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다

최훈길 2024. 4. 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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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만해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무시했다. 필자도 그랬다. 화폐는 오직 중앙은행만이 발행할 수 있고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즉 아무 통제를 받지 않는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정부)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고 이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류 경제학자들의 시각이었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결국은 시장에서 퇴장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그 존재 가치가 퇴색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최근의 가격 상승은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은 달러라는 기존 화폐와의 교환 비율이다. 비트코인은 그 설계상 발행 물량이 제한돼 있다. 최근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바꿔 말하면 화폐 유통량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희소성은 높아지고 비트코인과 화폐의 상대 가격은 변동한다. 즉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때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중앙은행들이 긴축적으로 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하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내려간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지점이 있다. 과연 이러한 현상이 비트코인의 가치가 변하는 것인가. 아니면 달러화의 가치가 변하는 것인가. 비트코인도 달러화도 모두 가치저장의 기능을 가진다. 전체 유통 물량으로 보면 비트코인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달러 유동성이다. 모든 중앙은행들은 경기와 물가 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줄였다 늘렸다 한다. 그러기에 비트코인의 실제적인 가치는 언제나 거의 변화가 없다. 변하는 것은 달러화의 가치다.

최근 금 가격이 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실 금도 실제 가치를 본다면 별 쓸모는 없다. 금이 가지는 희소성 때문에 가치저장 수단의 기능이 인정됐고 그래서 금을 안전자산이라고 부른다. 똑같은 논리로 비트코인도 이제는 안전자산이다. 희소성을 가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승인하면서 제도권 안으로 자리를 잡았다.

비트코인 최근 1년 시세 추이. (사진=코인마켓캡)
그런데 여전히 국내 언론들은 비트코인에 대해서 부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접근한다. 처음에는 비트코인이 1억원을 돌파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가 최근 급등락을 하면서 투기 과열을 지적하고 빚투, 영끌로 손해를 본 케이스에 관심을 가진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은 이익을 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단기적인 이슈로만 비트코인을 바라봐서는 큰 흐름을 놓칠 수 있다.

현재는 금이라는 안전자산의 가치에 기대었던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가 붕괴된 이후의 세상이다. 달러화라는 기축통화(anchor) 중심의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국제통화로서의 달러화의 가치가 크게 변하면 안 된다. 연준은 세계 경제를 살펴볼 여력이 없다. 미국 내 상황에 맞춰 통화정책은 시간이 갈수록 변덕스러워지고 있다. 이 말은 시간이 갈수록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의 위상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의 랠리가 단순히 연준의 금리 인하로 해석돼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헤게모니 변화를 가지고 해석해야 한다. 현상에 주목하지 말고 그 뒤에 숨어 있는 큰 흐름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고 단기적인 수익을 바라보고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은 많은 투기 자금들이 들락날락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가격의 급변동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비트코인 이외에 다른 코인들은 믿지 말아야 한다. 테라·루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그러한 코인들은 비트코인과 달리 객관적인 통제 장치가 없어 제도권 내로 들어와 시장의 인정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투자는 개인의 판단에 의해서 하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잊지 말자.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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