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구멍 뚫린 ‘기생수: 더 그레이’, 판만 키우면 뭐 하나 [OTT리뷰]

최하나 기자 2024. 4. 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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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키우는데 정신을 쏟느라 설정에 구멍이 뚫린 걸 놓쳤다.

지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연출 연상호)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전소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부터 '기생수: 더 그레이'의 패착이 시작된다.

 시각적인 자극만 쫓고 내실 다지기에는 실패한 '기생수: 더 그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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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더 그레이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판을 키우는데 정신을 쏟느라 설정에 구멍이 뚫린 걸 놓쳤다. 시시삭각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설정 구멍에 아쉬움만 가득하다. ‘기생수: 더 그레이’ 이야기다.

지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연출 연상호)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전소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기생생물이 인간의 뇌를 장악해 신체를 조종한다는 기발한 상상력과 철학적인 메시지로 30개 이상의 지역과 국가에서 누적 판매 2천5백만 부 이상을 기록한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원작과 세계관을 공유, 기생생물들이 한국에 등장했다는 가정 하에 새롭게 스토리를 창작했다.

우선 이번 작품은 오프닝 장면부터 화려한 스케일로 눈을 사로잡는다. 원작에서 더 판을 키워 기생생물의 존재감을 오프닝에서부터 단단히 하고 출발한다. 이후 전담팀과 기생생물의 대립, 그 사이에 변종 수인과 하이디(전소니)가 얽히면서 스케일을 더 키워나간다.

그러나 여기에서부터 ‘기생수: 더 그레이’의 패착이 시작된다. 우선 큰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를 위해 선택한 오프닝으로 인해 이후 이야기 전개에 큰 오류가 발생한다. EDM 페스티벌에 등장한 기생 생물이 무자비하게 인간을 학살했던 사건을 이후 몇 개월 간 국민들이 모른다는 게 다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몇 년 전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단 몇 시간 만에 SNS를 통해 사건 현장 영상이 퍼져나갔던 것을 떠올리면 개연성의 부족함이 여실히 느껴진다.

물론 이러한 구멍을 철저하게 미디어를 통제했다는 기생생물 전담팀 팀장 준경(이정현)의 말로 수습하려 하지만, 이후 도로 한복판에서 기생생물과 전담팀의 교전이 일어났을 때에는 관련 영상이 SNS에 퍼져 통제가 어렵다는 경찰의 말과는 앞뒤가 안 맞는다.


짧은 러닝타임에 방대한 스토리를 압축시키다 보니 중요한 전개에 대해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특히 수인이 자신의 안에 있는 기생생물 하이디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 지나치게 날림이다. 극 중 수인이 필담을 통해 하이디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원작처럼 자신의 신체를 잠식한 기생생물을 직접 눈으로 본 것도 아닌데 쉽게 인식한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불어 수인과 하이디, 두 존재가 서로 교감하는 과정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특히 어린 수인이 자신을 학대하던 아버지를 직접 신고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괴물’처럼 봤다는 수인의 말은 수인과 하이디를 ‘괴물’이라는 키워드로 엮기 위해 억지로 끼어 맞춘 모양새가 역력하다. 이웃에 사는 어린아이가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아버지를 신고했다는 걸 알았을 때 우린 보통 그 아이를 괴물로 보지 않는다. 사회적 공분을 산 몇몇 아동학대 사건만 봐도 더더욱 이해가 안 가는 설정이다.

이번 작품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공존’은 기생생물들과 인간의 입을 빌려 풀어놓았다. 하지만 마치 일장연설처럼 캐릭터들이 늘어놓는 공존에 대한 메시지는 너무 직접적이고, 또 장황해서 되려 그 의미를 퇴색시킨다. 이야기 전개를 통해 시청자들이 직접 생각하게 하는 것이 아닌, 주입식 방식에 아쉬움을 자아낸다.

원작보다 커진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는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보이는 것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이야기에는 다소 소홀한 감이 여실히 느껴진다. 시각적인 자극만 쫓고 내실 다지기에는 실패한 ‘기생수: 더 그레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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