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추운 겨울 지나 따스한 봄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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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끝이 날까 싶었던 지독하게 추웠던 지난 겨울, 이제 서서히 끝이 보이고 꽃들이 피어나는 봄이 다가왔다. 상춘객들이 곳곳에 피어난 꽃을 보러 다니고 축제를 찾아다니는 것을 보니 봄은 봄인가 보다.
지난 겨울, 따뜻해서 눈 보기가 어려웠던 우리 남쪽 동네에도 눈이 몇 번이나 내릴 정도로 평소 같지 않게 추웠다. 예년보다 꽃이 빨리 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비와 추위로 예상 개화 시기에 꽃은 보이지 않았고 봄꽃 축제들이 줄줄이 연기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겨울 추위에 괴로웠던 것은 날씨와 기온때문 만은 아니었다. 내가 일을 하는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곳곳의 예산이 감축되거나 없어졌고 갑작스레 지원과 사업이 사라졌다. 우리 동네에서도 민관이 협력하고 주민 주도로 몇 년을 함께 만들어 오던 사업이 약속된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사라졌다. 곳곳에서 곡소리가 났지만 어떠한 대답도, 설명도 듣지 못한 채 현실을 참고 견디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언제 끝 날지 모를 겨울에 몸을 피할 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큰 수입을 내지 못한 채 8년을 버텼지만 이번에는 이직 이사 폐업 등을 고민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감내해 내고 있다. 이맘때면 갖가지 기획과 사업 계획을 짜고 지원하느라 바쁠 텐데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한가한 것이 참 생경한 경험이다.
공모사업은 굵직한 카테고리 몇 개 속으로 줄줄이 통폐합됐고 그 카테고리에 들지 못하면 시도조차 어려운 세상이 됐다. 다각도로 급변하는 세상에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공급과 시도가 나와야 다채로운 세상이 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길 수 있는데 점점 획일화돼 새로운 출현이 어려워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개인적인 성향상 시기와 흐름을 좇아 지조와 가치관,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 어려웠고, 가만히 앉아 불평만 하는 것도 아닌 스타일이었기에 고민 후 조금씩 움직여보고 있다. 지원이나 정책에 기대기만 해서는 지속할 수 없고 실효성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우리가 만들어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영하 10도의 추위에 군고구마와 어묵을 팔았고 일일 포차를 열어 주민과 함께 기금 마련을 하기도 했다. 돈을 번다는 목표만을 생각하면 군고구마를 파는 것보다 물류 창고에서 일을 하고 번 돈으로 기금을 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함께 하는 사람들과 시간이 필요했다. 문화 기획자인 내가 정책과 지원에 기대지 않고 지역과 약속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고 혹독한 추위에도 나의 마음에 변화가 없으며 여전히 당신들 곁에서 함께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줘야 했다.
그렇게 혹독한 추위를 함께 이겨내고 서로를 지키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나는 함께 통과하는 이 시간이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서로의 소중함을, 또 우리의 기획을 지키고 싶은 욕구를 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 생각은 적중했고 내가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주민들과 동료들은 내 곁을 지켰고, 서로의 관계와 소중함이 단단하게 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얼마 전 국내 최대 벚꽃 축제에서 벚꽃이 피지 않아 시기상조인 축제와 어묵 바가지 가격을 가지고 언론에 시끄러웠다. 모두는 아닌데 몇몇 곳에서 바가지요금이 나오면 전체가 그런 것처럼 보도한다. 정책이나 지원도 그렇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의 성과를 지워버리기 바쁘고 말장난 수준의 용어 바꾸기를 한다. 그들의 말 한마디, 보도 한 번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지 못한 채….

그럼에도 벚꽃 축제에 주민들은 어묵 하나도 저렴하게 제공하려고 본사와 직거래해서 원가를 낮추고 청년들은 조금 덜 남기더라고 아이스크림이나 군고구마의 원료를 좋은 것으로 고르며 ‘좋은 여행 되세요’라며 인사를 꼭 남기곤 한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 지역을 즐기고 좋게 기억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을 버티고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에 정책·지원과 상관없이 지역은 더욱 발전할 것이고 다양한 이야기로 채워질 것이다.
추운 바람이 부는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의 햇살과 꽃이 어서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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