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GALLERY 서울 스페이스, 권기수·류재춘·최영욱 작가 3인전 ‘달과 미궁’전 11일 오픈

손봉석 기자 2024. 4. 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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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수 Trialogue in the reflected red forest-Moon 2024 90.9 x 116.7 cm acrylic on canvas.png



서울 강남 압구정에 위치한 SH GALLERY 서울 스페이스에서 내달 4월 11일, 한국 작가 그룹전을 개최한다.

2015년 일본 동경에서 개관한 SH GALLERY는 그동안 일본 컨템포러리 작가들을 주로 소개해왔는데 2023년 한국 서울 스페이스를 개관 후 처음으로 국내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를 연다.

‘달과 미궁’이라는 동양적인 주제로 권기수, 류재춘, 최영욱 작가 3인전이다. 약 30여점 작품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미술평론가 김노암 감독아래 진행된다.

달(月, Moon)은 상상력의 궁전이다. 하지만 달은 ‘미궁(Labyrinth)’처럼 들어가는 입구는 분명한데 일단 달의 매혹적인 세계로 입장한 후에는 그 궁전 출구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최영욱 Karma 2023 12 -25 2023 162 x 146 cm mixed media.png



달과 관련된 신화와 전설을 떠올려보라. 달은 ‘여성성’을 상징하며 여신(女神)의 형태로 나타난다. 해가 생명 창조자로서 지상에 생령의 에너지를 공급한다면, 달은 문화와 예술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창조자로 이해된다. 동서를 막론하고 달은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인식 이전에 인간의 상상력과 신화적 인식의 원천이자 상징이다.

김노암 미술평론가는 “해 떨어진 밤에도 발에 매인 그림자는 길게 늘어진다. 밤길을 재촉하면 어느새 달이 쫓아온다”고 설명한다.

권기수 작가는 한국화가로는 국제적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작가인 권기수 작가는 현대미술에서 한국화의 새 관점과 형식을 선보여왔다. 작가는 2008년, 2010년 구글 초대전 한국 대표 작가로 뉴욕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이후 풀브라이트 후원으로 미국에 체류하며 작품활동을 하였다.

권기수 작가는 밀레니엄 전후로 다양한 미디어의 발전과 변화에 조응하여 한국화 새로운 방법론을 실험하며 제시하였다. 권기수 작가 회화를 대표하는 동구리 이미지는 권기수 작가의 세계관이 확장되는 무한한 수의 텍스트의 맥락과 이해의 지평을 열어놓는 문지기처럼 이해된다.

류재춘 Blue Moon 2024 130 x 480 cm 한지에 수묵채색.png



산수와 일체가 된 인물들은 인간이 자연과 하나됨을 상징하는 하나의 조형적 장치로 작용한다.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탈속의 경지를 상징한다. 동구리도 그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불특정한 운동과 형상을 지칭하는 지표일 뿐이다. 일반적인 캐릭터와는 다르다, 동구리는 순환구조를 은유하며 둥근 형태를 닮은 생의 형상, 카르마를 떠올리며 생사(生死)의 순환성을 은유한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창의, 동서의 문화적 차이를 연결하고 융합하는 새로운 유형의 이미지를 권기수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권기수 작가 동구리는 문화권에 갇혀있거나 시공의 경계에 닫혀진 의미체계가 아니라 창의와 상상을 통해 생성되어가며 확장되는 열린 체계로서 변해버린 현대 회화에서 의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류재춘 작가 작업의 시그니처는 자연의 여러 사물 가운데 달(月, the moon)을 클로즈업한 시리즈이다. 달과 계곡과 숲과 폭포, 작가가 명명한 바위꽃 등. 작품 속 이미지는 모두 달빛을 받아 형상성을 획득한다. 작가의 수묵은 초지일관 월하(月下)의 산수이다. 작가의 달은 특별히 크고 환하다.

그 빛을 받은 산맥은 유난히 힘차고 거침없다. 산맥과 괴암괴석(怪巖怪石)들이 자기 존재를 뽐낸다. 달과 달빛과 그 빛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형상들이 수묵(水墨)과 디지털 이미지의 융합적 이미지로 진화하며 현대미술의 신선한 창조적 원천으로서의 한국화가 재해석된다. 작가는 달을 둘러싼 수많은 갈래의 서사와 상징을 배경으로 현대 회화와 전통 회화의 다리를 놓으려 한다.

SH GALLERY 서울 스페이스



한국화 미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 시작점이 어디인지 성찰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작가는 오랫동안 한국화의 미학과 전통을 현대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의 그림과 디지털 영상은 오랜 동양의 사유와 문화가 녹아있다.

작가는 밀레니엄을 전후로 우리 미술계의 현장에서 가장 강력하게 등장한 미디어아트의 다양한 형식을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형식으로 과감하게 수용하고 대중적 확산을 위해 거대한 스케일의 미디어아트를 연출해왔다. 국내에서는 코엑스와 더현대에 설치한 미디어파사드를 비롯해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최대 IT, 가전 박람회의 삼성전자 부스에 작품을 연출하였고 해외 여러나라의 주요 전시에 한국의 전통회화를 소개하는데 집중해왔다. 이런 남다른 형식 실험과 노력을 통해 작가는 현대예술로서 한국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새롭게 해석하는 가장 적극적 실천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영욱의 회화는 과거 한국의 미적 전통과 연결되지만 동시에 20세기 서구예술의 전통 속에 발전해온 현대예술의 회화의 변화가 보여준 이미지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특히 밀레니엄 이후 지난 20여년간 한국현대미술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조 또는 스타일로서 한국의 대표적인 모노크롬 회화인 단색화와의 영향 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최영욱 작가의 회화를 특성을 이해하는데 그 의미가 크다.

달항아리가 표현하는 이미지는 우리에게 어떤 영감과 통찰을 불러일으킨다.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 시리즈가 처음 등장한 이후 변함없이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이다. 이 사로잡힘의 경험이야 말로 현대 회화가 우리에게 주는 아주 강력한 감각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으로도 우리는 달항아리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기이한 떨림, 교묘한 숭고미를 온전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최영욱 작가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하얀 집을 짓고 그 안에서 달항아리와 만나는, 회화와 설치가 융합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3년 서울과 런던에서 선보였고 향후 뉴욕과 도쿄, 남극 등 세계 곳곳에서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지구생태환경의 종말적 위기를 마주해 현대예술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작가가 조성한 명상의 집은 작은 미술관이자 기도소이며, 오랫동안 작업의 주제인 ‘업(業, KARMA)’과 조우하는 장소이다. 작가는 조형미의 영역에서 이미지와 명상을 통한 자기 발견의 문제로 나아간다.

‘달과 미궁’전은 권기수, 류재춘, 최영욱 3인의 회화작가 초대전이다. 작가들에게 달은 영원히 매력적인 주제이자 미스테리한 대상이다.

무수히 구성하고 표현해온 달의 이미지, 달의 사유는 작가와 관객 모두에게 신비체험의 통로로 역할 한다. 달을 모티브로 작업하는 3인의 초대전은 현대미술에서 달이 어떻게 인식되고 표현되는지 감상할 수 있다.

전시에 앞서 첫날인 11일 오후 5-7시에 김노암 미술평론가가 참여하는 ‘달과 미궁’전에 대해 나눌 수 있는 리셉션이 열릴 예정이다.

전시 일자: 2024 년 4월 11일 – 5월 4일 (11:30-18:30, 일,월,공휴일 휴무)

SH GALLERY 서울 스페이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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