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총선 후 합동 기자회견 예고…의료대란 분수령 '촉각'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강행 가능성도 남아있어 '긴장감'
일부 의대 수업재개…유급 우려에도 복귀 여부 불투명
오는 10일 총선 이후가 의료대란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이후 의사단체들이 한데 모여 합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면서 정부와 타협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총선 이후 정부가 근무지 이탈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유예했던 면허정지 처분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의정갈등과 의료공백이 심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의협 비대위와 전의교협(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 의대생 등 각자 목소리를 내고 있던 조직들이 의협을 중심으로 모여 합동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며 "아마도 총선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정부가 의사단체들에 협상을 위해 대표단을 구성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게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는 화답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합동기자회견 등을 통해 여러 의료계 단체들이 모인다면 정부와도 함께 자리해서 또 생산적인 토론이 있기를 기대한다"며 "그걸 통해 국민들이 어렵고 힘든 부분들을 빨리 해소해 드리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을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만큼 의정갈등이 타협안을 찾아갈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정부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견지한다"고 했다. 박 차관도 이날 증원 규모 변경 관련 "현실적으로는 매우 참 어려운 상황인 건 틀림없다"면서도 "신입생들 모집요강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의료계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1년 유예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 박 차관은 "내부 검토된 바 없고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며 "의료계의 통일된 의견이 선결조건"이라고 재확인했다.
박 차관은 그러면서 "2000명 증원은 과학적 연구에 근거해 꼼꼼히 검토하고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도출한 규모"라며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통일된 의견을 제시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입장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을 둘러싸고 의정 간 타협이 갈수록 어려울 수도 있다. 의협이 '원점 재논의'를 고집하는 데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전면 백지화,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정부가 이탈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 절차를 재개할 가능성도 크다. 정부 안팎에선 애초에 정부가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면허정지 처분을 아예 안 내리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날 의사 집단행동이 8주차에 접어들면서 의료역량은 약화하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27개 중증응급질환 중 일부 질환에 대한 진료제한 메시지를 표출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16개소다. 또 환자가 치매, 만성편두통 등 장기 복용 의약품을 원활하게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관련 시·도 부단체장 회의를 열어 지역 의료현장의 비상진료대책 추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중증·응급환자가 적정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의원급 의료기관 간 진료협력체계 강화에 지자체의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독려했다.
한편 정부 증원 정책에 반발한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지난 2월부터 휴강 중인 의과대학들이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8일부터 속속 수업을 재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적지 않은 의대생들이 학교에 복귀하지 않고 있어 학사일정이 정상화될지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대학가와 의료계에 따르면 경북대와 전북대는 이날부터 의대생들 수업을 시작했다. 재학생 665명 중 641명이 휴학계를 낸 전북대의 경우 대면과 비대면 강의를 병행해 의대 수업을 진행키로 했다.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가톨릭대와 가톨릭관동대는 오는 15일, 이어 강원대는 22일에 각각 의대 수업을 개시키로 했다. 중앙대는 다음 달 1일 개강을 확정했다. 지난 1일 개강한 가천대는 이미 온라인 강의를 열어뒀다.
대학들이 잇따라 수업을 재개하고 나선 것은 최소 수업일수를 채워야 해서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의 수업일수를 연간 최소 30주 이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의대의 경우 본과 3~4학년 임상실습 기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의대생이 복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7일 휴학계를 추가로 제출한 의대생 수는 누적 1만375명으로 재학생의 55.2%에 달한다. 대학들이 의대 수업을 재개해도 의대생들이 출석을 거부하면 출석일수 미달로 F를 받아 유급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료법상 국시 응시자격은 졸업자나 졸업예정자이기 때문에 4학년 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국시 응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구단비 기자 kdb@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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