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에 시름… 주요 건설업체 영업이익 '-41%' 뚝
9일 한국신용평가는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건설업체 중 분기실적을 공시하는 12개 기업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이 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3조1000억원) 대비 41% 감소했다. 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GS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신세계건설·SK에코플랜트·KCC건설·서희건설·한양·아이에스(IS)동서다.
분양경기 부진의 장기화와 더불어 공사원가 상승으로 사업성이 저하되는 현장이 늘어남에 따라 2022년부터 착공물량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기 저하로 인한 주거용·비주거용 건축 공종 수주 위축으로 지난해 국내 건설 수주액 또한 전년(230조원) 대비 17.4% 감소한 190조원에 머물렀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공급 관련 선행지표들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그동안 지속적인 착공물량 누적으로 성장세를 지속했던 건설업체의 매출규모도 일정 부분 작아질 것"이라며 "인허가에서 착공과 매출 인식까지의 시차를 감안할 때 업체별로 차이는 있겠으나 올 하반기부터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매출이 감소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21년 이후 글로벌 원자재 인플레이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근로자 수급의 어려움 등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공사원가 부담은 여전히 건설업체들의 수익구조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사원가 상승의 시발점이 되었던 철근가격은 2022년 하반기부터 점차 안정됐으나 시멘트 가격의 강세와 더불어 인건비도 상승을 지속하면서 건설공사비지수는 우상향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일부 현장에서 근로자와 건설장비 수급 불안 등으로 지연된 공기를 준수하기 위한 돌관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해 장비와 인원을 집중 투입하는 공사)가 이뤄졌다. 미분양으로 인한 손실을 인식하는 사례까지 늘며 건설업체 전반의 수익성은 저조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들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던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4분기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미분양 주택 수 역시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북(구미·칠곡·안동 등) 지역의 미분양이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 분양경기가 양호했던 인천과 경기를 중심으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확대됐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수도 2022년 10월 말 기준 약 7000가구에서 올 1월 말 기준 1만1000가구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전 연구위원은 "현재까지 공사원가 상승을 도급금액에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한 진행현장의 비중이 높은 점, 미분양 현장과 PF 우발채무 관련 손실 인식 가능성이 상존하는 점, 차입금 증가와 금리 상승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건설업체 수익성이 단기간 내에 크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2개 건설업체의 합산 영업현금흐름은 높아진 공사원가로 인한 수익성 저하와 더불어 주택사업 중심의 매출 성장에 기인한 영업자산 부담으로 2022년부터 마이너스 수치를 이어왔다. 2020~2021년에 걸쳐 분양된 현장이 준공 막바지에 이르면서 관련 공사미수금이 큰 폭
으로 증가한 점이 영업현금흐름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합산 순차입금의 경우 2022년 영업현금흐름이 전년 대비 약 3조6000억원 감소했다. 롯데건설은 PF 우발채무로 약 2조8000원의 순차입금이 늘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공사미수금 부담이 이어져 대부분의 건설업체에서 차입 규모가 확대됐다. 롯데건설은 메리츠금융그룹 펀드 조성 등을 통한 차입금 상환에 합산 순차입금 규모가 전년 말과 유사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해에는 공사미수금, 시행사 대여금을 비롯한 영업자산의 안정적인 회수 여부와 PF우발 채무 관련 대응이 건설업체 현금흐름과 재무구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 연구위원은 "지난해 주택 입주물량이 정점에 도달한 가운데 착공물량도 감소세를 나타낸 점을 감안하면 진행 현장의 순차 준공과 더불어 공사대금을 원활하게 회수할 경우 재무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며 "분양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입주 잔금의 유입이나 진행 현장의 공사대금 지급이 지연되면 차입규모의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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