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정상’ 빠진 한·중·일 정상회의

김태훈 2024. 4. 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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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당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실제로 역대 중국 총리 중에는 저우언라이, 자오쯔양, 리펑 등 주석 못지않거나 그보다 더 유명한 지도자가 여럿 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과 한·중·일 정상이 함께한 이른바 '아세안+3' 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회동이었다.

첫 회의에 주석 말고 총리가 참여한 것이 일종의 전례로 굳어져 중국은 지금도 3국 정상회의에 총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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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당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식 때 미군 의장대는 국가원수를 상징하는 21발의 예포를 쐈다. 앞서 2003년 12월 백악관을 찾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19발의 예포 발사로 환영을 받았다. 주석에 이은 ‘2인자’로서 총리의 위상을 보여준다. 실제로 역대 중국 총리 중에는 저우언라이, 자오쯔양, 리펑 등 주석 못지않거나 그보다 더 유명한 지도자가 여럿 있다.

1999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당시 김대중(DJ) 대통령,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 주룽지 중국 총리 3인이 만났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과 한·중·일 정상이 함께한 이른바 ‘아세안+3’ 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회동이었다. 한·일 관계와 한·중 관계를 나란히 중시한 DJ는 이 모임의 정례화를 희망했다. 다른 두 나라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때까지 없던 한·중·일 정상회의는 이렇게 탄생했다. 과거사 문제로 복잡하게 얽힌 3국 대표가 머리를 맞댄다는 점만으로 동북아 평화 정착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첫 회의에 주석 말고 총리가 참여한 것이 일종의 전례로 굳어져 중국은 지금도 3국 정상회의에 총리를 보낸다. 우리 대통령이나 일본 총리에 비해 중국 총리는 격이 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3국 정상회의가 안보나 군사보다는 주로 경제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총리면 충분하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외교안보는 주석이, 경제 등 내치는 총리가 각각 책임지는 형태로 운영돼왔다.

2019년 12월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4년 넘게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5월 하순쯤 서울에서 열릴 전망이다. 관례대로라면 중국에선 시진핑 주석 대신 리창 총리가 참석할 것이다. 문제는 시 주석 체제 들어 총리의 권한과 입지가 계속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는 총리의 책임 아래’라는 원칙은 무너진 지 오래다. 요즘 중국 경제는 시 주석이 측근인 허리펑 부총리를 통해 직접 챙긴다고 한다. 3국 정상회의가 열리더라도 실세에서 밀려난 리 총리가 ‘정상’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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