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중국 정치, 더 깜깜해진다 [세계의 창]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석좌교수
매년 3월 초 개최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중국의 연례 정치 행사 중 가장 ‘큰 쇼’다. ‘크다’고 한 이유는 중국 정부의 인사·정책에 관한 중요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이고, ‘당이 정부를 이끄는’ 중국의 특성상 짜인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쇼’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양회가 당의 정책 방향과 정부의 정책 집행을 연결하는 중요 행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양회 전후의 중국 정세 변화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우선 당정 관계 측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최고 지도기구 설립과 당 규정 개정, 두차례의 ‘당·국가 지도기구 개혁’을 통해 당의 지도력을 강화하고 국무원의 권한을 약화시켜왔다. 이번 양회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세가지 현상이 주목된다. 정부 업무보고가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 때와 거의 일치하고, 30여년 동안 관례였던 국무원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이 취소됐으며, 42년 만에 국무원 조직법을 개정해 ‘시진핑 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삼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권력이 더욱 공고해졌고, 당이 정책을 결정하고 국무원이 집행하는 체제가 완전해졌으며, 당 총서기와 총리,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사이의 ‘상하 관계’가 더욱 명확해졌다. 현재 20기 3중전회가 관례대로 개최되지 않고 있고 ‘정책 신호 전달자’ 역할을 했던 양회의 기능이 약화하면서 중국 정치를 가늠해볼 수 있는 ‘블랙박스’에 접근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어 경제적 측면을 보면, ‘발전과 안보의 통합’을 외치면서도 발전에 더 중점을 뒀는데, ‘중국식 현대화’의 맥락에서 ‘신품질 생산력’을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시 주석이 헤이룽장성을 방문했을 때 내놓은 ‘신품질 생산력’은 산업 전환의 필요성과 미-중 기술 전쟁의 영향, 인구 감소 등에 따라 첨단 산업의 발전이 시급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신품질 생산력’은 기술 혁신을 통해 산업 혁신을 촉진한다는 뜻으로, 최근 중국공산당은 ‘전면적 인민 민주주의’ ‘공동부유’ 등 외부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각 부처와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학습해 해석해야 하는 새로운 용어를 많이 도입하고 있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으로 설정했는데 많은 국제기관들은 새로운 정책 인센티브가 없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과학 기술 통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목표가 과대설정되어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의 논리상 이는 ‘정치적 임무’이며, 공식 통계에 의해 이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대외 관계 측면에서, 중국공산당은 현재 정세를 “전략적 기회와 위험, 도전이 공존하는 가운데 유리한 조건이 불리한 요소보다 강하다”고 정의했다. 이는 지난해 미-중 풍선사건 이후 ‘성난 파도’와 같은 분위기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미-중 정상회담과 시 주석의 미국 재계 인사들과의 만남 등 이후 중국은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평화 공세로 바꿨다. 이는 미-중 관계의 해빙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양국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맹국 입장에서 미국 대선에 따른 변수가 너무 많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지난 4년간의 노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최근 중국 외교관들이 세계 각지를 바쁘게 방문하는 것은 지금이 미국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인 기회이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60여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그중 미국 대선이 가장 중요하다. 시 주석의 권력이 고정된 가운데 미국은 두 후보가 정반대의 정책을 갖고 경쟁하고 있어, 그 사이의 국가들은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발걸음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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