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드론·로봇과 함께 전투한다…‘인간·기계 통합팀’전투실험 착수[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미 육군 미래사령부 드론·로봇견·로봇차량·옥토콥터 등과 함께 보병 시가지 전투
한국, 무인수색차량·중전투로봇·무인수상정 등 개발로 미래 대비
중대급 전투실험장에 드론·로봇 등 ‘기계’ 쫙 깔려
한국군 AI 기반기술 뒤처져…무인전투기 ‘가오리-X’ 등 개발
전투요원이 드론·로봇과 한팀이 돼 전투를 치르는 등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육군은 최근 ‘인간·기계 통합팀’(H-MIF·Human-Machine Integrated Formation)을 꾸려 시가지 전투 실험에 나섰다. 명령과 제어 시스템을 통해 기계를 지휘하면서 전투하면 적을 제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병력 손실 등 측면에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미 육군 미래사령부 주관으로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20일까지 캘리포니아에 있는 국립훈련센터(NTC)에서 ‘프로젝트 컨버전스 캡스턴 4’ 명칭으로 시행된 대규모 전투 실험이 시발점이 됐다. 이 전투 실험에는 육·해·공군, 해병대, 우주군 등이 참여했고, 영국과 캐나다, 호주, 프랑스, 일본 등에서 개발된 240개 이상의 첨단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가 선보였다.
랜디 조지 미 육군총장은 실험 현장에서 "우리는 기계가 훨씬 효과적이고 저렴하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모든 기계가 사용하기 쉽고 매우 간단한 명령과 제어 네트워크만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무인헬기 형태의 고스트(Ghost)-X 드론, 테더드론(유선드론), 옥토콥터, 투척봇(Throwbots), 로봇 전투차량(RCV), 사족 보행 로봇견(비전60), 대드론체계, 적의 무선 신호를 복제해 전송하는 복화술 방출기 등이 전투실험에 동원됐다.
소수의 전투원이 전투실험장 한 귀퉁이에서 목격됐을 뿐 현장에는 말 그대로 각종 기계가 쫙 깔린 것이다. 마치 SF 영화처럼 기계가 전투에 나선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미 국방전문 매체 디펜스뉴스 등은 전투 실험에 동원된 기계 종류는 물론 어떤 방식으로 인간과 팀을 이뤄 전투하는지를 상세히 묘사했다.
먼저 정찰과 병력 보호용 드론인 고스트-X가 건물 위로 날아올랐다. 적이 점령한 전투실험장 내 마을을 탈환하기 위해 인근 산속에 숨어 있는 보병 중대에 적 동향 정보를 실시간 전달했다. 미 무인 방산업체인 안두릴 인더스트리가 제작한 이 드론은 중량 9㎏이며, 25㎞ 작전반경에 1000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이어 프로펠러 8개가 달린 무인기 옥토콥터에서 60㎜ 박격포탄 3발과 원통형 투척봇을 지상에 투하했다. 투척봇은 무게가 600g 정도이며, 이름처럼 손으로 공중에 던져 건물이나 동굴 내부를 정탐할 수 있다. 수중에서도 작동한다.
잠시 후 50구경 기관총과 M240 중기관총으로 무장한 RCV가 적진지에 총탄을 퍼붓고, 마을로 이동하는 아군 전투원을 엄호했다. 이 과정에서 정찰용 로봇견 여러 대가 나타나 전투 상황을 정찰하며 아군 진지에 정보를 전송했다.
길이 95㎝인 이 로봇견은 초속 3m로 달릴 수 있고 최장 3시간 운용할 수 있다. 통제소와 최대 운용거리는 10㎞. 한국 공군도 비행기지의 경비·정찰 임무에 군견을 대신해 이 로봇견 투입 적합성을 연구하고 있다.
이밖에 전투 실험장에서는 적의 드론 및 드론 조종기에서 송수신하는 고주파 신호를 교란해 무력화시키는 대드론체계와 복화술 방출기 등도 선보였다.
대드론체계는 전투원 방탄조끼에 부착하는 소형 탐지기와 전파교란 장치로 구성된다. 복화술 방출기는 적 지휘소 위치 파악을 위해 적의 무선 신호를 복제해 이를 ‘미끼 신호’로 전송한다. 적 지휘부에서는 이 미끼 신호를 자군 신호로 속아 응신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위치가 노출된다.
미 군사매체들은 이번 전투실험이 보병부대에 인간-기계 통합 기능을 제공하는 첫 번째 단계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 육군은 이 메커니즘을 더욱 활성화하도록 내년 회계연도에 3천300만 달러의 예산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우리 군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개발을 통해 미래전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처럼 전투 병력과 기계가 한 팀을 이뤄 전투실험을 하는 단계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군은 지상 부문에서는 무인수색차량, 자율탐사로봇, 중전투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다. 무인수색차량은 탐색 개발이 끝나 지금은 체계개발 단계에 있다. 주야간 원격 및 자율주행, 원격사격 기능 등이 탑재된다.
장애물 회피 능력을 갖추게 될 자율탐사로봇은 병력을 대신해 동굴 등 위험 공간에 대한 탐색과 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중전투로봇은 포탑에 30㎜ 기관포와 기관총 등을 장착할 수 있다. K9 자주포 원격 무인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해양 부문에서는 자율운항과 장애물 충돌회피 기능이 있는 무인수상정을 개발했고, 대잠수함 정찰용 무인잠수정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해군은 유·무인전투체계인 ‘네이비 시 고스트’(Navy Sea GHOST)를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수상함과 잠수함 등 유인전력에 무인수상정(USV), 무인잠수정, 무인기, 무인자율로봇, 무인 수중자율기뢰탐색체(AUV), 무인 차세대 기뢰제거처리기(EMDW) 등 무인전력이 합세해 전투를 벌이는 개념이다.
공중 부문에서는 스텔스 무인전투기 ‘가오리-X’와 AI(인공지능) 시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형 전투기 KF-21에는 앞으로 유·무인 복합운용 기능이 추가된다. 소형 무장헬기에서 무인기를 통제 운용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국방 부문에서 무인 스마트화 바람을 타고 로봇 적용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군용 로봇은 이른바 ‘로봇 개’로 불리는 다족 보행 로봇이다. 로봇 개는 평시는 물론 전시에 두루 걸쳐 감시용이나 대테러 작전용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다. 방위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쟁이 화학·생물학전이나 핵 물질이 투입되는 등 위험성이 극도로 높아짐에 따라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설명했다. 2020년 145억 달러(약 20조 원)였던 글로벌 국방 로봇 시장은 매년 10% 넘게 성장해 내년 242억 달러(약 32조 4000억 원)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현대로템이 협동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공동으로 대테러 작전용 다족 보행 로봇을 연구개발하고 있고 LIG넥스원은 지난해 말 미국의 로봇 개발사 고스트로보틱스의 지분 60%를 인수하며 군용 로봇 시장으로의 진출을 공식화했다. 다만 군용 로봇이 ‘킬러 로봇’으로 전장에 배치돼 살상에 동원되면 윤리적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군용 로봇이 오작동으로 인명을 희생시킬 가능성도 있다. 방산 관계자는 "인권과 윤리적인 고민과 검토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의 국방과학기술 가운데 AI 기반기술이 선진국 대비 가장 수준이 낮다. 국방부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ADD) 내에 ‘국방AI센터’를 창설한 것도 기술 격차를 좁히고 AI 기반 전장상황인식 및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등을 적극 개발하자는 취지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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