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아의 조각보 세상]22대 총선, ‘윤석열-조국 대전’에서 빠진 것

기자 2024. 4. 7. 20: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법무장관 대 검찰총장 격돌 이어
여당 바람 잠재운 조국의 ‘부활’
‘검찰개혁’ 예고편이 된 이번 선거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 열망 확인
소수자·여성 인권 훼손도 자성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선거’라는 말이 있지만, 이번 총선만큼 엎치락뒤치락이 심한 선거가 또 있을까. ‘정권 심판’ 구호로 야당 우위에서 시작됐지만, ‘한동훈’이란 스타 장관의 때이른 등장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민주당의 공천 파동은 역풍을 태풍으로 만들었고 선거를 한 달 남긴 시점엔 판세가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었다. 대통령 부정평가가 60%를 넘나드는데도 여당 압승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되었고 ‘국민의힘 170석’이란 예측까지 나왔다. 그때 ‘3년은 너무 길다’는 구호와 함께 조국 전 장관이 ‘짜잔’ 하고 나타났다. 태풍의 방향이 다시 바뀌고 쓰나미로 변했다.

22대 총선은 ‘윤석열 대 조국’의 전투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으로 격돌했던 두 사람의 2라운드다. 1라운드는 조국의 패배였다. 내로남불, 위선이란 비난의 화살을 맞으며 조국은 권력의 최고층에서 밑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2라운드는 아직 대법원의 판결을 남긴 조국의 화려한 부활로 시작됐다. 대법에서 2심 판결이 확정되면 2년 감옥살이를 해야 하는데도,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에 정당을 만들고 윤석열 정부에 분노하는 이들을 결집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하는 날 같이 의원직을 사임하겠다’는 박은정 전 검사의 결기가 그들 당의 존재 이유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정치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개인 역량이나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기 어렵게 됐다. 이재명 대표는 쉽게 이길 선거판을 꼬이게 만든 장본인으로 많은 지지자를 잃었다. 그러므로 22대 총선에선 무대 뒤에 있지만 가끔 튀어나와 굳은 얼굴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무대 전면을 뛰어다니며 매력적인 언행은 물론 주먹까지 흔들게 된 조국 대표가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

조국에게 환호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그의 위선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독선과 무능, 검찰의 압수수색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그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라는 사명과 공권력을 위임받은 검사들이 자기 조직의 안위와 권력을 위해 칼을 휘두르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다. 따져보면, 조국 역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장본인일 뿐이다. 적폐청산이란 목적으로 특수부를 키워 윤석열이란 검찰 출신 대통령을 만든 데 일조한 그가 칼을 다시 칼집에 꽂아 넣겠다는 결심으로 국민 앞에 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총선은 ‘검찰개혁’ 예고편이다. 이 드라마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잃고 있는가? 선거가 끝나야 최종 결산이 가능하겠지만, 과정에 대한 성찰도 중요하다.

첫째, 민주주의의 열망에 대한 확인이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연구소가 발행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독재화 국가로 지목되었다는 기사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음을 안다. 방심위가 내리는 언론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조치들, 사장이 바뀐 방송사에서 하루아침에 사라진 프로그램과 기자, 앵커들. 청년들이 억울하게 생명을 잃었지만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외면당한 이태원 참사와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국회에서 수많은 논쟁을 거쳐 통과됐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사라져간 법들, 대통령 부인이 명품백을 받는 영상이 전국에 송출됐지만 내 일이 아니라는 검찰…. 지난 2년간 민주주의가 무너져 간 장면들이다.

둘째, 여성·청년·노동자·장애인·성소수자·이주민 같은 비주류·소수자의 인권이 검찰개혁이란 블랙홀에 휩쓸려 실종됐다. 선거 때면 포장이든 양념이든 이들의 권리 신장 정책이 나오고 영혼 없는 목소리일지언정 전파를 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목소리들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또 다른 퇴행이다. 사회적 비주류·소수 집단의 참여가 더 깊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인이라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얇고 피상적이다.

셋째, 여성의 인권은 더 훼손되었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막말이 대표적이다. 일본군 위안부는 어떤 의도에서도 조롱이나 농담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화여대 졸업생에 대한 모욕은 여성혐오의 끝판왕 수준이다. 민주당의 ‘민주’, 그들이 지향한다는 ‘진보’는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선거의 소용돌이가 지나면 깊이 자성해 보기를 권한다.

22대 총선은 지역구 공천에서 ‘오법남’(50대 이상, 정치인과 법조인, 남성)이 80%를 넘는 불균형 속에서 진행된다. 이런 인적 구성에서 평등하고 공정한 의정을 기대하긴 어렵다. 백래시 시대, 검찰개혁 이후까지 생각하는 투표가 필요하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