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길까…전문가들 내놓은 최종 총선 판세는
민주당 당선예측 대폭 늘어 …엄경영 소장은 국민의힘 151석으로 하향 수정
[주간경향] “더 이상의 변수는 없다.” 지난 4월 1일 오후 통화한 김성순 시사평론가는 단언했다.
“이러다간 강남도 넘어갈 수 있다. 저 정도 수준의 기자회견이라면.” 일요일인 3월 31일 밤 긴급공지 후 다음날 오전 열린 ‘의대 정원 관련 대통령 담화’에 대한 언급이다. 서울에서 의사들이 몰려 사는 곳이 서초·강남·송파 지역을 지나는 지하철 2호선 주변 아파트촌인데 이날 대통령 담화는 사실상 의사와 그 가족의 표를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덧붙였다.
“의사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심판의 도구로 민주당 투표를 선택할 것이다. ‘대파 논란’ 때도 그렇지만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한번 나올 때마다 10~20석씩 까먹고 있다. 누가 농담처럼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말했는데 지금이 딱 그 꼴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선대위원장?
주간경향은 2주 전(1571호·3월 25~31일) 정치평론가·선거컨설턴트 등 전문가 8인의 이번 4·10 총선 판세 예측을 취합해 보도했다. 당시 민주당 141석, 국민의힘 126석을 예측했던 김성순 평론가는 이번 최종 예측에선 민주당 168석, 국민의힘 108석으로 대폭 수정했다.
정치권 출신으로 여러 번 선거 실전 경험이 있는 그는 “‘판세가 급격히 쏠리고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후보자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럭에 올라타 유세하면서 시민들 표정을 보면 바닥 민심을 직감할 수 있다. 지금은 인물, 출마자가 중요하지 않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후보자가 누구든 소속 정당을 보고 찍는 선거가 돼버렸다. 빨간당(국민의힘)이 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2주 전 4·10 총선의 승자가 국민의힘이 되리라 예측한 사람은 8명 중 3명이었다. 국민의힘 148석, 민주당 135석을 예측했던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최종 판세 예측에선 민주당 145석, 국민의힘 136석으로 전망을 바꿨다.
“민주당이 과반을 못 차지하지만 이기는 것으로 판세가 그려졌다. 원인은 민주당이나 이재명 당대표가 잘해서가 아니라 조국혁신당 붐이 일어나면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의 불을 확실히 잡아 구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민주당이 ‘승기’를 잡았다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번 선거의 최종승패는 투표율에 달려 있다고 봤다.
“18대에서 21대까지 역대 총선을 보면 매번 투표율은 계속 상승해왔다. 이번도 최소 62%는 넘길 것으로 본다. 관건은 2040세대의 투표율이다. 지난 총선을 보면 60대 이상이 80%를 투표하는데 2040세대에서 가장 투표율이 높은 40대의 투표율이 63.5%로 16.5%포인트 차가 난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이겼다.”
그는 과거 연령 효과로 보수 지지층으로 분류되던 5060세대의 변화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지지층이 압도하는 50대도 그렇지만 60대도 예전 60대가 아니다. 고학력자 세대로 웬만하면 자식을 여의고 자기 생활을 영위하면서 세대 네트워크도 건재하다. 윗세대가 60대 때였을 때와 다르다. 구글트렌드로 분석하면 윤석열 긍정 평가가 29~39% 나오고, 이재명 선호도는 26~36% 정도다. 선호나 긍정 평가에서는 비슷하기 때문에 그전에는 중간평가 구도가 성립하지 않았다. 조국이 나오기 전까지는.”
‘선명 야당’ 조국혁신당 등장으로 구도 바뀌어
조국혁신당이 단기간에 ‘선명 야당’의 모습을 보이면서 구도가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판세는 유동적이라고 덧붙였다.
“무당층 비율을 보통 12~16%로 보는데 지금은 2030세대에서 무당층 비율이 23~25% 정도로 높다. 이 사람들이 투표할지 안 할지에 따라서 민주당 득표수가 가감되는 측면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의 판세 예측은 두드러졌다. 국민의힘 170석을 고수하던 엄 소장은 주간경향의 2주 전 판세 전망 조사에서는 167석으로 3석을 낮췄지만, 여전히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힘이 대승을 거두리라는 전망을 제시했었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서울에서 민주당 압승을 예측하는 가운데 24 대 24 동률을 전망한 엄 소장의 예측도 화제를 모았다.
