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면전 피하던 이란, ‘직접 보복’ 예고···경계 수준 높인 미국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후 전운이 고조된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에 직접 보복을 가하겠다고 예고했다. 그간 이란은 전면전을 피하려고 중동 국가에 주둔하는 이슬람 무장정파 세력을 지원하며 이스라엘과 미국을 간접적으로 공격했으나, 앞으로 전략적 방향을 틀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란은 미국을 향해서도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에 “끼어들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6일(현지시간) 이란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날 이스파한에서 열린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의 추모 행사에 참석해 “적시에 정확성과 계획을 갖고 적에게 최대 피해를 줘 그들이 후회할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그간 이란 지도부는 이스라엘·서방 국가와의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레바논, 시리아, 예멘, 이라크 등에 있는 무장정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균형을 맞춰왔다. 2019년 미군이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했을 당시에도 이란은 이라크의 친이란계 민병대를 통해 미군 기지를 반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제는 이란이 억제력을 갖추기 위해 이스라엘과 미국에 직접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과거에도 이스라엘이 쿠드스군 고위간부를 살해한 적이 있으나 이번 영사관 공격 때는 쿠드스군 고위간부를 포함해 두 자릿수의 인명 피해가 있었고, 이스라엘이 분쟁 금지 구역으로 간주되던 외교 공관을 공격했다는 점 등이 이란의 태도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는 복수의 이란 관리를 인용해 “이란은 전군에 최고 수위 경계령을 내렸으며, 억제력 창출을 위해 다마스쿠스 공격에 직접 대응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전날 보도했다. 같은 날 CBS방송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계획에 무장 드론 출격과 순항 미사일 발사가 포함돼 있다는 정보를 미국이 입수했다”고 전했다.
이란이 직접 중동 전쟁에 가세하면 이란 핵 합의를 두고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온 미국의 군사 시설도 이란의 표적에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NN방송은 “미국 고위 관리들이 이스라엘 혹은 미국 자산을 표적으로 삼는 이란의 공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 미 정부는 높은 경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미국 고위 관리들도 이란의 공격 시점에 대해선 모르며, 이스라엘 역시 미국과 비슷한 시나리오를 예상한다고 했다.
이란은 미국을 향해 이란과 이스라엘 양국 간 갈등에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모하마드 잠시디 이란 대통령실 정무 부수석은 지난 5일 엑스(옛 트위터)에 “이란은 미국 지도부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다치지 않으려면 비켜서 있어야 한다’는 서면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이에 대해 미국은 이란에 ‘미국 시설을 공격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이스라엘 직접 공격이 실제 이뤄지면 6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중동 전쟁은 다시 한번 확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란 반관영 통신 ISNA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요르단에 무장 병력 1만2000명을 준비해뒀다고 6일 보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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