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이 북한보다 못한 무역 적자국”이라는 이 대표

조선일보 2024. 4. 9.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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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신일교회 앞에서 야당 지지를 호소하며 연설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유세에서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못한 무역 적자국이 됐다"고 주장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선거 유세에서 “한국이 (윤석열 정부 이후) 1년 10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북한보다 못한 무역 적자 국가가 되고 말았다”고 되풀이 주장했다. 또 “외환 부족으로 다시 외환 위기를 겪게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한국은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반도체와 대미(對美) 수출 증가로 10개월 연속 무역 흑자를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윤 정부 초까지 반도체 경기 침체와 대중(對中) 수출 부진으로 무역 적자를 봤지만 지난 얘기다. 이번 달 외환 보유액도 4192억달러로 세계 9위다. 고물가와 내수 부진에 서민 경제가 어렵지만 무역 적자와 외환 위기 주장은 근거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과 반대다.

한국이 북한보다 못하다는 말은 황당하다. 지금 세계에서 국민이 굶어 죽는 나라는 북한 등 극소수 몇 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이 그런 나라보다 못하다는 얘기는 과장의 차원을 넘어섰다. 세계 10위권 경제국인 한국을 북한과 비교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북한도 무역을 하지만 한국의 작은 기업 한 개의 수준이다. 2022년 수출은 1억5900만달러, 수입은 14억2661만달러로 무역 적자가 12억6761만 달러였다. 무역 적자가 수출의 8배다. 또 무역의 96.7%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통계상 경제 규모는 한국의 60분의 1이라지만 실제로는 수백분의 1일 것이다. 무역 규모는 400배 넘는 차이다.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아무리 선거가 임박해 아무 말이나 한다고 하지만 이 대표 주장은 귀를 의심케 한다.

이 대표는 국회 입법권을 독점해 온 과반 다수당 지도자다. 이번 총선에서도 독자 과반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경제 상황과 상식에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생각을 갖고 있다. 우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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