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장래 희망'을 권하는 이유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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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어린이ㆍ청소년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묻지 않고, 어린이ㆍ청소년도 뭐가 되고 싶은지 잘 말하지 않는다.
그 이후에도 여러 장래 희망을 생각하고 또 말하기도 했지만, 결국 어른들이 좋다고 하는 것, 세상이 선망하는 직업인 의사, 법조인으로 수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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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어린이ㆍ청소년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묻지 않고, 어린이ㆍ청소년도 뭐가 되고 싶은지 잘 말하지 않는다. 이야기하더라도 그 대답이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같은 특별한 영역에 제한된다. 하긴 최근 AI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면서 머잖아 상당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므로 장래 희망으로 삼은 직업이 10~20년 후에도 존속하리란 보장도 없다.
나의 첫 번째 장래 희망은 엿장수였다. 나는 기억이 없는데, 어릴 때 어른들이 내게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엿장수"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때 내가 살던 시골 마을에는 손수레에 커다란 엿 한 판을 싣고 와서 빈 병, 고철 같은 고물을 가져오면 엿판에서 엿을 떼어주던 엿장수가 정기적으로 방문하곤 했다. 달달한 엿을 한 판씩 가져와서 '엿장수 마음대로' 가위를 치고 자기 마음대로 나눠주는 엿장수가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장래 희망은 공학 박사였다.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인가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브이'를 보고 로봇에 빠졌는데 애니메이션에서 로봇을 만든 사람이 공학 박사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여러 장래 희망을 생각하고 또 말하기도 했지만, 결국 어른들이 좋다고 하는 것, 세상이 선망하는 직업인 의사, 법조인으로 수렴했다. 그런데 그중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그것이 막연했던 만큼이나 그 무렵 입원해서 수술을 받았던 병원의 불친절이라는 사소한 이유로 쉽게 사그라들었다.
결국 내 장래 희망은 아버지가 강력히 원하시던 법조인으로 귀결됐는데, 이에 관해서는 지금도 또렷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수업 시간에 한 사람씩 앞으로 나가 교단 위에 서서 장래 희망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나는 ‘검사가 되어 억울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취지로 말한 것 같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어른들한테 주워들은 말을 한 것인 데다 그나마도 잘못 주워들어 부정확하기까지 했다.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나보다 훨씬 똑똑했음이 분명한 한 녀석이 "억울한 사람 도와주는 건 변호사이고 검사는 벌 주는 사람이다"라는 반론을 폈고 말문이 막힌 나는 “그럼, 변호사 하지 뭐.” 하고 교단을 내려왔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 그 말대로 됐다.
특별할 것도 없는 내 장래 희망을 장황하게 열거한 것은 정확한 의미도 잘 모르는 채 품은 통속적인 장래 희망도 젊은 시절 삶의 고비 고비에서 적잖은 추동력이 되어주었다는 점과, 그럼에도 내 장래 희망은 무엇이 되고자 하는 목표만 있을 뿐 왜 무엇이 되려 하는지, 무엇이 되고 나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빠진 반쪽짜리여서 그 추동력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음을 말하고 싶어서였다. 특정 대학이나 특정 학과에 합격하는 것만이 지상목표일 뿐 왜 그 길로 가려 하는지, 입학한 후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도 준비도 부족한 것이 여전한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나와 좋은 직업을 가진들 내면에 '엿장수 마음'만큼의 자유의 공간도 없다면 그것이 성공일까? 마음속에 자기 인생을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을 북돋아 주는 것이 진정한 장래 희망의 길을 닦도록 돕는 게 아닐까?
우재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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