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지분 매물로 나와…'여행공룡' 탄생할까
잦은 대주주 변경에 경쟁력 저하·소비자 가격 인상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국내 최대 규모 여행사 하나투어가 인수.합병(인수·합병)시장 매물로 나오면서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원매자가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 OTA(온라인 여행사) 등 여행업계에서 하나투어를 인수하면 패키지와 자유 여행을 아우르는 여행 공룡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다만 2019년 IMM PE가 하나투어의 최대 주주에 오른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한 만큼 연이은 대주주 변경이 하나투어 경쟁력 약화와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나투어 최대 주주 IMM PE, 매각 시동…원매자 누구 될까
9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 최대 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최근 매각 주관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 지분 규모는 27.78% 수준으로 전해진다.
이는 IMM PE가 특수목적법인(하모니아1호 유한회사)을 통해 보유 중인 지분 16.68%와 창업자인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6.53%), 공동창업자인 권희석 하나투어 부회장(4.48%) 등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을 더한 것이다.
다만 하나투어 측은 공시를 통해 "여행 시장이 회복되고 회사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인 방안을 고려 중"이라면서도 "방안은 IMM과 2대 주주인 기존 주주 간 협의에 따라 결정될 예정으로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행업계에서는 하나투어가 어디로 넘어갈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부족한 패키지여행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OTA 기업이 하나투어 매수에 나설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패키지여행은 OTA가 강점을 보유한 자유 여행보다 수익성은 크지만, 현지 여행사(랜드사) 네트워크 등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점이 진입장벽으로 꼽혀왔다.
야놀자가 지난달 자회사 인터파크트리플과 함께 모두투어와 전략적 사업 제휴를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또 다른 사모펀드가 하나투어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사모펀드의 여행사 지분 보유는 드문 일은 아니다. 여기어때도 사모펀드인 CVC캐피탈이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지분 80.49%를 보유해 최대 주주다.
여행업계는 여행 수요가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된 것이 아닌 만큼 여행업 성장 여력은 충분해 지금 인수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하나투어 지난 1분기 패키지 송출객 수는 58만2천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이는 2019년과 비교하면 60%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이미 고강도 구조조정 단행…경쟁력 저하 우려도
일각에선 대주주가 또 변경되면 코로나19를 거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한 하나투어 본원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행사는 인적 자원 의존도가 높은 업종 중 하나여서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와 또다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이제 회복세를 탄 하나투어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나투어는 앞서 실적이 부진한 마크 호텔과 SM면세점을 정리하고 해외법인도 크게 줄였다.
이에 따라 직원 수도 2019년 말 2천500명에서 작년 말 1천270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마이리얼트립이나 야놀자 등 OTA 업계에서 패키지여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패키지여행 시장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하나투어가 주당 5천원의 특별 결산배당을 진행하며 IMM PE가 134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긴 점도 눈총을 받고 있다.
하나투어는 이번 특별배당을 위해 작년 순이익보다 많은 774억원을 재원으로 썼다.
다만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최대 주주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가장 힘든 시간에 구원 등판했던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큰 고비를 넘기는 데 충분한 기여를 했고 턴어라운드(실적 개선)하는 시점인 만큼 전문 경영의 필요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시가총액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계산해 하나투어 매각가가 3천억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만큼 매각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대주주 손바뀜이 잦아지면서 소비자 가격 인상을 초래할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기대보다 늦어지면서 매각이 녹록지 않을 수 있다"며 "하반기 이후부터 금리인하 시기가 언급되면 기업 가치 할인율은 좀 더 줄어들 수 있고, 업황과 실적 회복 가능성을 감안하면 (매도자와 매수자 간) 합의가 잘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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