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한국도 ‘고물가’ 발목…‘6월 금리 인하’ 기대감 꺼지나
국내선 금리 동결 예상 속 12일 금통위 경기 진단 시각에 관심
고물가 영향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흔들리고 있다. 연준에서 조심스러운 입장과 심지어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는 발언까지 나오면서다.
시장에서는 이번주 발표되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수치를 주시하고 있다. 오는 12일 한국은행도 금융통화정책위원회를 개최한다. 10회 연속 동결이 예상되지만 2개월 연속 CPI가 3%대로 오르고 ‘고환율·고유가’ 흐름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매파적 발언이 나올지 주목된다.
최근 들어 연준 인사들은 금리와 관련해 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멈추거나 반등한다면 향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높여야 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전제했지만 “기준금리를 너무 이르게 내리는 것은 인플레이션 반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난 4일 “3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계속 하락한다면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지금처럼 계속 횡보한다면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금리 향방을 점쳐보는 미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 자료를 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50.8%로 절반을 겨우 넘었다. 지난달만 해도 60% 이상이었다.
시선은 오는 10·11일 각각 발표하는 3월 CPI, PPI에 쏠린다. 시장에서는 3월 CPI가 전월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대라는 연준의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3월 PPI도 전월 대비 0.3%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가 나온다면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은 더 꺾일 것으로 보인다. 평균 수준을 넘는 미국의 고용 증가세도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 6월 금리 인하 관측이 후퇴하면서 미국 국채시장의 금리가 오르기도 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준의 경우 물가가 금리를 결정하는 핵심 사안”이라며 “물가 안정이 확인된다면 높아진 금리를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 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가를 주목하는 건 한은도 마찬가지다. 12일 금통위가 예정된 가운데 시장에선 금리 동결을 예상하면서도 한은의 경기 진단 시각에 관심이 모인다.
최근 2개월 연속 CPI는 3%대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1350원을 넘나들고 있고, 국제유가는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유가는 물류비용 등에까지 영향을 준다. 한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대’로 가기엔 험난한 여정인 셈이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는 장기적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발언이 나왔으나 4월에도 비슷한 입장이 소수의견으로나마 나올 수 있을지 챙겨볼 지점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7일 “이번 금통위에선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금리 동결을 통해 물가 둔화 흐름을 좀 더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미 연준의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만 부각되고 있을 뿐 연내 인하 가능성은 유효하다는 점에서 한은 또한 인하 여지를 다시 닫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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