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무기도 알아본다… 한반도서 불붙는 첨단 영상 레이더 위성 전쟁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4. 4. 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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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9일 미국 민간 위성 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위성사진 몇 장을 공개했다. 

전날 밤 평양에서 열린 건군절 75주년 열병식 모습을 담은 사진에는 화성-17형을 비롯한 다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김일성 광장을 가로지르는 장면이 찍혔다.

군 정찰위성 2호기를 탑재한 미국 스페이스X 팰컨 9 로켓이 8일(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네버럴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미국 등 강대국 정찰위성만이 가능하다고 생각됐던 전략정찰을 민간 업체 등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이같은 ‘위성 전쟁’에 한국도 뛰어들었다. 425사업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지난해 쏘아올린데 이어 2호기를 8일 오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네버럴 기지에서 발사했다. 

발사된 위성은 오전 10시 57분쯤 해외지상국과 본 교신에 성공했다. 

국방부는 “이번 발사 성공으로 확보되는 군 최초 영상레이더(SAR) 위성을 통해 우리 군의 독자적인 정보감시정찰 능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향후 후속 위성발사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날씨 관계없이 北 전략표적 정밀 정찰

425 사업은 광학·적외선(EO/IR) 위성 1기와 SAR 위성 4기로 구성된 군집위성체계다. 현재까지 EO/IR 위성과 SAR 위성 1기씩이 발사됐다.

올해 11월 3호기를, 내년에 4·5호기를 발사하면 위성 5기에 대한 군집성능평가를 거쳐 전력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사된 군 정찰위성 2호기. 첨단 영상레이더(SAR) 기술이 적용된 위성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호기는 EO/IR 위성, 2~5호기는 SAR 위성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KAI가 위성체를 만들고 한화시스템과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 이탈리아(TASI)가 탑재체를 제작했다. 쎄트렉아이는 지상체를 맡았다.

SAR는 지구 관측과 정찰에서 혁명적 변화를 일으킨 첨단 기술이다.

전파를 지상으로 쏜 뒤 지상에서 반사되어 되돌아온 전파를 수신, 신호처리를 통해 영상을 얻는다. 주·야간 빛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날씨와 관계없이 지상관측을 수행한다. 

수백㎞에 걸친 지상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변화를 파악한다. 필요할 때 언제든 넓은 지역에서 위성정찰을 할 수 있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SAR 위성은 자연재해 감시와 지구 관측, 군사적 정찰에 널리 쓰인다. 세계 각국은 SAR 위성 발사와 사용을 늘리고 있다.

한국은 2013년 85㎝ 수준의 SAR 초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한 아리랑위성 5호를 쏘면서 SAR 개발 기술과 영상 보정 및 처리 기술 기반을 마련했다. 50㎝ 해상도를 지닌 6호가 개발중이다.

지난해 5월 누리호 로켓에 실려 발사된 차세대소형위성 2호, 같은해 12월 제주 남방 해상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에 의해 발사된 위성도 SAR를 탑재한다.

425 사업에 의해 운용될 군 정찰위성들이 지구 궤도를 도는 모습을 묘사한 상상도. 광학위성과 SAR위성이 함께 운용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번에 쏘아올려진 군 정찰위성 2호기 SAR 위성은 특정 지역 방문을 최적화하고자 경사궤도를 사용한다. 동일지역 표적 촬영 시각이 계속 바뀌나 특정 위도 이하의 잦은 촬영에 유리하다. 

하루에 4~6회 한반도를 방문한다. 고해상모드, 표준해상모드, 광역관측모드를 갖춰 작전 소요나 환경 변화에 따른 정밀 또는 광역 촬영이 가능하다. 

30㎝ 수준의 초고해상도 촬영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판독 전문가나 분석 프로그램으로 살피면, 영상에 찍힌 차량의 종류도 식별할 수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차량(TEL)과 방사포를 포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전용차와 열차 움직임 등도 알 수 있다. 가짜 무기 등 북한이 한·미를 기만하고자 만든 위장 시설, 깊은 숲속에 숨겨놓은 군사시설도 확인이 가능하다.

광학 위성으로 북한을 정찰할 때는 계절·날씨 변수가 컸다. 나뭇잎이 우거진 봄과 여름, 가을엔 산악지역에 있는 시설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반면 겨울엔 시설을 숨겨줄 나뭇잎이 없고, 지표면에 눈이 쌓여 있어 북한이 숨긴 시설을 찾기가 쉬웠다. 해당 시설이 가동 중이면 지붕과 시설 주변에 눈이 없으므로 식별이 더욱 용이했다. 

하지만 구름이 끼면 이마저도 어렵다. 한반도는 구름 낀 날씨가 많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정찰이 쉽지 않았던 이유다. SAR 위성이 가동되면, 이같은 제약이 사라진다. 