“이번 총선 특징 중 하나가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는 점이다. 1월에는 한동훈, 2월에는 이준석과 제3지대, 3월에는 조국이 주목을 받은 상황이었다. 4월 초에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이 많이 따라붙었다. 한강벨트는 마포을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뒤집었다고 본다.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비슷하거나 오차범위 내면 거의 다 국민의힘이 이길 것이다.” 지난 4월 3일 여의도 시대정신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엄 소장의 말이다.
그는 이번 선거의 막판 변수가 민주당 등 야권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200석 탄핵론’과 의대 정원 이슈, 그리고 후보자 부동산 재산 논란 등 세 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세 이슈가 다 민주당에 불리한 이슈다. 의료개혁 문제는 50대가 조금 흔들릴 수 있고, 부동산 이슈는 2030 남자들의 (국민의힘) 결집이 일어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 천기누설’이 역결집을 부른 것처럼 200석 탄핵론도 보수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엄 소장조차 이번 최종 판세 예측에서 국민의힘 의석수는 줄고, 민주당 의석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엄 소장이 내놓은 최종 예측은 국민의힘 151석, 민주당 130석이었다. 여전히 국민의힘이 과반을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민주당 의석수를 종전 117석에서 대폭 늘렸다.
“기본적으로 구조를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진보가 많은 것으로 나오는데 원래 한국사회의 기본구도는 4.0(중도), 3.5(보수), 2.5(진보)로 중도가 제일 많고 그다음 보수, 진보순이다” 선거 막판에 그래도 민주당이 치고 올라온 것은 조국이 등장하면서 중도 일부가 진보로 가고 보수가 중도로 가면서 생긴 변화라는 설명이다.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김장수 장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지난번 내놓은 예측치를 수정하지 않았다. 다만 막판 판세가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본격 선거운동에 들어가면서 민주당은 엄청나게 잘하고 있다. 다 뭉쳐 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선거전략을 잘못 잡았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경제와 물가다. 대통령이 틀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게 국민의힘 잘못인가. 그것에 대해 반격을 해야 하는데 한동훈은 지난 총선 때 유승민·김세연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이 썼던 전략과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 ‘저쪽’ 진영은 문재인·조국·이재명 그리고 김부겸까지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쪽’ 지도부는 ‘내부총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을 디펜스(방어)하면서 민생을 살려내겠다고 해야 하는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 중도화 전략으로 갔다. 현재 한동훈·김경율 등은 중도를 잡기 위해서는 민주당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 중도는 민주당으로 넘어간다. 물가 인상이나 농산물가격 문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기후변화 대응 실패 때문이라는 것을 지적했어야 했다. 윤석열이 무슨 잘못을 해서 경제가 어려워졌나.”
“민주당 우위 여론조사 결과 1~3%는 빼고 봐야”
조국혁신당의 출현으로 일찌감치 민주당 승리로 선거 구도가 바뀌었다고 주장한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중요한 것은 투표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4050세대에서 지지를 많이 받고 있고, 국민의힘은 60~80대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고령층 투표율이 높아서 실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주당 지지율에서 1~3%는 빼고 봐야 하고, 국민의힘은 1~3%를 더해 봐야 한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살짝 앞서는 지역은 박빙 혼전으로 봐야 한다. 역대 총선 결과처럼 연령별 투표율이 다르기 때문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155석(선거 후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으로 돌아갈 더불어민주연합 의석까지 포함하면 160석), 국민의힘 121석을 최종 판세로 내놓은 그는 이번 총선의 가장 큰 변수는 조국혁신당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문제는 처음부터 상수지 변수가 아니었다. 어디로 도망갔다 새로 나타난 것이 아니지 않나. 반면 3월에 창당한 조국혁신당은 조사마다 다르기는 한데 국민의힘 지지가 빠지고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올라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막판에 갈수록 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율을 보면 비례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과 비슷해진 데가 많아 보인다.”
