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K-우주항공, 산업화에 民軍 맞손 잡아야

2024. 4. 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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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홍열 전 항공우주연구원장·전 국방과학연구소장

드디어 오는 5월 K-우주항공을 이끌어갈 우주항공청이 개청하게 되었다. 비록 일부 의견 차이로 계획보다 늦어지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우주항공청이 본연의 임무를 시작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 우주항공 분야 발전을 위해 다행이다.

이번 개청과 더불어 우주항공 전략수립, 임무조정, 예산확보, 국제협력 등 그동안 우주항공 분야의 콘트롤타워가 없어 야기되었던 많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국가 우주개발도 앞으로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주항공청 설립의 핵심목표인 우주항공 분야의 산업화는 철저한 상황분석과 추진전략 그리고 이에 따른 특단의 대책 없이는 기대하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현재 세계 우주시장 규모는 약 4000억 달러로 그 중 70% 이상이 위성통신 , 위성항법, 원격탐사 등 우주 서비스 활용 분야다. 핵심 분야인 우주발사체와 위성은 실제 우주시장의 10%도 되지 않는다.

또 국가 전략적 특성 때문에 우주발사체와 위성은 우리나라가 SPACE-X 등 세계적인 우주항공기업과 맞먹는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 해도 세계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K-우주항공의 실현을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 산업체들이 우주서비스 및 활용 분야에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투자 및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수천 개의 중저궤도 위성으로 구성된 우주통신 네트워크가 미래통신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상당수의 위성 및 우주로켓의 신규 발사 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신규시장은 결국 우주통신 등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결정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즉 K-우주항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기업들이 세계 우주서비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우주항공청 주도 하에 필요한 지원과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향후 이를 바탕으로 발사체, 위성 등 핵심 우주시장에도 진출이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 과제는 우주 분야에서의 긴밀한 민군 협력이다. 미래전은 이미 육해공을 넘어 사이버와 우주를 포함하는 5차원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 군도 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감시·정찰·통신·위성항법 등 우주국방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와 저궤도 군 위성통신을 위해 상당수의 군 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강대국들이 독점할 수밖에 없는 세계 무기시장에서 K-방산이 세계 8위의 방산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군 수요를 바탕으로 첨단 국산무기를 개발하고 또 전략적으로 국내 방위산업을 육성했기 때문이다. 전략분야로서 국내 민간시장규모가 제한적인 우주산업도 같은 상황으로, 국방수요를 통해 체계적으로 국내 산업기반을 마련해야만 세계 우주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또한 우리 군도 민군 협력을 통해 민간의 우주기술을 적극 활용해야만 중복투자를 피하고 제한된 국방예산으로 필요한 우주국방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 과제는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산학연 우주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K-우주항공의 성패는 경쟁력 있는 우주 신기술을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의 우주개발을 주도해온 항공우주연구원, 천문우주연구원, 인공위성센터 등 관련 연구기관들과 효과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체계를 구축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비록 NASA를 벤치마킹해 설립되었지만, 무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미국 NASA와 우리 우주항공청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따라서 이미 연구기반이 구축된 이들 기관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발전시켜야만 우리 우주항공청이 단기간 내에 목표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우주항공청 개청을 축하하며, 이를 통해 우주로 향한 대한민국의 꿈이 이루어져 자랑스럽게 K-우주항공을 이야기할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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