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배구 끝나도 '봄바람' 부네, '여제' 김연경이 돌아온다[초점]

[양재동=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V-리그의 포스트시즌을 의미하는 '봄배구'는 끝났지만, '봄바람'은 멈추지 않고 불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다음 시즌에도 코트에 머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8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 시상식을 개최했다.

여자부 정규리그 MVP 주인공은 흥국생명의 김연경이었다. 통산 6번째 MVP 수상이다.

흥국생명이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건설에 0승3패로 밀려 우승을 놓쳤지만, 김연경은 그럼에도 올 시즌 여자부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득점 6위(775득점), 공격 2위의 성적으로 흥국생명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끈 공을 인정받았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김연경의 은퇴 여부였다. 2022~2023시즌 도중 "은퇴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던 김연경은 도로공사와의 챔피언결정전서 2승 후 충격의 3연패를 당한 후, 고민 끝에 흥국생명과 FA로 1년 재계약을 맺었다. 은퇴 대신에 2008~2009시즌 이후 15년 만의 V-리그 우승 도전을 외치며, 흥국생명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결국 김연경의 이번 도전도 현대건설과 챔피언결정전 패배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고, 흥국생명과의 계약을 마친 '배구여제'는 또다시 은퇴와 현역 연장의 기로에 섰다.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재동행, 타팀 이적으로 다시 우승을 노릴 수도 있었지만, 2시즌 연속으로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충격, 해외와 국가대표팀에서 충분히 쌓은 명성으로 미뤄봤을 때 이번만큼은 은퇴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사실 김연경의 아픔은 이전부터 이어졌다. 김연경은 국내 복귀 시즌인 2020~2021시즌 국가대표 '쌍둥이 듀오' 이다영, 이재영과 함께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다. 친정팀에서 가볍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김연경은 이후 상상하지 못했을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2020~2021시즌 쌍둥이들의 학폭 논란에 이어, 흥국생명에 재차 복귀한 2022~2023시즌 도로공사에 챔피언결정전 2승 뒤 3연패 리버스 스윕, 2023~2024시즌에는 현대건설에 챔피언결정전 3전 전패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김연경은 그럼에도 꺾이지 않았다. 이번 MVP 수상 소감에서 "많은 팬 분들을 위해 다음 시즌 한 번 더 우승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 역시 김연경의 발언에 대해 "김연경과 재계약한다"고 밝혔다.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 임한 김연경은 "시즌 중반부터 어느 정도 결정한 사항이었다. 결과에 상관없이 가족, 지인, 구단과 얘기를 나눴다. 팬 분들을 생각했고 이번 시즌 성적의 발전도 있어서 현역 연장을 결정하게 됐다"며 "2시즌 연속 준우승으로 마무리해 다음 시즌 부담이 더 크지만 그걸 이겨내고 우승을 이뤄낼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에게 정상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김연경이 누구인가. 그는 흥국생명과 한국 여자배구의 '리빙 레전드'다. 김연경은 2009년 일본 무대로 진출하기 전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서 4시즌간 활약했다. 당시 2005~2006시즌부터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었고, 2008~2009시즌엔 정규리그 우승 대신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따냈다.

김연경은 또한 국가대표로서 2012 런던 올림픽 4위, 2020 도쿄 올림픽 4위 등 굵직한 성적을 내며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전성기를 이룩했다. 김연경은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 리그에서도 세계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며 한국 배구의 자존심으로 우뚝 섰다. 그가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했음에도 V-리그 최고의 흥행 카드가 됐다는 점은 여전한 스타성을 입증하기에 너무나 좋은 증거였다.

하지만 화려한 커리어에도 한국 복귀 이후 너무나 많은 좌절을 겪었기에, 아무리 김연경이라도 쉽사리 현역 연장을 결정하지 못할 듯했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의 마지막 순간인 시상식에서 모두가 놀랄 만한 현역 연장 소식을 전했다.

배구 룰은 몰라도 김연경은 알 정도로 '배구여제'가 한국 프로배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김연경은 팬들의 응원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한 시즌 더 즐거움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배구계 최고 슈퍼스타 김연경의 현역 연장 선언은 봄배구가 끝난 V-리그에 새로운 봄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