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오늘 訪美… 진격의 인도·태평양 외교
북한에 대해서도 거듭 정상회담 가능성 타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미국 국빈 방문길에 올랐다. 방미 기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첫 미·일·필리핀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기시다 총리는 방미 전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과의 회담 성사를 위해 접촉 중이라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 같은 일련의 행보를 통해 동북아 정세에서 일본의 역할과 존재감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시다는 바이든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일 군사 협력 수준을 최고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앞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리기로 한 데 이어,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400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은 일본의 군비 증강을 강력하게 지지해왔다. 이런 흐름 속에 진행되는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동맹 현대화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제한적 역할에만 머물렀던 주일 미군 기능을 확대하고, 미군과 자위대의 지휘 통제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무기 장비를 공동 개발·생산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다.
양국이 군사적 밀착을 통해 집중 견제하려는 대상은 중국이다. 이는 최근 필리핀이 미·일과의 새로운 삼각 안보 협력 파트너로 위상을 다지고 있는 상황과도 일맥상통한다. 미·일 정상회담 다음 날인 11일에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참석하는 미·일·필리핀 정상회의가 진행된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에 가장 단호하게 맞서고 있는 동남아 국가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달 “우리의 해양주권이 무시될 경우 중국과의 협력을 철회하겠다”는 공개적인 경고 메시지까지 내놓았다.
이런 필리핀에 일본은 적극 다가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시다의 필리핀 방문을 계기로 일본은 필리핀 해군에 해안 정찰 레이더를 제공하기로 했다. 두 나라는 자국 병력이 상대국에서 훈련할 수 있는 상호 접근 협정(RAA)의 체결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일본 자위대 병력을 필리핀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일본은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해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는 ‘중국 포위망’의 핵심 거점으로 필리핀을 생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7일 미국·일본·필리핀·호주 등 4국은 남중국해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에서 합동 훈련을 펼쳤다. 이날 훈련에는 미국 해군 연안전투함과 호주 호위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그리고 필리핀 해군 함정이 참여했다. 이날 훈련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동맹의 단합을 과시한 무력시위였다는 분석이다. 네 나라는 훈련을 앞두고 발표한 합동 성명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지원하기 위한 해상 협력 활동을 통해 각국 군의 교리와 전술, 기술, 절차의 상호 운용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2021년 9월 발족한 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 동맹체 오커스(AUKUS)에 일본이 합류하는 일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의 오커스 합류가 실현될 경우 일본은 파이브 아이스(미국·뉴질랜드·영국·캐나다·호주의 정보 공유 협력체)를 제외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거의 모든 안보 협력체의 일원이 된다.
이렇게 일본 존재감 키우기에 주력하는 기시다는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할 뜻이 있음을 또다시 밝혔다. 그는 미국 방문을 앞두고 8일 CNN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 측에) 고위급 접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미해결(일본인 납북자) 문제들을 해결하고 양측 관계 안정화를 촉진한다”고 했다. 앞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납북 피해자 문제가 일본·북한 회담의 최우선 의제”라는 일본 입장에 반발해 “더 이상 접촉도 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재차 북한에 대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서 “최소 17명이 납치됐으며 남은 12명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일본 입장과 “8명이 사망했고, 4명은 아예 입국한 적이 없다”는 북한 입장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만일 양측이 입장 차를 좁혀 일본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동북아 정세에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의 결속에 맞서 러시아와 중국도 밀착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박 일정으로 8일 중국을 찾았다. 이르면 5월 있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사전 작업으로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중국 방문에 맞춰 북한을 전격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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