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있나?” 그 익숙한 궤변에 대하여 [기자가만난세상]

김수미 2024. 4. 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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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후보가 서울 서초구 고가 아파트를 사는 과정에서 대학생 딸 명의로 거액의 '사업자대출'을 받았던 것을 두고 사기대출 논란이 일자 이를 반박하며 한 말이 공분을 사고 있다.

잘못은 했으나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으니 (나는) 가해자가 아니며, 고로 중한 죄도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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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후보가 서울 서초구 고가 아파트를 사는 과정에서 대학생 딸 명의로 거액의 ‘사업자대출’을 받았던 것을 두고 사기대출 논란이 일자 이를 반박하며 한 말이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편법대출은 인정하면서도 “우리 가족 대출로 피해자가 있나”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 연합뉴스
잘못은 했지만,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륜을 저지르고도 배우자에게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외치던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대사 뺨 치는 망언이다.

똑같은 궤변을 고위공직자로부터 직접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10년 전 출입처였던 공공기관 행사에서 처음 만난 A국장은 당시 한 고위공직자가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일을 언급하며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들을 맹비난했다. 해당 고위공직자는 지역 검찰청의 수장이었고, 당시 현장에 있던 여고생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돼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A국장은 ‘그는 치료가 필요한 아픈 사람일 뿐인데, 언론들이 마녀사냥을 했다”면서 “피해자가 있나?”라고 따지듯 물었다. 기자가 “현장에 있던 여고생이 피해자”라고 답하자 그는 “그게 무슨 피해자냐?”라며 오히려 음란행위를 한 고위공직자가 ‘선정 보도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그와 한바탕 설전을 벌이면서 대체 왜 자신과 상관없는 고위공직자를 감싸며 궤변을 늘어놓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뒤늦게 그가 파견근무 중인 검사라는 사실을 알았다. 
경제부 김수미 선임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해 5월 대구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해 “제 딸내미 때문에 다른 학생이 (입시에서) 떨어진 적은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논리의 변명이라고 지적받으며 회자되고 있다. 
“피해자가 있나?”라는 그들의 궤변에는 나름의 계산된 논리와 공식이 있다. 잘못은 했으나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으니 (나는) 가해자가 아니며, 고로 중한 죄도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엔 언론이 사건을 침소봉대해서 일이 커졌다면서 언론에 화살을 돌린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역 3번출구 앞에서 열린 '검찰독재 조기종식, 서울시민과 함께'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에게 두 손 모아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피해자가 왜 없나. 귀갓길 낯선 남성의 음란행위를 마주한 여고생, 부모 찬스를 쓰지 않고 정당하게 입시를 치렀다가 의전원에 불합격한 응시생, 진짜 사업을 위해 꼭 필요했던 대출을 못받았거나 양 후보 사태로 인해 앞으로 사업자대출을 옥죌까봐 전전긍긍하는 소상공인들이 느꼈을 불안과 분노, 좌절은 누구의 잘못인가. 

언론 탓을 하는 것도 모자라 양문석 후보는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관철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 보도는 언론의 고유 기능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이용해 언론에 ‘입틀막’(입을 틀어막음)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경호처의 입틀막 사태를 맹공하던 야당의 후보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피해자가 있나’라는 항변은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아집과 결여된 양심, 뻔뻔함이 응집된 결과물이다.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 자들에겐 기대할 미래도, 희망도 없다. 

경제부 김수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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