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무능 21대 국회, 심판해야 한다
이처럼 무능하고 게으른 국회가 있을까. 21대 국회는 정말 역대급이다. 여기에 뻔뻔함까지 갖췄다. 하지만 국회의원 개개인의 면목을 놓고 보면 나름 똑똑하고 성공한 우리사회 엘리트들이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무능과 게으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렇기에 오는 5월 29일 이들의 임기 만료까지 기다리기도 싫은 상황이다.
제21대 국회는 지난 2월 29일에야 22대 국회의원 선거구를 확정했다. 공직선거법상 국회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1년 전까지 확정하여야 한다. 법이 정한 기한을 10개월 넘겨 결정했다. 지각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명백한 법률 위반이다. 국회가 정한 법을 스스로 위반해 희화화 시켰다. 그동안 혼란이 일어났지만 누군가 책임을 졌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았다.
지난 2020년 논란을 빚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번에도 채택됐다. 당시 거대 정당들의 비례의원 독식을 막고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도입되었다. 하지만 거대정당들은 위성정당으로 법의 취지를 무력화시켰다. 이번에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연합,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국민들은 다 안다. 선거가 끝나면 이들 위성정당은 21대 국회처럼 또 합당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것을.
방지책은 간단하다.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된 의원은 소속정당을 유지하도록 규정하면 된다. 탈당과 합당은 국민의 표심을 왜곡하기에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광주 광산구을에 출마한 민형배 의원은 21대 국회의 꼼수를 상징한다. 그는 2022년 4월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검찰청법(검수완박법) 통과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다.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으로 가결된 법률은 무효는 아니지만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그럼에도 민 의원은 2023년 7월 '특별복당'했다. 당의 요구로 이뤄진 특별복당으로 당내 경선과정에서 25% 감산을 당하지 않았다. 꼼수에 꼼수가 더해지면서 그는 광주광역시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은 유일한 현역의원이 됐다.
다수의 21대 국회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다. 그 숫자도 전체 298명의 9%인 27명에 달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황운하 의원은 선거법 위반, 윤미향 의원은 기부금 유용 혐의를 받고 있다. 윤관석 의원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됐지만 여전히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의 눈치 보기로 국민의 혈세가 재판비용으로 유용되는 상황이다.
또 국민의힘 2명(김선교, 정찬민), 민주당 4명(정정순, 이규민, 최강욱, 이상직), 정의당 1명(이은주) 등은 이미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만약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2대 국회에 진출하면 2명의 야당대표가 재판받는 진풍경도 빚어질 것이다.
최근 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일반국민과 의사들, 양쪽의 표심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중재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의 갈등을 선거에 이용하였다. 지난 2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부의 2000명 의대정원 확대를 선거를 앞두고 타협을 만들려는 '정치적 쇼'라고 명명하며 정부를 공격했다. 이는 정부의 협상카드를 봉쇄하면서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 이유 중 하나이다.
미국 정치부 기자들 중에는 유독 스포츠 기자 출신들이 많다. 정치부에서 스포츠부로 되돌아가는 기자들도 많다.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 '가장 추운 겨울'(The Coldest Winter)을 쓴 데이빗 할버스탬 뉴욕타임스(NYT) 전 기자 역시 그중 한명이다.
그에 따르면, 정치와 스포츠는 규칙에 따라 싸움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한국에는 정치부와 법조를 오가는 기자들이 많다. 법률가 출신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기도 하지만 정치인들이 검찰 조사와 법원 판결을 받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21대 국회가 꼼수와 무능, 게을렀다고 해서 투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와 공화제는 현재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국민의 투표로 유지된다. 민주당의 "검찰독재 심판" 구호에 찬성하든지, 국민의힘의 "범법자 정치 차단"을 지지하든지, 제3의 정치세력을 선택하든지, 이 모두 국민의 주권행사를 바탕으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21대 국회보다 더 무능하고 게으른 자들이 국민을 무시할 것이다. 4년에 한 번이라도 유권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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