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2030세대가 매긴 학점 D

기자 2024. 4. 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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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참가율이 31.3%에 달한다. 지난 대선에 버금가는 비율로 역대 어느 선거보다 높은 투표율이다. 이 중 2030으로 대표되는 30대 이하 투표율은 얼마나 될까.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2030세대의 표심에 쏠리고 있다. 4050세대는 범야권, 60대 이상은 여권으로 표심이 양분돼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30대 이하 유권자는 1267만여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8.6%에 달한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4일 발표한 ‘제2차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비율이 이 세대에서 가장 낮다. 40대 이상은 80%를 초과한 반면, 18세 이상 20대가 50.3%, 30대는 68.8%였다. 다른 대부분의 여론조사도 부동층의 비율이 2030세대에서 2~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언론과 사회에서도 2030세대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참여를 통해 발전한다는 원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유는 속박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무엇을 향한 의지와 행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무엇은 공정과 정의로 이야기되는 평등한 자유와 자유로운 평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도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고 불평했다는 얘기가 있다. 물론 이것은 후대에 날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성세대가 만든 이 논리가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다. 2030세대는 탈이념적이고 실리를 추구하는 이기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간주한다. 이것이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져 미래를 어둡게 한다고까지 나무란다. 그러면서도 2030세대의 참여가 미래를 결정한다며 투표 참여를 호소한다.

정치권은 2030세대가 공정과 특혜 시비에 민감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동시에 입시·채용 비리와 편법 상속, 부동산 투기 등의 ‘내로남불’이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계에 만연해 있음도 시인한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너나없이 내세우면서도 정작 청년들의 동의를 얻지는 못한다. 정치적 무관심이나 정치 혐오의 원인을 제공한 자가 오히려 그 무관심과 혐오를 비난한다. 차려 놓은 밥상에 먹을 것이 없어도 40대 이상은 몸을 생각하거나 일을 하기 위해서 숟가락을 든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밥을 먹지 않고 밥상을 떠난다. 전국 15개 대학 학생들이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점수를 ‘D학점’으로 매겼다고 한다. 학사경고감이다. 이들에게 투표 참여를 강권할 수 있는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옷만 갈아입은 다른 기성 정당들도 과연 학사경고를 면할 수 있을까.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 이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대 담론과 투표 독려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지만, 들러리라는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총선은 더 심각하다. 달리 보면, 무관심을 강제당하거나 외면을 무관심으로 매도당한 것이다.

일탈과 반항은 젊음의 특권이다. 일탈이 병든 사회의 징후라면, 반항은 사회의 병을 고치려는 저항이다. 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판적이다.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탈이념적이고 이기주의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진보를 요구하며 다른 방식으로 저항하는 것일 뿐이다.

특히 지금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권위주의와 불공정에 민감하다. 이 민감성은 분노로 이어지고 논리나 집단의 매개 없이 즉각적 행동으로 연결된다. 혹자는 이것을 정동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이기주의가 아니라 각인의 자유와 평등에 핵심 가치를 두는 개인주의 본연의 모습이다. 민주주의는 각인의 자유와 평등을 전제로 한다. 민주주의의 주체는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성장하거나 태어난 세대들은 M세대 중후반부터 잘파(ZAlpha) 세대를 포괄한다. 이들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주체로서 오히려 그에 걸맞은 사고를 가지고 있다.

정치권은 적극적인 정치적 관심을 보이며 비판하는 2030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소극적이거나 환멸을 느낀 2030세대를 비난하며 동원하려 한다. 젊은층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소수 정당들은 의회 진출 기회가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 그럼에도 투표에 참여한다면, 그 2030세대야말로 ‘대인배’다. 투표장에 가서 의도적으로 무효표를 찍는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미 차려진 밥상인데, 투표 참여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진정으로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라면 지금이라도 젊은층의 비판과 실망에 주목하고 총선 이후의 미래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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