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말린 부산행, 오재현은 왜 출전을 강행했나?

부산/최창환 2024. 4. 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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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부산/최창환 기자] “진짜 시즌이 끝난 게 맞는 건가.” 오재현(25, 186.4cm)은 몇 번이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개인적으로는 커리어하이를 새로 썼지만, SK는 지난 2시즌의 영광을 뒤로 하고 6강에서 시즌을 마쳤다.

서울 SK는 8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CC와의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7-97로 패했다. SK는 시리즈 전적 3패에 그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2021년 전희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며 신흥 강호로 떠올랐지만, 올 시즌은 ‘슈퍼팀’ KCC를 넘지 못했다.

관심을 모았던 오재현은 벤치멤버로 나섰다. 31분 57초나 소화하며 12점 2스틸을 기록했다. 2차전에서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된 선수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의 투혼이었다. 전희철 감독은 부산 원정에 데려가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오재현이 7일 면담을 요청해 의지를 내비쳤다. 결국 재검진을 거쳐 오재현의 동행이 결정됐다.

오재현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고, 이기고 싶었다. 감독님, 코치님들을 설득해서 뛴 건데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해 아쉽다. 부산까지 와준 팬들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그래서 끝까지 해보고 싶었는데 아쉬운 결과에 그쳤다”라고 3차전을 돌아봤다.

팀 내 국내선수 중 김선형(15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득점을 올렸지만, 아무래도 부상 여파가 있었다. 진통제까지 맞으며 코트에 나섰지만, 발목 통증은 계속해서 오재현을 괴롭혔다.

“솔직히 말하면 안 좋았다. 너무 아팠고, ‘진짜 뭐가 잘못되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게 왔다.” 오재현의 말이다. 전희철 감독 역시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오재현이 출전을 강행했다.

오재현은 “감독님이 교체해주겠다고 하셨을 때 ‘더 뛰고 싶다’라고 말씀드렸다. 이후 코치님들도 ‘이제 그만 뛰자’라고 하셨지만, 나는 후회를 남기기 싫었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만약 이겼다면 4차전은 못 뛰었을 것이다. 이 몸으로 한 경기 더 나갔다면 팀에 도움이 안 됐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재현은 20대에 불과한 선수다. 앞으로 선수로 뛸 날이 훨씬 많은 만큼, 주위에서도 강행을 만류했다. “부모님도 반대했다. 주위에 있는 모든 분들이 (부산에)안 내려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셨다”라고 운을 뗀 오재현은 “도움이 안 된다는 것보단 내 미래를 걱정하며 하신 말씀이었지만, 나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다. 항상 매 순간을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뛰어왔고, 뛸 수 있다면 최대한 많이 뛰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오재현은 더불어 “결정적으로 우리 팀이 2차전까지 좋은 경기를 치렀다면 이렇게까지 무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줬다. 그래서 어떻게든 뛰고 싶었다. 수비하라면 수비만이라도, 리바운드하라면 리바운드만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 경기까지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서 죄송하다”라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SK의 시즌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지난 두 시즌보다 빨리 오프시즌을 맞이한 SK는 규정상 60일 동안 팀 훈련 소집이 금지된다. 몸을 회복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는 게 오재현의 견해다. 오재현은 “몸 상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두 달 동안 팀 훈련이 없기 때문에 쉬면서 재활하면 문제없을 것 같다. 그저 아쉬움이 남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음 시즌에 대한 각오도 내비쳤다. “팀이 부상으로 인해 너무 힘든 시기를 보냈다. 감독님도 선수단을 꾸리는 게 정말 힘드셨을 것이고, 워니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라고 올 시즌을 돌아본 오재현은 “개인적으로는 잊지 못할 시즌이었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아닌, 매 시즌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됐다고 생각한다. 치욕을 마음에 새기고 다음 시즌을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훈련 많이 하겠다”라고 포부를 다졌다.

이후 아이싱한 발목을 절뚝이며 체육관을 빠져나간 오재현은 몇 번이고 “진짜 시즌이 끝난 건가. 믿을 수 없다”라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한편으로는 다음 시즌에 또 한 단계 성장할 그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뒷모습이었다.

#사진_점프볼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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