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도 ‘석유 공룡’들은 ‘공격적 투자’
세계 전기차 시장이 수요 둔화로 ‘캐즘’(Chasm·깊은 틈)에 빠졌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글로벌 ‘석유 공룡’들은 잇따라 전기차 관련 산업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최근 열린 미국 아칸소주의 리튬 혁신 서밋 행사에서 아칸소 서남부 리튬 개발 계획이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엑손모빌은 지난해 5월 자원탐사 기업 갤버닉에너지로부터 12만에이커(약 485㎢) 규모의 리튬 매장지를 매입했다. 이 지역 퇴적층에는 400만t 규모의 탄산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기차 5000만대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셸을 비롯한 에너지 기업들은 주유소를 매각하고 대신 전기차 충전소를 확대하는 사업에 나섰다. 셸은 지난달 14일 발간한 ‘에너지 전환 전략 2024’에서 공용 전기차 충전기를 지난해 말 5만4000여개로 늘린 데 이어 2030년 30만개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셸은 지난해 3월 미국 전기차 충전기업 ‘볼타’를 1억6900만달러(약 220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미국에서 3000개 이상의 전기차 충전기를 운영 중이다.
프랑스의 토탈에너지는 벨기에,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4개국에 있는 주유소와 지분을 캐나다 편의점 체인 쿠시 타르에 매각했다. 토탈에너지도 유럽을 중심으로 5만5000여개 전기차 충전기를 구축한 상태다.
지난해 10월에는 영국 BP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부 BP펄스가 미국 내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1억달러 상당의 테슬라 초고속 충전기 ‘슈퍼차저’를 주문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30년까지 미국 전역의 충전소에 최대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BP펄스 중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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