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동문 438명 “김활란은 악질 친일파, 한동훈은 이대 앞에서 쇼해” 일갈

이동준 2024. 4. 8. 20: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대생들, 김활란 동상 앞에 ‘친일행적 알림팻말’ 세우겠다
이화여대 동문들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열린 김활란의 친일-반여성 행각을 직시하며 역사 앞에 당당한 이화인을 바라는 기자회견에서 김활란 이화여자대학교 초대 총장 동상 그림에 손피켓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국회의원 후보의 과거 ‘김활란(1899∼1970)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성상납’ 발언에 대해 이화여대가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이화여대 동문들은 “김활란은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한동훈 구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전투표를 이화여대 앞에서 하는 쇼까지 했다”고 일갈하며 김 총장의 동상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2022년 8월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 나와 ‘조선임전보국단’을 언급하며 “전쟁에 임해서 나라에 보답한다며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김활란”이라며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런 김 후보 발언에 이화여대는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김준혁 후보가 검증되지 않은 자료와 억측으로 본교와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엄중히 대응할 방침”이라며 “본교는 김 후보가 지금이라도 자신의 발언과 태도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후보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 측은 논란이 일자 입장문을 내고 “김활란 총장의 친일 반민족행위를 소개하려 했던 것이지 여성 비하 발언 의도는 전혀 없었다. 여러 매체가 김 후보의 유튜브 발언을 발췌 편집해 보도하고 있다. 발언의 근거가 없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발언의 근거로 이임하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교수의 ‘한국전쟁과 여성성의 동원’(2004) 학술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활란 이대 초대총장. 사진=연합뉴스
김활란 이대 초대총장은 YWCA 창설자이자 한국 최초 여성 박사로, 여성교육의 선구자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1936년 전후로 친일파로 변절해 친일 칼럼, 강연 논술활동을 하는 한편 1941년 창씨개명 이후 글과 강연을 통해 일제 학도병과 징용, 위안부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동상은 1970년대 이대에 설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활란 동상은 이대 본관 앞에 있으며 이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대 학생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김 후보 측의 이런 주장에는 이화여대 재학·졸업생으로 구성된 ‘역사 앞에 당당한 이화를 바라는 이화인 일동(이화인일동)’도 일부 공감했다. 김활란 전 총장이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이유에서다.

이들 이화인일동 9명은 8일 오후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활란의 악행을 듣고도 초대 총장이라며 칭송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화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뻔뻔하고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대 동문 문채린씨는 “최근 김준혁 후보 발언이 이화인의 명예를 떨어트린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하지만 진정 이화인의 명예를 떨어트리는 것이 누구냐. 바로 김활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인을 일본의 총알받이로 보내는 것을 기뻐한 것이 바로 김활란”이라며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안부로 가라고 독려한 것이 바로 김활란이다. 당시 지식인이자 이대 총장으로서 앞장서 친일을 하며 이대 학생들을 사지로 내몰고 치욕스러운 역사를 써냈던 것이 바로 김활란”이라고 강조했다.

이대 동문 구산하(사회학과 12학번)씨는 “김활란의 친일 행적이 다시금 화두에 오르고 있다. 오히려 잘 됐다”며 “이참에 친일반민족행위자 김활란의 행적을 낱낱이 알리고 동상을 교정에서 뽑아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이화인일동은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김준혁 후보가 한 김활란, 낙랑클럽 발언을 문제 삼아 정치적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질타하며 “이화여대를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 성명에는 이날 낮 12시30분 기준 이화여대 동문 438명이 동참 서명을 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들은 회견 뒤 김활란 동상 사진에 ‘활란의 친일 반여성 행위 이화인이 심판하자’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붙이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한편 이화여대 학생들도 교내 김활란 동상 앞에 ‘친일행적 알림팻말’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이대생들이 발족한 ‘이화여대 친일청산 프로젝트 기획단’은 5일 서대문구 학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월까지 모금활동을 하고 여름방학에 제작한 다음 9월 중순 팻말 제막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단은 “친일파에 대한 우리의 역사는 오랜 시간 부인과 회피로 얼룩졌다”며 “이대 교정에 당당하게 있는 김활란 초대 총장의 동상 또한 그 잔재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 측은 ‘여성 박사 1호’, ‘여성주의 운동 선구자’로 그를 소개하지만, 김활란이 숙청돼야 할 한국 친일인사 명단에 두 번째로 오른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여성운동 선구자로만 표현하는 것은 매우 편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김활란은 절대 이화의 큰 스승이 될 수 없고 시간의 흐름이 면죄부가 되지는 못한다”며 “특히 일제 말기 대표적 여성 친일파로 변절해 조선인 징병, 위안부 모집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사실은 부끄러운 역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일 성향이 명백한 인사를 찬양하는 동상을 유지하고 그 행적을 숨기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행위”라며 “뜻을 함께할 1천인의 이화인을 모집해 팻말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 “알림 팻말을 세운다고 동상 자체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궁극적으로는 동상 철거까지 나아갈 것이며 이대에 서는 동상의 주인공은 김활란이 아닌 유관순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