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부산 정주 만족도 높지만 잦은 출장에 피로도 높아

신유진 기자 2024. 4. 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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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공공기관 지방이전 명과 암⑥] 지속되는 '인재 유출'… 실질 대책 필요한 시점
[편집자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수도권에 위치한 153개 공공기관이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표로 했던 지역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력 및 인구 분배 효과가 미흡한 것을 증명하는 지표들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오히려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그림자를 들여다봤다.

정부가 2014년 부산국제금융센터를 설립해 금융공기업의 이전을 본격화했다. HUG는 혁신도시 정책에 따라 본사를 서울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이전했다. 부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된 행정 업무로 인해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등 행정력의 낭비 문제는 숙제로 남아 있다.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지방으로 간 공공기관… "지역 경제 살아났나요?"
②나주 이전 10년 '한전'… "만년 과장으로 남겠습니다"
③부산 생활 19년차 '거래소'… 처참한 금융중심지
④'부산行' 산업은행, 젊은 직원 줄퇴사에 10년간 7조 손실 추정
⑤10명 중 8명 "본사 가기 싫어"… LH 직원 처우 나빠졌다
⑥HUG, 부산 정주 만족도 높지만 잦은 출장에 피로도 높아
⑦고시원에 상사와 동거 중… '신의 직장' 공공기관 직원


# A씨는 부산으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에 수십년째 근무하고 있다. 본사가 서울에 있는 동안 가족들과 함께 살았지만 부산 이전 후에는 정신없는 생활을 보냈다. 대외 업무의 특성상 서울 출장이 잦아 KTX를 타고 부산과 서울을 하루 동안 왕복 이동한 날이 셀 수 없이 많다. 자녀들의 성장 과정을 함께하지 못한 것도 늘 마음 한구석엔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한민국 제2의 서울로 불리는 부산광역시는 2014년 부산국제금융센터를 설립해 금융공기업의 이전을 본격화했다. 고소득 직종의 하나로 손꼽히는 금융권의 공공기관들이 이전하며 부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된 행정 업무로 인해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행정력의 낭비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22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년간 주요 임원의 출장 일수가 과도하다는 논란에 부딪쳤다. 이재광 당시 HUG 사장은 연간 근무일 330일 가운데 149일(45%) 동안 타지역 출장을 갔다. 후임인 권형택 전 사장도 근무일 356일 가운데 211일(59%)은 출장길에 올랐다.

당시 이종배(국민의힘·충북 충주) 의원은 "출장 결과 보고서를 보면 누구를 만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사유가 공개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2014년 12월 본사를 서울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옮긴 HUG는 올해 이전 10년차를 맞았다. HUG에 따르면 부산의 경우 인프라가 구축된 대도시인 데다 지역 출신이 많아 본사 근무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부산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방 이전 공기업 중에 부산의 경우는 전통 대도시라는 특수성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HUG 관계자는 "전국 순환근무가 원칙이어서 한 지역에만 근무하는 것은 어렵다"며 "젊은 직원들도 주거지를 부산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거부감은 적은 편이라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부산국제금융센터에 있는 HUG 본사. /사진=HUG 제공


HUG, 5년간 지역 인재 채용률 30%대… "법적 의무보다 높아"


HUG는 부산으로 이전한 뒤 지역 인재 채용·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지역 인재 채용 의무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것이다. HUG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간 30% 이상을 부산 지역 인재로 채용했다.

2019년 전체 채용 인원 28명 가운데 지역 인재는 11명으로 39.3%를 달성했다. 이는 법정 채용률인 21%보다 높았다. 이어 ▲2020년 13명 30.2%(이하 법정 채용률 21%) ▲2021년 25명 35.21%(27%) ▲2022년 24명 33.8%(30%) ▲2023년 19명 35.9%(30%) 등으로 나타났다.

부산 인재 장학금 사업에도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60억원을 지원했다. 700명 이상의 지역 내 IT 우수 인재를 육성하고 기업 인력 확보에 도움을 주는 선순환 체제를 구축했다.


인력 유출 숙제… 청년 구직자 10명 중 7명 "지방 근무 기피"


다만 이는 타 공공기관 대비 상대적인 것일 뿐 갈수록 지방 이전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의 인력 유출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최근 KDB산업은행이 부산 이전에 반대하며 다시 이슈가 부상했다. 정부가 2022년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확정하며 전문직을 포함해 40명 이상의 인원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거주 청년 구직자 300명을 대상으로 '지방 근무에 대한 청년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은 지방 근무를 기피한다고 답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여러 고려해야 문제가 있다"라며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대의겠지만 집과 가족 등 삶의 터전을 정리하는 것은 개인의 삶에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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