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전도체 연구자의 몰락...대학 조사에서 연구 부정행위 드러나
지난해 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인 ‘LK-99′를 개발했다고 밝히며 세계적으로 큰 관심이 쏠렸다. 국내외 과학계는 LK-99를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판단하며 일종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2건의 논문을 게재한 랑가 디아스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의 논문 철회에 이어 연구 부정행위가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상온·상압 초전도는 일반적인 온도와 압력에서도 물질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상태를 뜻한다. 전기 저항이 없으면 에너지를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어 자기부상 열차, 원거리 송전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초저온이나 초고압 상태에서만 초전도를 구현할 수 있다.
네이처는 로체스터대의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디아스 교수가 16개 혐의에 대해 연구 부정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로체스터대는 네이처에 게재됐다가 철회된 2가지 논문을 포함해 총 4가지 논문에서 연구원과 공동 저자와 과학 저널 등을 의도적으로 속여왔다고 밝혔다.
디아스 교수는 2020년 네이처에 탄소(C)와 황(S), 수소(H)가 결합된 물질인 ‘CSH’라는 화합물의 초전도 현상을 15도에서 발견했다는 논문을 내놓으며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데이터 변조의 가능성이 제기됐고, 논문은 2022년 9월 철회됐다. 이후 디아스 교수는 루테튬(Lu)과 수소(H)를 합친 물질 ‘LuH’에서도 상온 초전도성을 확인했다며 2023년 3월 2번째 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 논문 역시 데이터 조작 의혹에 휩싸이며 결국 철회됐다. 과학계는 수차례 디아스 교수에게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디아스 교수는 데이터를 공개하지 못했다.
조사위원회는 지난 10개월간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메일, 노트북 등의 자료를 확보하고 디아스 교수의 전 제자 등 10명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디아스 교수는 CSH 관련 보고서의 데이터를 정교한 방식으로 조작해서 공개했다. LuH의 데이터도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디아스 교수가 저항 데이터의 불규칙한 오르내림을 숨기기 위해 선택적으로 누락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조사위원회는 디아스 교수가 공공이나 민간 지원을 받은 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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