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발랄 오란씨 걸, ‘눈물의 여왕’으로 추앙받다
‘상속자들’ ‘태양의후예’ 주목… ‘나의 해방일지’서 연기 변신
드라마작가 ‘4대천왕’ 작품 섭렵… 모두 주연맡은 유일한 배우
시한부 재벌 3세 역할 인기 끌며 광고계서도 ‘러브콜’ 잇따라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요. 날 추앙해요.”
2년 전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주인공 염미정은 이렇게 외쳤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염미정 역을 맡았던 배우 김지원(32)은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통해 추앙받고 있다. 대중의 사랑만으로는 모자라다. 당대 최고의 스타에게만 허락된다는 소주 광고까지 섭렵하고 광고주들의 잇단 러브콜을 받으며 데뷔 14년 만에 ‘눈물의 여왕’을 넘어 ‘CF퀸’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 지난 2010년 동아오츠카의 음료수인 ‘오란씨’ 광고에서 직접 CM송을 부르고 춤까지 선보여 ‘오란씨 걸’이라는 별명으로 처음 대중에게 각인됐던 김지원, 말 그대로 퀸 대관식을 치르고 있다.
김지원은 ‘길거리 캐스팅’으로 중학생 시절 연예계에 입문했다. 당시는 가수 연습생이었다. 정식 데뷔는 못 했지만 가수 윤하의 ‘가십 보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함께 무대에 올라 피아노 반주를 맞춘 적도 있다. 그러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에 출연하며 배우로 첫 삽을 떴다.
주연의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2013년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재벌 3세 고등학생 유라헬 역을 맡아 주목받았다. ‘눈물의 여왕’에서는 재벌 3세 홍해인을 연기하고 있는 터라, 김지원의 전작을 기억하는 이들은 “유라헬이 성장해 10년 후 홍해인이 됐다”고 너스레를 떤다. 2016년 만난 ‘태양의 후예’는 김지원의 인생을 바꾼 작품으로 꼽힌다. 극 중 파병 장교이자 군의관인 윤명주 역을 맡아 남다른 군복 맵시와 더불어 찰떡같이 달라붙는 ‘‘다’나‘까’ 말투’로 그럴싸한 여군 캐릭터를 빚어냈다.
이때까지 김지원의 역할은 소위 ‘서브(sub)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로 위상이 달라진 그는 이듬해 3류 청춘들의 삶을 그린 ‘쌈, 마이웨이’의 주인공 자리를 꿰찼고, 시대극인 ‘아스달 연대기’를 거쳐 ‘나의 해방일지’에 안착했다.
‘나의 해방일지’는 김지원의 30대를 여는 작품이었다. 오란씨 걸로 시작해 20대에는 주로 당차고 발랄한 인물을 소화한 반면, ‘나의 해방일지’에서 주어진 염미정은 세상 어디서나 ‘주변부’에 놓인 인물이었다. 사랑받을 자신은 없지만 미움받지 않을 자신 정도는 있는, 방어적 인간이다. “아프다”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목소리 한번 내지 못했지만, ‘구씨’라는 인물을 만나 “날 추앙해요”라고 처음으로 속내를 드러내는 염미정의 모습은, 배우로서 또 하나의 한계를 깨고 나오는 김지원의 모습과 겹쳤다.
이렇게 단련된 김지원은 ‘눈물의 여왕’의 허술한 전개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몰락해 시골로 내려가고 빤한 도청에 속수무책 당하는 재벌, 3개월 시한부 판정에도 생기가 넘치는 여주인공의 모습조차 김지원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땜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극 중 재벌 가족들을 향해 “다들 바보 아니야”라고 외치는 장면은 그래서 통쾌하다.
김지원의 가치는 그를 선택한 드라마 작가들의 면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과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등 3편에 참여했다. 김 작가가 같은 여배우를 수차례 주인공으로 기용한 사례는 드물다. 송혜교를 제외하면 김지원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김 작가와 함께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쌍벽을 이루는 박지은 작가의 신작에 발탁됐다.
흥행 못지않게 작품성에 방점을 찍는 작가들도 김지원을 선호한다. ‘쌈, 마이웨이’는 ‘동백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임상춘 작가의 출세작이며 ‘나의 해방일지’의 박해영 작가는 ‘나의 아저씨’를 쓴 이야기꾼이다. 이렇듯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섭렵하며 현 K-드라마 시장의 ‘4대 천왕’이라 할 수 있는 네 작가의 작품에서 모두 주연을 맡은 배우는 김지원이 유일하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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