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러 무인기서 발견된 한국 전자 부품… 전략물자 수출 통제 강화를

강호 前 전략물자관리원 수출관리본부장 2024. 4.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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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무관함.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으로 국제 안보가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미사일과 재래식무기가 이 전쟁에서 남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 무기의 개발과 제조에 사용된 소재, 부품과 기술이 많은 경우 민군(民軍) 겸용의 이중(二重) 용도 전략 품목이라는 점이다.

비확산 수출 통제는 전략물자와 기술의 수출을 통제하여 무기의 개발, 제조, 이전 등 확산을 저지하거나 확산 속도를 둔화시킴으로써 국제 평화와 국가 안보의 유지에 이바지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최근 공작기계가 정부 허가 없이 한국에서 중국을 거쳐 러시아로 우회 수출되었다. 공작기계는 자동차 제조 및 절삭뿐 아니라 핵무기 원료인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의 제조에도 사용되는 소위 이중 용도의 전략물자이다. 그런가 하면 러·우크라 전쟁에서 파괴된 러시아 무인기(UAV)에서 일본, 미국, 스위스, 한국 등의 기업에서 조달된 초소형 전자 기술 부품이 다수 발견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나라 수출 통제 제도의 허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나라 수출 통제 법제를 더 강화하고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를 위해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재수출 통제의 도입이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입된 반도체 소재의 일부가 중국 등 제3국으로 수출된 사실을 들어 일본은 한국의 수출 관리가 허술하다며 한국의 수출 통제 제도를 불신한 사례가 있다. 미국은 해외로 수출된 자국산 전략 품목의 제3국 수출을 통제하고 외국으로 이전된 자국산 기술이 외국 내 제3국 외국인에게 제공되는 경우에도 당해 기술이 제3국으로 이전된 것으로 간주하는 등 재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전략물자 수입 후 제3국 수출을 통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 캐치올(catch-all) 통제 강화이다. 원칙적으로 수출 통제는 통제 목록에 있는 품목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목록에 없거나 통제 사양에 해당하지 않는 품목이라도 최종 용도가 군사용이거나 최종 사용자가 의심스러울 때는 통제하라는 것이 국제 체제 지침의 근본 취지이다. 따라서 캐치올 통제를 폭넓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략 기술의 무형 이전 통제이다. 전략 기술은 전략물자의 개발, 제조 및 사용에 필요한 세부 정보를 말하는데 기술은 이메일, 전화, 팩스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손쉽게 이전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개발 기술과 제조 기술의 이전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으면 전략물자의 확산이 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업뿐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대학과 연구소에 대해서도 교육 홍보를 통해 기술의 무형 이전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허가 심사와 법 집행 강화이다. 수출 허가 당국은 심사 시 수입자의 유령 회사 여부, 최종 용도와 최종 사용자 및 최종 목적지와 경유 및 환적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정기 및 수시 점검을 통하여 불법 수출 등 수출 통제 법규 위반을 적발하고 위반 정도에 비례하여 행정 제재를 엄격히 부과하는 등 법 집행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세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관은 최후의 방어선으로서 무허가로 수출 통관 하려는 전략물자를 탐지하고 적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작기계, 탄소섬유, 생화학 무기 제조 장비, 방사성물질 등 전략물자에 대한 고도의 식별 능력이 필요하다. 전략물자 관리원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식별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마지막은 기업의 자율 준수 능력 향상이다. 기업은 수출하려는 전략품목의 최종 사용자와 최종 용도를 철저히 확인해야 하며, 만약 수입자가 관련 정보 제공을 기피할 경우 이를 의심하고 거래를 삼가든지 아니면 정부에 수출 허가를 신청하여 심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기업의 수출 통제 자율 준수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

현재 우리는 경제 안보 시대에 살고 있다. 경제(무역)와 국가 안보는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일심동체의 관계이다. 수출 통제의 기본 요소에 대한 충실한 이행이야말로 수출 대국인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합리적인 정책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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