이번에 ADD 주관으로 만든 SAR 위성엔 첨단 기술이 대거 투입됐다. 영상은 해상도가 좋을수록 저장하는 데이터의 양이 크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제한된 시간에 빠른 속도로 지상에 전송하고자 고속·대용량 데이터링크를 개발했다.

정찰위성은 영상은 많이 찍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를 위해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위성이 목표 지역에서 다소 비껴간 위치에서도 촬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SAR로 촬영한 북한 차호항의 모습. SAR는 해안 감시 등에서 유용하다. 아이스아이 제공
이를 위해 SAR 위성엔 구동기를 탑재했다. 비스듬한 각도에서 촬영해 영상이 찌그러질 경우 이를 보정, 판독관이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했다.

다양한 종류의 위성 임무 분석과 운용 최적화 기술도 개발됐다. SAR 위성보다 EO/IR 위성사진이 선명도는 더 낫다. 양측의 장점을 조합해서 EO/IR 위성과 SAR 위성을 함께 운용하면 언제 어느 때든 매우 선명한 위성영상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이라크전쟁 당시 KH-11·12 광학위성과 라크로스 SAR 위성을 이라크 상공에 투입해 정보를 수집한 바 있다. 

◆성능·표적 식별 강화 등 필요

425 사업 SAR 위성발사와 더불어 위성 전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1조4223억원을 투자해 초소형 위성 40기 (SAR위성 36기, 전자광학 카메라 위성 4기)을 궤도에 올리는 초소형 위성체계 개발사업을 공개했다. 

ADD가 총괄하고 항공우주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참여하는 초소형 위성체계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경찰청, 국가정보원 등이 운용한다. 

초소형 위성에 포함되는 SAR 위성의 광역탐지모드와 고해상모드를 적절히 사용하면 해안과 해양의 선박 감시가 가능하다.

한반도 면적의 4.5배에 달하는 바다는 함정, 항공기로 감시하기가 한계가 있다. 초소형 SAR 위성은 이같은 감시공백을 메울 수 있다.

군도 초소형 위성으로 넓은 지역을 빠르게 정찰하고, 정밀감시가 필요한 지역은 425 위성으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이 만든 초소형 SAR 위성. 한화시스템 제공
현재 개발 중인 고체연료 우주발사체가 완성되면 초소형 위성을 언제든 발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우주 선진국의 위성 성능에 밀려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SAR 정찰위성인 토파즈 시리즈는 해상도가 10㎝다. 핀란드 민간 위성업체 아이스아이가 최근 쏜 SAR 위성 해상도는 25㎝다. 미국 민간 SAR 위성업체 움브라는 지난해 16㎝ 해상도의 SAR 영상을 공개했다.

미 공군과 우주군, 국가정찰국(NRO)은 빠르게 움직이는 지상 물체를 추적하는 SAR 군집위성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425 위성의 후속사업인 군정찰위성-Ⅱ 사업을 준비중이며, 민간 연구소와 업체에서도 초소형 위성 관련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위성보다 성능이 뒤진다면, 안보·산업적 측면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위성영상 수요가 폭증하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매출과 기업·정부 차원의 투자가 증가했다. 이는 신기술 개발과 위성 추가 발사 등으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더 우수한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은 초기 단계인 만큼 투자와 수요가 정부 및 군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와 군이 관련 역량을 한데 모으고, 투자를 확대하는 등 주도적 위치에서 정책을 구상·집행해 위성영상 능력을 더욱 빨리 키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의 위성을 확보, 안보·산업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SAR로 찍은 인천국제공항의 모습. 아이스아이 제공
영상 확보에 필요한 위성 개발에 투자와 노력을 집중했으므로, 이제는 촬영한 영상을 정확하고 깊이 있게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른다’는 말처럼 영상을 확보해도 그 의미를 읽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영상에 찍힌 표적을 정확하고 빠르게 식별하려면, 신뢰성 높은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모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비교 대상이 있어야 표적 식별도 가능하다.

데이터가 많으면 영상 분석 프로그램이나 인공지능(AI)을 사전에 충분히 훈련시킬 수 있다. 이는 유사시 위성영상 대조 및 분석과정에서 소요시간 단축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다양한 각도와 음영, 주파수 등에 따른 영상을 각각 확보해야 하는데, 북한군 무기나 시설을 대상으로는 이같은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3차원 시뮬레이션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북한이 관영 매체에 공개한 사진과 영상, 다른 경로로 확보한 첩보,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이 공유해준 정보 등을 융합해서 시뮬레이션을 만들고,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위성영상 대조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다만 설정 과정에서 발생할 오차를 바로잡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군과 정부의 관련 역량을 한데 결집할 필요가 있다.

425 위성 2호기 발사는 민간 영역에서만 쓰이던 SAR 기술을 군에서도 활용하는 길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산·학·연 전체의 역량을 결집해 기술적 격차를 빠르게 좁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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