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우주피스공화국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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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억9000만원. 쥐라기 타임머신 여행.'
지난 1일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몬이 내건 '만우절' 여행 이벤트다.
1년에 딱 한 번, 4월 1일 만우절에만 들어갈 수 있는, 거짓말 같은 나라도 있다.
만우절이 있는 4월을 맞아 '거짓말' 같은 여행 미션을 하나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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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억9000만원. 쥐라기 타임머신 여행.'
지난 1일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몬이 내건 '만우절' 여행 이벤트다. 첫 상용화에 성공한 타임머신을 타고 쥐라기 시대 또는 서기 3000년 미래로의 여행을 제안했다. 가격은 1인 기준 1억9000만~2억9000만원. 여기서 그칠 티몬이 아니다. 첫 오픈 기념으로 무려 401% 파격 할인, 여기에 1200개월 초장기 무이자 할부 등 혜택을 제공한다고 소개까지 했다. 이 문구에 낚여 해당 상품 페이지에서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다면, 결국 '웰컴 투 만우절'이라는 문구를 보게 된다. 정말이지 새빨간 거짓말 같은 이벤트다. 자, 지금부터는 만우절 심화편. 1년에 딱 한 번, 4월 1일 만우절에만 들어갈 수 있는, 거짓말 같은 나라도 있다. 이름하여 우주피스공화국. 공화국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 말하자면 '초미니 국가'인 셈이다.
이 공화국은 존재 자체가 거짓말 같다. 위치는 발트 3국.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중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둥지를 틀고 있다. 빌뉴스엔 다리가 있다. 매년 4월 1일 이 다리 앞에는 입국 심사대가 놓인다. 비자를 확인하는 '입국 심사'를 거치면, 바로 우주피스공화국이다. 면적이라 해봐야 고작 '0.6㎢'. 우리나라 한 개 동 수준이다. 놀라운 건 또 있다. 있을 건 다 있다는 것. 국경일은 11월 1일이다. 국기도 있고 국기 게양도 한다. 심지어 대통령도 있다. '하루살이' 국가엔 재정부·경제부·국방부·외교부 장관까지 포진하고 있다. 가장 거짓말 같은 건, 이 나라 홍보 임무를 띠고 전 세계에 파견돼 있는 대사가 200명이 넘는다는 것. 심지어 이 대사 중 한 명이 한국인 소설가 하일지 씨다. 한때 자국 보호(?)를 위해 12명으로 구성된 군대까지 있었다니 말 다했다. 사실 이 나라, 한국으로 치면 헤이리 같은 예술마을로 보면 된다. 1997년 리투아니아 내에서 '동네 독립'을 선언할 당시 예술가들이 이 마을에 둥지를 틀고 살면서 자연스럽게 '나라'가 형성돼 버렸던 것. 입소문을 타면서 프랑스 파리 예술 지역 몽마르트르와는 자매결연까지 맺었다.
우주피스공화국에서도 가장 거짓말 같은 게 헌법이다. 헌법 조항은 모두 41개. 이 헌법을 일반인들 누구나 볼 수 있게 마을 벽면에 판화처럼 붙여 둔 것도 인상적이다.
헌법 한 줄 한 줄도 의미심장하다. 몇 가지 인상적인 조항을 소개해 드린다. '공화국 국민은 모두 실수를 할 권리가 있다/ 게으를 권리가 있다/ 두려워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행복할 권리가 있다/ 포기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멋지지 않은가. 국민들이 실수해도, 포기하지 않고 게임만 해도, 심지어 '에라 모르겠다, 놀자' 하는 백수라도, 헌법으로 존중해 준다는 게.
대한민국의 '운전수'를 선별하는 총선이 코앞이다. 좁디좁은 땅덩어리에, 어찌나 많은 정당이 둥지를 틀고 있는지. 게다가 말도 안 되는 말꼬투리를 잡고 거짓말처럼 매일 싸우고 계신다. 소위 정치라는 걸 하신다는 분들은 지금부터 주목. 만우절이 있는 4월을 맞아 '거짓말' 같은 여행 미션을 하나 드린다. 내년 4월 1일에는 의무적으로 이 공화국을 찾아 41개 헌법 조항을 외우고 오실 것. 혹시 아는가. 거짓말 같은 우주피스공화국 여행을 마치고 나면, 거짓말처럼 행복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만들어질지.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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