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천원의 식사’ 인기 이면엔…‘1인 200식’ 조리 노동자 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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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천원의 식샤' 급식노동자의 경우 1명당 많으면 200식을 맡아야 한다.
서울의 한 대학교 생활협동조합 ㄴ사무국장은 "단체급식은 일반 식당보다 노동 강도가 훨씬 센데, 급여는 최저시급 수준이다보니 (노동자들이) 지원을 꺼린다"며 "우리 학교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 이후 2시간 정도 배식만 전담하는 근로 학생들을 따로 뽑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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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처럼 일해야 30분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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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삑, 삑…’ 지난 4일 아침 8시30분께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식당 배식대 앞. 1천원짜리 단체급식인 ‘천원의 식샤’ 비용을 지불하는 카드소리가 쉴새없이 울려댔다. 급식노동자 4명은 양손으로 밥, 국, 생선까스와 소스, 반찬 2가지를 배식하느라 분주했다. 한 명이 빈 반찬통을 채우기 위해 자리를 비우자, 대기줄은 길게 이어져 식당 밖 30m까지 늘어섰다. ‘천원의 식샤’ 코너를 찾는 학생은 아침에 800명, 점심엔 1600명에 이른다.
현재 학생회관 아침밥의 요리와 배식은 8명의 급식노동자가 담당하고 있다. 지난달까진 7명 노동자의 몫이었지만, 노동조합 서명운동 끝에 최근들어 1명 늘었다. 5명이 새벽 6시30분에 출근해 재료준비 등을 시작하고, 급식이 시작되는 오전 8시에 3명의 노동자가 추가로 합류한다. 본격 배식이 진행되면 4명이 배식을 하고, 나머지 4명은 설거지를 하거나 점심을 미리 준비하는 식이다. 조리 노동자들이 속한 이창수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부지부장은 “밥솥 하나에 38인분, 그걸 옮겨가며 1600인분을 푸려면 얼마나 힘들겠냐”며 “미친 사람처럼 일해야 30분이라도 쉴 수 있다”고 말했다.
‘천원의 아침밥’은 고물가 속 저렴한 식사를 찾는 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며 지난해 대표적 ‘청년 복지’ 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처음 시작된 뒤 2022년 28개 학교가 도입, 올해는 전국 186개 학교가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2000원, 지자체가 1000∼2000원을 지원하면 학생이 1000원, 나머지는 대학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끼 식사 인원을 제한하는 일부 대학에선 ‘오픈런’(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것)이 벌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밥을 ‘먹는’ 학생들에 관심이 집중되는 사이, 밥을 ‘하는’ 조리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는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의 ‘학교 급식실 노동자 작업 조건 실태 및 육체적 작업부하 평가’ 보고서를 보면, 연구소는 조리노동자 1인당 적정 급식 제공 규모를 86식 안팎으로 계산한다. 서울대 ‘천원의 식샤’ 급식노동자의 경우 1명당 많으면 200식을 맡아야 한다. 다른 대학들도 1인 100식 이상을 맡고 있는 등 비슷한 상황이다. 주요 공공기관 식당(1인당 66식)에 견주면 두배에 가까운 노동 강도다.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 조리노동자 ㄱ씨는 “다들 근골격계 질환은 하나씩 달고 산다. 지금 허리디스크가 터진 사람도 2명이다. 저 역시 지난해 손가락에 혹이 생겨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ㄱ씨와 동료들은 팔목, 팔꿈치, 손가락에 붙인 파스를 내보였다.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조리노동자 인력 충원과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지만, 낮은 임금과 고강도 노동으로 일할 사람 찾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서울의 한 대학교 생활협동조합 ㄴ사무국장은 “단체급식은 일반 식당보다 노동 강도가 훨씬 센데, 급여는 최저시급 수준이다보니 (노동자들이) 지원을 꺼린다”며 “우리 학교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 이후 2시간 정도 배식만 전담하는 근로 학생들을 따로 뽑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한올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조리노동자를 구하기 힘든 이유는 높은 재해 위험성과 구조적 저임금,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라며 “특히 단체급식은 팀워크가 중요해 숙련된 고경력자가 필요한데, 계속 평균 근속연수가 줄어들다 보니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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