급 공격과 리그 정상급 수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줬고 기자단 전체 유효표 총 31표 중 20표(양효진 5표)로 개인 통산 6번째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시상식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MVP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초=김진경 기자

김연경은 "기록적인 면은 (예년보다) 올해가 더 괜찮은 것 같다. 올해 많이 힘들었는데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각별히 챙겨주셨다. 긴 여정이었는데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만큼 다음 시즌에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트레이너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어 "어릴 때 국내서 뛰었을때 받은 MVP보다 올해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적지않은 나이에 최정상에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함께했던 동료나 구단 관계자분들이 도와주셔서 가능했다. 다음 시즌에는 7번째 MVP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어느 스포츠 종목을 봐도 만 36세의 선수가 MVP 기량을 보이긴 쉽지 않다. 김연경이 그만큼 대단한 선수라는 뜻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36세의 김연경을 이겨낼 선수가 없을 정도로 리그와 국내 선수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와 같다.

올 시즌 V리그 득점 부문 상위 10명에 국내 선수는 775득점의 김연경(6위)과 546득점의 양효진(35·현대건설) 둘뿐이었다. 김연경이 44.98%로 2위를 차지한 공격종합에서도 강소휘(30·GS 칼텍스)가 39.30%로 10위에 턱걸이했고 후위 공격 부문에는 국내 선수의 이름은 없었다. 그뿐 아니라 여자부 베스트7에서도 새로운 이름은 외국인 선수와 최정민(22·IBK 기업은행) 뿐이었다. 미들블로커 양효진이 10년 연속, 세터 김다인(26·현대건설)이 4년 연속 차지했고 김연경도 3번째 수상이다.

더 씁쓸한 것은 내년에도 김연경은 유력한 MVP 후보로 점쳐진다는 것이다. 사실 김연경에게 남은 프로 생활은 보너스와 다름 없다. 2008~2009시즌 이후 못해본 V리그 우승과 함께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목표만 남았을 뿐, 언제 은퇴를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렇듯 은퇴를 앞둔 선수가 핵심 선수로서 우승에 또 한 번 도전하고 MVP를 목표로 하는 건 다른 스포츠에서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김연경이 대단한 선수라는 뜻이기도 하다. 김연경은 한국 배구뿐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도 세계 최정상급 활약을 하며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런 김연경의 존재 자체가 국내 선수들에게는 목표이자 지향점이 될 수 있다.

이날도 한국 배구에 대한 김연경의 진심과 고심이 엿보였다. 김연경은 MVP 수상소감에서 먼저 "V리그가 올해 아시아쿼터를 도입하고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V리그도 V리그지만, 한국 배구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모든 배구인이 하나가 돼서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취재진과 개별 인터뷰에서도 "V리그는 매 시즌 발전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V리그 관심도 만큼 대표팀 관심도는 줄어든 것 같다. 대표팀 관심이 줄어들면 V리그와 한국 배구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분이 어떻게 하면 대표팀 성적을 낼지 생각해야 V리그에도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표팀이 잘됐으면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은퇴를 또 한 번 미룬 김연경은 또 한 번 MVP를 목표로 한다. 김연경은 "다른 종목을 봐도 은퇴 시점의 선수가 개인 수상을 도전하고 목표로 한다는 건 사실 우스운 일이다.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소신을 밝히면서 "내년에는 더 많은 경쟁자가 생겼으면 좋겠다. 특히 국내 선수가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그에 뒤지지 않게 노력하려 한다"고 희망했다.

양재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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