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증원 축소는 가능, 1년 유예는 불가능”…의료계는 ‘불협화음’
의협 “비대위와 당선인 견해차…극심한 혼선”
당선인 “기자회견 합의 안 했다…한목소리 낼 것”
정부가 당초 2000명으로 밀어붙이던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대화의 문을 넓혔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 내부에서는 ‘대화론’과 ‘강경책’을 두고 비상대책위원회와 차기 회장 사이의 갈등이 커져 ‘한목소리’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8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도 ‘열린 자세’를 강조하며 의료계를 향해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의료계와 대화하고 설득하겠다”며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더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제시한다면 정부는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계 일각의 증원 축소 주장에 대해 “신입생 모집요강이 최종적으로 정해지기 전까지는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학교별 배정을 (이미) 발표해서 되돌리면 또 다른 혼란이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임이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은 대학별 준비 작업을 거친 후, 통상 5월 하순 공고되는 ‘2025학년도대입전형 수시모집요강’에 최종적으로 반영되는데, 그 사이에라도 정원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고 여지를 둔 것이다.
정부는 의협에서 제기된 ‘의대 증원 1년 유예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의협 비대위 김성근 언론홍보위원장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자고 제안했다. 박 차관은 의협이 총선 후 의대 교수, 전공의, 학생들과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중요한 의료계 단체들이 포함된 것으로, 대표성 있는 협의체 구성에서 진일보한 형태인 것으로 평가한다”며 “만나서 대화를 나눠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국민이 어렵고 힘든 것을 해소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의협이 교수단체, 전공의, 의대생과 ‘공동대응 전선’을 꾸리면서 정부와의 소통도 일원화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강경파인 차기 의협 회장이 이런 움직임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내홍이 일고 있다.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이날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임현택 차기 회장 당선인이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의협은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이 발표된 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고, 현 비대위는 김택우 비대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인수위는 공문에서 “의도와는 달리 비대위 운영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내외의 혼선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당선인의 의사에 반하는 비대위의 의사결정 중 ‘중요한’ 사례로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의 만남 주선을 꼽기도 했다.
임 당선인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의협 비대위가 예고한 의료계 단체의 합동기자회견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그는 “(합동 기자회견은 당선인과) 합의된 게 아니었다”며 “일단 다 모아서 의협과의 협의 없이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이날 박 위원장이 합동 기자회견에 대해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혀 무산 가능성을 키웠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택우 비대위원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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