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77] 일방적 소통과 동기부여 소통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4. 4. 9.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모, 수면, 피트니스, 영양, 마음 관리 같은 웰니스 시장이 성장세다. 미국에서 규모가 연 5~10%씩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런데 고혈압·당뇨 등 만성 질환의 약물 순응도(처방에 따라 약물을 복용하는 것)는 약 50% 수준으로 보고된다. 절반 정도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사망 위험은 약 2배 커지고, 합병증 발생도 늘어 개인의 삶이 불편해지는 것은 물론 사회적 의료 비용도 크게 증가한다.

부가적이라 할 수 있는 건강관리 영역에 대한 선호는 커지는데 반해 미래 건강을 지켜주는 필수 약물을 복용하는 데엔 왜 저항이 있을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심리적 측면에선 상반된 감정과 생각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가감정’ 때문이다. “안 드시면 큰일 나요” 같은 논리적 설득을 곁들인 강력한 조언이 양가감정 중 수용보다는 저항을 일으킨다. 반면 웰니스 영역은 삶의 조건으로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저항이 적다.

그래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일방적 소통보다 ‘동기부여 소통’이 양가감정으로 인한 저항을 극복하며, 건강한 행동을 이끌어내고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있다. 동기부여 소통의 시작은 ‘열린 질문’이다. 과음이 문제인 사람에게 “술 나쁜 것 아시죠?”라고 말하는 것은 닫힌 소통이다. 열린 질문을 활용한 소통으로 바꾸면 “과음 때문에 고민이 많으시죠. 어떤 것이 술을 줄이는 데 어려움을 주나요?” 하는 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지속적인 열린 질문과 공감 경청으로 “그렇네요. 가족을 생각하니 술을 줄여야겠어요”처럼 변화를 결정하는 의지 표현을 스스로 하도록 돕는 소통이 중요하다. 설득에 마지못해 “알겠다”고 하기보다,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동기부여 정도도 강하고 변화를 유지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단점은 소통을 위한 공감 에너지 소모가 크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동기부여 소통은 리더십, 자녀 교육 등 여러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만약 내일 투표장 가는 데에 양가감정이 있다면 “투표해야 제대로 된 국민이지”라는 말보다는 “내일 투표할 마음이 몇 퍼센트야?”라는 식의 열린 소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이 “30퍼센트”라고 하면 “제로는 아니네. 30퍼센트는 무슨 이유지?” 하며 질문을 이어갈 수 있다. “나도 내 권리를 행사할 마음은 있어. 짜증이 나 가기 싫을 뿐”이라 답한다면 “투표할 마음은 있네. 30퍼센트를 51퍼센트로 올리려면 뭐가 필요할까?” 등으로 질문할 수도 있다. 복잡한 논쟁보다는 “점심 사면 투표할래?” 같은 가볍게 위트를 넣은 말이 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