“3월에 들어오면서 용산에서 ‘분노투표’란 불을 질러버린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너무 무도하다는 것이다. 국민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공감대가 삽시간에 확산한 것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의 말이다. 안 대표가 공개한 리서치뷰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만 하더라도 민주당의 ‘자살골’, 공천파동으로 110석, 국민의힘이 130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협박 발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주 호주대사 임명에 대파 논란까지 잇단 용산의 행태가 국민이 참을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버린 것이다.”
기사 마감을 앞두고 안 대표가 건네 온 수치는 민주당 174석, 더불어민주연합 11석에 국민의힘 76석, 국민의미래 17석이다. 단서조항으로 ±10석(지역구, 비례는 ±1석)을 붙여놓았지만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받았던 180석을 넘어서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범야권 200석+α 판세 주장의 실체는
주간경향은 지난 판세 예측 기사에서 서울대 박종희 교수 연구팀과 MBC의 판세예측 프로그램 ‘여론M’을 활용한 판세예측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 ‘여론M’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각 여론조사 결과를 집약한 뒤 결과별 가중치를 더해 판세를 보여주는데, 여기에 과거 선거결과 등을 활용해 전체 판세 추정치를 만들 수 있다.
이번 기사 마감을 앞둔 4월 7일 0시까지 나온 4·10 총선 전체 여론조사는 733개다. 공개 시점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이 여론조사들은 공표금지 기간이 시작된 4월 4일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전체 254개 선거구 중 여론조사를 하지 않은 지역구는 79개다. 인물 구도와 지난 선거 득표율, 투표율을 참조해 여론조사를 하지 않은 79곳을 포함한 전체 판세를 계산했다.
주간경향 자체 집계로는 민주당 185석(비례 10석, 새진보연합2, 진보1 포함), 국민의힘 92석(비례 17석), 조국혁신당 15석, 진보당 2석(지역), 개혁신당 2석(비례), 자유통일당 2석(비례), 새로운미래 1석, 무소속 1석이었다. 예측대로라면 개혁신당 2석을 포함한 범야권 205석이 나온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500 샘플 규모의 ±4.4%포인트 표준오차임을 감안, 민주당 지지율에 – 4.4%포인트를 일괄 적용하는 경우 민주당 170석(비례 새진보연합 2,진보1 포함), 국민의힘 107석, 조국혁신당 15석, 진보당 2석, 개혁신당 2석(비례), 자유통일당 2석(비례), 새로운미래 1석, 무소속 1석 등으로 조사됐다.
주간경향 자체 집계와 비슷한 수치를 제시해온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특별한 돌발변수가 없다면 헌정사상 최초의 범야권 압승(개헌선 돌파)이 예상된다”고 밝혀왔다.
민주당 171석, 국민의힘 108석을 최종 예측으로 내놓은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국민의힘 측에서는 막판에 ‘샤이보수’ 결집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지금 윤석열 정권은 그 결집의 명분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심판의 바람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일부 야권출마자들의 막말, 부동산 리스크도 막판 변수가 되지 못하고 묻히고 있다”라며 “오히려 현재 국민의 ‘표심’은 야권이 좋아서라기보다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성적표인 103석보다 더 적은 표를 받아야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변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에 표를 몰아주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165~175석, 국민의힘 105~115석의 최종 예측을 제시한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고문은 “이번 선거의 성격은 정치 심판이라기보다 무엇보다 민생고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혹독한 심판”이라며 “민생고는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 중산층·서민이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실질소득 정체나 축소로 받는 고통인데, 문제는 그것을 해결할 전망이나 희망·노력하는 모습을 윤석열 정부가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범야권 200석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라며 “선거가 막바지에 들어가면서 보수 쪽이 강하게 결집하고 있는 것은 맞으며 약 40군데가 초경합 상태”라고 말했다. 500 샘플 ±4.4%포인트 표준오차의 지역구 여론조사로는 2~3%포인트 차의 경합을 보이는 지역의 판세를 잡아낼 수 없다는 것이 이 고문의 설명이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여론조사 결과가 아니라 이제 막 결집을 시작한 양쪽 지지자 중 어느 쪽이 결집 강도가 셀지, 투표장에 어느 쪽이 더 많이 나오게 되는지에 따라 승패는 최종결정되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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