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 주관하며 투자까지... 금융당국, 캡티브 영업 관행 살핀다

이인아 기자 2024. 4.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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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사채 주관을 두고 증권사 간 캡티브(captive·발행을 주관하면서 계열사를 통한 투자까지 약속하는 것) 영업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당국이 현황 파악에 나섰다.

캡티브 영업은 증권사 DCM(부채자본시장) 부서에 회사채 발행 주관계약을 따내기 위해 계열사 자금으로 낮은 금리에 매수 주문을 대거 넣겠다고 사전에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이 개입해 캡티브 영업 관행이 사라져 회사채 발행 금리가 오르면, 발행사 입장에선 이자비용이 커져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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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발행 주관 두고 증권사 간 경쟁 심화
금융당국 “캡티브 영업 관행 파악 중”
개선책 마련 쉽지 않을 듯

최근 회사채 주관을 두고 증권사 간 캡티브(captive·발행을 주관하면서 계열사를 통한 투자까지 약속하는 것) 영업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당국이 현황 파악에 나섰다. 주관사 계약을 따내면서 낮은 금리에 발행을 약속하는 관행이 자리 잡으면서 시장 가격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선책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증권사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릴뿐더러 기관 투자자의 투자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탓이다.

일러스트=손민균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까지 회사채 발행 주관·인수를 많이 하는 증권사들로부터 일부 발행사의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표를 받아 특이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회사채 수요예측 당시 주문 경쟁이 치열했던 기업부터 그렇지 않은 곳까지 무작위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표에는 희망 금리밴드별로 어느 기관의 어느 부서에서 얼마나 매수 주문을 적어냈는지 등의 정보가 적혀있다. 예를 들어 같은 증권사더라도 각기 다른 부서에서 회사채 주문을 낼 수 있다. 주문을 낸 담당자도 따로 적시된다. 보통 주관사에서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표를 정리해 금리, 물량별로 잘라 기관에 배분한다.

최근 회사채 주관사단이 대형화하면서 캡티브 물량이 늘어나 시장 금리를 왜곡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캡티브 영업은 증권사 DCM(부채자본시장) 부서에 회사채 발행 주관계약을 따내기 위해 계열사 자금으로 낮은 금리에 매수 주문을 대거 넣겠다고 사전에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증권사 간 경쟁이 심할수록 회사채 발행 금리가 떨어져 낮은 금리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증권사는 회사채 발행 주관 수수료를 얻는다. 다만 실제 수요자나 캡티브 영업이 어려운 증권사들 입장에선 불만이 큰 상황이다.

일례로 올해 HD현대그룹 계열사인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등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희망금리밴드 하단보다 한참 낮은 수준에서 주문이 대거 들어왔다. 특히 세 회사의 5년물은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했다. 모두 민평금리보다 최소 100bp(1bp=0.01%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주문이 마감됐다. 각 증권사가 캡티브 물량으로 주문을 채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이는 추정일 뿐이다. 주문을 넣은 기관 입장에서는 우량한 회사채에 투자하기 위해 낮은 금리에 주문을 낸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대표 주관계약을 맺기 위해 계열사 물량을 가져왔다고 시인할 증권사는 없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나중에 수요예측 결과표를 보고 특정 부서에서 너무 낮은 금리에 무더기로 주문을 낸 곳이 있다면 캡티브 물량으로 짐작하곤 한다”며 “이런 게 반복되면 업계에서는 캡티브로 물량으로 보는데, 사실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파악에 나섰지만, 당장 개선책이 나오긴 어려운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개입해 캡티브 영업 관행이 사라져 회사채 발행 금리가 오르면, 발행사 입장에선 이자비용이 커져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 기업계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는 것이다. 기관 투자자 또한 우량채에 투자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면 금융당국이 반박하기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에서 캡티브 영업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 자료를 받아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모니터링 단계일 뿐, 시정 방향을 제시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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